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스 워튼과 료
이디스 워튼의 <여름>
표지부터 싱그러운 초록의 여름이다.
내용도 만물이 급속도로 성장해 만개를 이루는 계절에 꼭 어울리는 사랑이야기.
젊고 순수한 여성이 황량한 시골에 느닷없이 나타난 젊고 매력적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 고전소설은 지금처럼 더운 여름에도 여간 손 떼기 어려운 이야기다.
특히 이 책은 고전소설답게 풍경과 사람, 심리 묘사 방식이 꽤 촌스럽지만 반대로 그 지점에서 묻어나는 은근한 순수함이 매력적이다.
가령
“이따금 기차가 기우뚱하는 바람에 하니 쪽으로 몸이 쏠렸고, 그럴 때마다 얇은 모슬린을 통해 그의 소매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 채리티는 하니의 두 눈을 마주 바라보며 몸을 꼿꼿이 폈고, 불꽃같은 대낮의 숨결이 그들을 에워싸는 것 같았다. “ 는 묘사라든지,
“무엇보다 발랄하게 빛을 내뿜는 젊음과 부드러운 애정이 있었으며, 그 세계에서는 그의 밀어가 그녀를 에워쌌다. “는 표현은 지금 이 여름에 읽는 이야기라서 온몸으로 문장을 덮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젊음, 청춘, 시기, 고독, 불안, 쟁취
여름과 젊음 사이에 공통되는 단어들로
이토록 아름다운 소설이 쓰였다.
그러니 여름엔 꼭.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료의 <료의 생각 없는 생각>
아름다운 것들을 매일 찾고, 바라보고, 사용하고 기록하면서 나다운 하루를 한 장씩 레이어드 하면 그것이 결국 나의 삶을 이루는 모양이 된다고 말해주는 책
이 여름, 이 계절에 만끽할 수밖에 없는
무수한 아름다움을
그냥 지나치지 말라고.
모든 사물이 뿜어내는 온기를 모른 척하지 말고
아낌없이 바라봐주고 사랑해 주자고 말하는 책.
‘나다움’을 갈구하는 시대에 •진짜 나•를 찾는 방법은 두 눈과 머리, 마음속에 아름다운 것을 지속적으로 발견하고 아껴서 가까이 두는 것밖에 없지 않을까?
우연히 알게 된 책 덕분에
앞으로 만들고 싶은 인생의 형태에 대해
그려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159 아름다운 것들을 계속 바라보는 것, 마음이 이끄는 글귀를 다시 보는 것, 좋은 소리를 계속 내어 보는 것, 빛의 굴절과 프리즘의 미학을 매일 기록하는 것, 새로 난 연약한 컬러의 잎사귀를 조심스레 만져보는 것, 그렸던 그림과 썼던 메모를 다시 보는 것, 무엇이 먹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 목적이나 결과는 접어두고 온몸으로 스스로의 매일을 체득해 내는 것은 생각보다 다양한 현상으로 온전하고 정당하게 돌아온다고 믿지만, 단지 그 결론을 위해 알아채기를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매 순간의 어린아이 같은 치열함이 결국 수시로 출몰하는 공허 따위를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기 때문에, 쉴 수 없고 쉬기 싫은 마음쯤. <책에 밑줄>
책의 장면장면에 쓰인 글이 귀하고 내 마음과 잘 통해서, 쨍하다가 쉬이 비 내리는 변덕스러운 여름에 손에 놓칠 수 없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