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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뭔들 Nov 10. 2022

기획이 하고 싶은 제작 PD

선생님, 기획이 하고 싶어요

보통 드라마 제작 PD들은 드라마가 편성이 되고 나서 제작이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 과정에서 투입되어 드라마 촬영을 이끌어 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기에 이미 대본이 나와 있는 상태에서 (프로젝트 별로 미리 받아보는 대본의 개수는 천차만별이다) 드라마를 들어가기 때문에, 드라마 대본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참여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혹시 드라마 제작 PD를 하면서 기획을 하고 싶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까? 있다면 기획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선생님, 기획이 하고 싶어요 / 응 안돼 돌아가


1. 기획이 뭐죠? 먹는 건가요?


기획이란, 사전적 의미로 "일을 꾀하여 계획하다"는 뜻으로, 영어로는 'planning'이라고 한다. 즉, 계획을 짜서 그 계획에 맞게 프로젝트 혹은 어떤 일을 꾀하여 도모하는 총체적인 과정을 가리킨다. 드라마 기획이라고 하면, 처음 아이템 발굴부터 (혹은 소재 개발) 시작해서 트리트먼트를 거쳐 대본을 만들고, 이를 투자를 받아서 제작하여 방송 편성까지 가는 일련의 과정을 말하는 셈이다. 드라마 기획이란 말 그대로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뜻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쩐 일인지, 기획과 제작을 구분하여 사용한다. 특히 '기획'이라 하면 드라마 대본 개발과 작가 관리 등의 협소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드라마 기획 PD는 여기서 드라마의 대본을 개발하고, 작가를 관리하고, 원작/아이템을 발굴하는 등의 일을 중점적으로 한다. 그와 다르게 드라마 제작 PD는 기획 이후의 과정, 즉, 프로덕션을 중심으로 맡는 PD를 가리키는데, 기획이 작가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한다면, 제작은 감독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드라마 기획 PD는 전체적인 기획(Planning)이라기보다는, '콘텐츠 디벨롭' 중심의 업무가 많으며, 제작 PD 역시 '제작(Production)'에 한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2. 그럼 기획은 누가 해요?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드라마 방송이 시작되면서 뜨는 스크롤과 끝나면서 올라가는 스크롤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작품에 대한 예우로써 적어주는데, 그중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나오는 앞의 스크롤 (흔히 '탑 스크롤'(Top Scroll) 혹은 '탑 크레딧' (Top Credit)이라고 한다)을 유심히 보면 순서는 조금씩 달라도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극본 : ㅇㅇㅇ / 기획 : ㅇㅇㅇ / 제작 : ㅇㅇㅇ / 촬영 : ㅇㅇㅇ / ...  / 연출 : ㅇㅇㅇ


여기에 적힌 사람들은 해당 드라마를 만들어가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인데 (일명 "헤드 스태프 : Head Staff") 극본 뒤에 [기획]이라고 해서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은 방송사의 담당 프로듀서나 높은 책임 프로듀서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방송사로 들어오는 수많은 대본 중에 시청자와 방송사에 도움이 될 만한 대본을 선택하고, 해당 드라마를 편성해서 방송까지 내보내는 기획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기획]의 타이틀을 제공받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드라마를 기획하는 사람은 사실 [제작] 타이틀에 있는 사람이 많다. 이 사람들은 보통 제작사 대표를 가리킨다. 제작사 대표는 보통 'EP' (Executive Producer)라고 해서, 드라마 기획부터 제작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작가를 섭외하고, 드라마 대본을 개발하고, 스태핑을 하고, 예산을 관리하고, 편성까지 가는 과정을 책임지기 때문에, 드라마 업계에서는 기획 타이틀을 가진 방송사의 책임 PD보다 제작사의 EP를 보통 더 기획자라고 칭해주기도 한다.


물론 실무적인 기획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기획 PD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출발하기도 한다. 기획 PD가 직접 작가를 섭외하거나 아이템을 발굴하거나 혹은 원작을 가지고 디벨롭하는 경우도 있어서 실제적인 기획은 기획 PD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획의 시작은 기획 PD가 될 수 있고, 제작사 대표가 될 수 있으며, 혹은 작가의 아이디어에서 되는 경우도 있다.



드라마 아이디어야 쑥쑥 자라라



3. 그럼 제작 PD는 기획 어떻게 해요?


드라마 제작 PD를 하고 싶은, 또는 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기획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우선 프로젝트 계약직을 하고 있으면 그 기회는 대단히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면 계약직으로 들어갔다면 이미 그 드라마는 대본 개발이 끝났을 것이고, 개발이 어느 정도 된 후 편성을 받아 제작이 확정된 것이라서 기획을 처음부터 하기엔 어렵다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기엔 이르다. 요새 주 52시간제와 사전 제작 시스템의 도입으로 대부분의 대본을 어느 정도 들고 촬영에 나가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본 전체를 들고나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를 제작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나머지 드라마 흐름을 예측하면서 본인의 아이디어를 상부에 제안해볼 수도 있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드라마 대본을 텍스트에서 현실로 바꿔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드라마 대본을 분석하고 바라볼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글로 봐서는 놓쳤던 디테일과 캐릭터들이 보이면서 보다 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예들과 이야기들은 현장에서, 또는 프리 프로덕션 회의 과정에서 숱하게 나온다.)


그것도 아니면 드라마 제작사에 정직원으로 들어가 대본 개발부터 직접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꼭 기획 PD로 들어가야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드라마라는 것이 기획과 제작을 완전히 단칼에 무 썰듯 업무를 나누기엔 한계가 있다. 기획을 하는 사람도 제작하는 과정을 알아야 하며, 제작하는 사람도 기획하는 과정을 알아야 보다 이야기 나누기가 쉽듯이, 제작 PD로 들어갔어도 드라마 기획 과정에 참여시키는 제작사들도 많다. 그래서 기획에 참여하며 나머지 드라마 제작 업무도 배워갈 수 있는 기회도 생길 수 있다. 



드라마를 기획과 제작, 이렇게 무 자르듯 나눌 수 없는 것이다. ⓒ 잡초농장



4. 드라마를 기획하고 싶다면


드라마 기획을 하고 싶다면, 드라마 한 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알아가면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맡은 이 파트가 드라마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드라마 기획이라는 게 단순히 대본을 만들어내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시청자한테 감동을 주는 그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임을 알게 된다면, 결국 우리는 드라마 제작 PD이지만, 드라마를 '기획해 나가는' 그 과정 안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럴 때 좋은 원천 아이디어가 있다면, 좋은 원천 소스가 있다면, 아니면 좋은 이야깃거리가 생긴다면 주저 없이 드라마 기획을 해보자. 드라마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은 결국 이 세상을 좀 더 풍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채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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