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뭔들 Sep 11. 2021

드라마 제작PD로 일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제작PD= "보이지 않는 손"

"드라마 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나서 무슨 일을 하냐고 질문을 받으면, 나는 항상 이렇게 답하곤 한다. 

그러나 곧, 이어지는 질문.


"아, 그럼 PD? 직접 촬영하고 하는?"

"아, 그럼 작가세요?"


드라마 일을 한다고 하면 많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저 두 직군이 가장 유명할 것이다.

미디어에 가장 많이 노출된 것도 저 두 직군이고, 가장 유명한 것도 저 두 직군이니까.


"아뇨, 저 드라마 제작PD로 일하고 있어요."


그럼 사람들은 되묻는다.


"드라마 제작PD가 뭐예요?"


드라마는 기획자, 연출자, 제작자 크게 3명의 손으로 움직이곤 한다.

쉽게 설명하면 기획자는 '작가', 연출자는 '감독', 제작자가 바로 '프로듀서'다.


기획자는 말 그대로 드라마를 기획하는 사람이다.

어떤 드라마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것인지, 인물은 누가 나오고, 주제는 무엇인지 등을 담당한다.

우리가 잘 아는 기획자에는 김수현, 노희경, 김은숙, 김은희, 박혜련 작가님 등등이 있다.

(기획자에는 또 '기획PD'라는 직군이 들어간다. 드라마 기획PD에 대한 이야기는 @안개 님의 브런치를 참고해주시면 된다.)


연출자는 말 그대로 드라마를 연출하는 사람이다.

드라마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 낸다.

어떤 배우를, 어떤 카메라로, 어떤 장소에서, 어떤 그림으로, 어떤 음악으로, 어떤 구도로 만들어낼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잘 아는 연출자에는 이응복, 신원호, 김원석, 안판석 감독님 등등이 있다. 


그렇다면 제작자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이다.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모든 제반사항을 관리하고 총괄하는 사람,

즉, 돈과 시간, 인력 관리, 그 외 행정적인 사항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앞선 기획자와 연출자보다 다소 크리에이티브한 면이 조금 없거나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 별로 제작자의 크리에이티브가 관여해서 만들어가는 부분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 프로듀서의 하위 구조에 속하는 파트, 

즉, 우리가 흔히 '제작부'라고 말하는 파트에 속하는 사람들에는 '제작총괄 - 제작PD - 라인PD'가 있다.

제작총괄은 드라마의 제작 전반 사항을 관리하고 총괄하는 사람이다. (회사에서 '팀장'이라 생각하면 쉽다)

스탭 및 배우 계약, 촬영 관리, 스탭 관리, 예산 및 스케줄 관리 등 전체적인 '프로젝트 총괄 관리 매니저'(PM)라 생각하면 된다.


라인PD는 드라마 현장에서 필요한 제반 사항을, 제작부의 지침에 따라 시행하고 지원하는 사람이다.

(회사에서 '사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라인PD는 보통 현장 밀착형이라, 제작부의 지침을 따르며 스탭과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사항들을 지원해준다.


제작PD는? 제작총괄과 라인PD 사이에 있다. (회사로 치면 '주임 - 대리' 정도다.) 

드라마 현장에서 필요한 사항들을 같이 지원하고 관리하면서도, 동시에 제작총괄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현장에서 예산과 스케줄을 관리하는, 한마디로 현장과 사무실의 경계에 있는 샌드위치(?) 파트면서, 동시에 양쪽을 관리하는 전천후 파트(!)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그래서 드라마 제작을 '건설'에 비교하곤 한다.

어떤 아파트 대단지를 짓는다고 생각해보자.

아파트의 구조 및 단지 위치 등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작가다.

아파트를 실제로 설계하고 시공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연출이다.

아파트 부지를 선정하고, 아파트 건설 일정과 예산을 짠다. 공사 인력들을 섭외하고, 인력들이 필요한 부분을 제공한다. 식사나 휴식 등 인력들의 복지는 물론, 인력들의 월급도 책임진다. 시의회나 행정기관을 통해 아파트 건설 허가를 받는다. 중간에 행정적인 문제 혹은 사고가 생기면 해결한다. 이 사람은 프로듀서다.

그 중에서도 현장을 관리하는 현장반장, 이 사람이 '제작PD'다. 


즉, 드라마 제작 현장이 문제없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사람,

드라마에 필요한 부분을, 제작사가 정한 예산과 스케줄을 여러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지원해주는 사람,

제작PD는 현장에서 딱 정해진 롤은 없지만, 그만큼 바쁘게 뛰어다녀야 하는,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없으면 현장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윤활유 같은 존재,

제작PD는 드라마 제작 현장의 '보이지 않는 손'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 지기까지 누구보다 더 힘들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보람을 느낄 수도 있는 파트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사실 제작PD라는 용어는 '대한민국 드라마'에만 있다.

제작팀 라인의 용어는 영화에서 넘어오긴 했는데, 완전히 그 체계를 따른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 쓰는 라인PD야말로, 사실은 드라마에서는 '제작PD'인 것과 마찬가지지만,

드라마에서의 라인PD는 쉽게 '제작부 막내'로서의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실제로 제작PD는 지구 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직업 용어인 셈이다. 



구구절절 설명이 참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 모든 말들을 압축해서 그냥 '드라마 쪽에 일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지는 이 과정 속에서 내가 하는 역할을 한 마디로 정의할 자신이 없기도,

이걸 표현할 재주가 없기도 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