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뭔들 Aug 28. 2023

나의 해고 일지
- 새로운 다짐

나답게 살기로 결심하다

"너답지 않게 왜 그래?"
"나 다운 게 뭔데?


한 드라마에서 탄생한 이 대사 밈(meme)은 모든 사람이 알 정도로 크게 유행했다. 그래서인지 자기답게 살고 싶은 사람이나, 그렇게 살길 원하는 누군가에게 이 대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도 많고, 그렇게 사는 게 다들 정답인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나답게 산다'는 건 그 어떤 것보다 각자의 삶에서 중요하지만, 결국 각자가 정해가야만 하는 그 방식은 누구도 정해주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련의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나는 그동안 꽤 남들에게 맞춰가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에서 보면 나름대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개인적인 취미나 여가시간에는 하고 싶은 걸 다 하며 산 것은 맞지만, 정작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적인 부분에서는 거의 그러질 못했던 듯하다. (물론 그 말이 사회성이 결여된 채 망나니처럼 살아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남들보다 다소 늦게 시작했기에 남들보다 뒤처졌다고 생각한 나는,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일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누구보다 안정되게 자리를 빨리 잡고 싶다는 조급함을 갖게 되었고, 그 생각은 되레 내가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고 남들의 눈치를 더욱 많이 보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싶고, 빠르게 자리 잡고 싶은 욕심도 컸으리라.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밉보이면 안 된다, 혹은 누군가에게 이쁨 받고 싶다는 생각에 내 생각, 내 의견 하나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보살핀다는 것은 계속 들여다봐줘야 한다는 것

그러다 보니 누구보다 아껴줘야 할 나 자신을 잘 보살피지 못했다. TV에서 어느 강사가 나와서 이야기하기를,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보살핀다는 건 그 사람(혹은 그것)이 상태가 어떤지 계속 들여다봐줘야 한다고 했다. 배고프진 않은지, 어디 아프진 않거나 불편하진 않은지 등등 내가 보살피는 대상이 어떠한 상태인지 끊임없이 살펴보고 챙겨줘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대상이 가장 최상의 상태가 될 수 있도록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제공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보살핌의 핵심이라고 했다. 아이를 보살피거나, 식물을 보살피거나, 또는 반려동물을 보살필 때를 생각해 보면 바로 그렇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나의 상태를 얼마나 외면해 왔던가. 나중을 위해서, 혹은 지금은 괜찮으니까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계속 후순위로 밀어놓았다. 그리고 남들이 욕하지 않을 만큼, 남들에게 욕먹지 않을 만큼만 하며 가기를 선택하다 보니, 나답지 못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야 자리 잡을 수 있다, 혹은 이렇게 해야만 밀려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나 자신을 잡아끌었다. 자꾸 그 방식이 안 맞는다고 벗어나려고 하는 나 자신을 (정상이라고 믿고 있는) 궤도로 자꾸만 잡아다 끌어 앉혀 놓으며 걸어갔다. 마치 '네모'의 성향을 가진 나를 '세모'의 길에 억지로 맞추며 살아왔다고 해야 할까. 그럴수록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나는 답답하고 불편했지만, 나는 그런 나를 애써 외면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별 일 아닐 수 있는 이 일을 처음 겪으며, 나는 그동안 멍 때리며 살고 있던 내 삶의 뒤통수를 누군가가 세게 때린 것만 같았다. 어쩌면 이 일이 닥친 건, 아무 생각 없이 가고 있던 나에게 더 이상 그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그쪽으로 가면 위험하다고 누군가가 옆에서 세게 경적을 울려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해고를 당한 일은, 여태껏 내가 살아온 방식을 다시 한번 점검하라는 시그널이었는지도 모른다. 멈춰 서서 다시 보고 다시 나아갈 준비를 하라는 얘기를, 조금 아픈 방법으로 나에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너답게 살라고, 그 방법을 쉬면서 다시금 찾아보라는 메시지를 건넨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나답게 살기로 결심했다.


그럼에도 도대체 나 다운 게 뭔지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너무나 많은 시간을 나답지 않게 살아와서 그 방법을 잊어버린 지도 모르겠다. 나답게 살았을 때 그동안 너무 많은 외부의 공격에 나의 날카로운 면이 깎여나가서 그런지, 그 방법을 시도하는 게 무서워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여태까지 살아온 방법은 나답지 않은 것이란 것이다. 그것만큼은 분명하고 또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나답게 살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정답은 나만이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그 방법을 찾아 나갈 것이고, 그 방법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을 나를 보살피며 살아갈 것이다. 내가 불편한 건 없는지, 내가 어떤 걸 하고, 무엇을 함께 하고 있을 때 기분이 좋은 지,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인지 나는 끊임없이 물어볼 것이고 찾아볼 것이다. 답이 한 번에 나오지 않겠지만, 정답을 단번에 찾아낼 수는 없겠지만, 매일 아주 사소하게나마 1가지씩이라도 바꿔간다면 (찾아낸다면), 지금보다는 나다운 방식으로 조금씩 변해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게 나 다운 길을 걸어가는 첫 번째 걸음의 시작이 아닐까.




epilogue.

나는 이전보다 일찍 일어나서 보다 여유로운 아침 루틴을 시행하고 있다.

전보다 꾸준히 운동을 하며 체력도 가꿔나가고 있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을 많이 하기보다는 우선 내 감정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나는 그 전보다 좋은 회사에서 제안이 와서 일을 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곳보다 급여 조건도 좋고,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화목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곳이다.

잠깐의 시련이 있었지만 그 사건은 전화위복이 되었고, 나는 나다움을 찾아가며 인생을 조금씩 더 살아가고 있다. 




이전 16화 나의 해고 일지 - 마지막 상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