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띠 여자 인생을 바꾸는 좋은 ‘것들’

by 에뜰

요즘 나는 조금 바쁘다. 다른 것 때문은 아니고 SNS 채널 계정을 하나 더 만들어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어서다. 팔로워수를 늘리는 목표는 없고 그저 읽고, 쓰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바로 흘려보내지 않고 괜찮은 이야기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나누자는 약간의 욕심이 있다.


그 소심한 욕망의 채널은 채널은 스레드다. 사진과 영상의 기세로 밀고 나가는 인스타그램과는 성격도 분위기도 전혀 다른 스레드는 맨 처음엔 오직 글만 보이는 콘셉트를 잡았다가 지금은 약간의 사진과 한 개 정도의 영상이 간간이 보이는 추세다. 알고리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스레드를 열면 초반에 운세와 사주에 관한 글들이 많이 보였다. 옛날의 고리타분하고 음침한 그늘 속 점학은 아니고 젊은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세련되고 재밌는 후킹이 강한 일상생활 속 작은 실천과 호기심 어린 미신이 적절히 섞인 이야기들이다.


가령 제목을 보자면 (비슷하게 가공)


- 사주에 금이 없는 여자들에게 필요한 것들

- 범띠 여자 인생이 풀리려면 이렇게 하세요

- 귀티 나는 사람의 사주는 특별히 이게 있습니다


등등등


설마 이 제목을 보고 나만 클릭해서 한줄한줄 재밌게 읽고 있는 건가?


내 조건과 맞는 제목이 보이면 그 글이 사라질세라 얼른 들여다 보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몇 가지를 옮겨 적는다.


가령, 나는 사주에 금이 없는데 스레드에서 한 상담가는 금이 없는 사람에게 필요한 thing을 알려주었다.

정말 말 그대로 ‘것’을 알려준 것인데 내 눈길을 사로잡은 이유는 정말 별게 없다.


간단해서였다.

쏘심플!


우리의 고정된 편견과 습관을 버리고

새롭게 바꿔야 할 마음과 태도를

훈계하는 것이 아니었다.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이고

마음에 애를 써야만 하는 행동도 아니었다.


그것은, something, ‘것’이었다.

간단히 말해 ‘명사’적인 방법이랄까.


즉, 일상에서 아주 쉽고 간단하고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말해주었던 거다.


예를 들면 반짝이는 액세서리를 하라든지, 책상 위를 깔끔하게 만들라든지, 아니면 진짜 더 따라 하기 쉬운 흰색과 은색 아이템을 즐겨하라는 식이다.


과연 부단히 애쓰지 않고 돈과 센스만 있으면 맘에 드는 은색 액세서리를 비로 사서 착용할 수 있고 조금 더 시간을 들이면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도 있는 팁 정도 수준의 일이었다.


너도 나도 모두 바쁘게 일하고 스스로를 증명해 내야 하는 시대에 자신이 느끼는 결핍과 불안을 간단히 커버할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 간략하다니..!

완전 럭키비키..! 우리들이 원하는 바잖아?


노력하지 않고 쉽게 행운을 거머쥐는 것같이 느껴지니 말이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고, 노력 없이 얻어지는 건 없지만 그래도 나는 가끔씩 가벼운 행운을 기대해 봄으로써 인생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갈수만 있다면 이 정도쯤은 귀여운 진지함을 가지고 따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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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앞에는 동물 그림이 하나 있다. 이케아에 가서 동물 그림이 있는지 오래 둘러본 후 구매한 것인데 평소 동물을 좋아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걸 산 이유는 딱 하나다.


범띠생 여자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아이템에

동물 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짐승의 왕을 상징하기 때문에 동물의 힘과 연결이 되면 에너지가 상승한다고 하여 ‘오호’ 하는 마음과 기대를 담아 호랑이 기운을 받고 싶어 적극적으로 놔두었다. 아마 동물의 힘을 얻기 위해 매일 1분간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거나 동물 이야기를 읽고 한 줄씩 느낀 바를 쓰는 것이 좋다고 했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거다. 마음은 혹해도 실천은 귀찮았을 것이며 막상 시작했더라도 작심삼일로 끝났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동물그림을 사서 곁에 두는 건 너무 쉬운 방법이었다. 이렇게 간단하게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니..! 참이든 거짓이든 벌써 내 기분만큼은 산중호걸인 셈이므로 일상 속 간단한 이 미신은 기분 좋은 미션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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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라고 하면 그래도 먼 미래의 일같이 느꼈었다. 나와는 나중에 만날 거라고. 아직은 아날로그적인 생활이 주를 이루니 직접 Ai를 쓰고 있다는 감각 자체가 없었는데 쳇지피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년월일을 적고 사주를 봐달라고 하는 행위가 유행처럼 번졌을 때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인공지능을 자기 사주를 알아보는데 쓴다?

마치 과학자가 오늘의 운세에 자신의 연구 결과를 맡기는 느낌?


시대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며 휙휙 바뀌는데 사람은 계속 자신의 능력과 깜냥이 이 세상에 맞을지에 대해 걱정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그걸 몰라서 이 현실에 적응해 살아가는 게 어렵고, 그게 어려워 mbti의 성향 속에서 변하지 않는 자신의 성격과 감정, 능력을 찾아내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네.”, “그래서 이렇게 하면 좋겠군.”, “넌 그런 성향이니까 나랑 이런 점이 불편하겠구나.”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인정하는 도구로서 MBTI가 크게 유행했다면 쳇지피티의 사주 보기는 좀 더 자신에게 안테나를 깊게 꽂는 모양이다. 선천적으로 내게 있는 능력, 장점, 단점을 알아내고자 하는 욕구가 느껴진다. 하루가 멀다 하고 널뛰는 주식과 코인, 부동산의 숫자가 현재 내가 가진 숫자와 반비례하는 삶에서 나는 무슨 생각과 중심을 가지고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쳇지피티로 나의 사주를 보는 사람들은 자신을 더 깊게 알고 싶어 하는 동시에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고, 무엇을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묻는다.


결국 적을 알면 백전백승의 세상에서

본인도 알아야 백전백승의 조건도 붙여진 셈이다.


그래서 SNS에서 닭띠 남자가 올해가 가기 전 하면 좋은 것들에 움찔 반응하며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구분한다. 그 ‘것들’ 중에 파란색을 가까이 두고 숫자 8에 행운이 있다고 하면 파란색 자수로 8이 놓여 있는 양말을 구입해 볼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단순히 미신적인 가벼운 재미도 있지만 점점 불분명하고 불확실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법, 혹은 스스로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 중 하나라고 여기면 이 또한 열심히 자기 계발을 하고 직장에서 일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사소해 보이는 이런 바람에도 인간의 간절한 마음과 소망은 존재하는 법이다.


소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발형 콘텐츠지만 그냥 훑어보고 넘기는 사람보다는 이왕 읽었으니 몇 개정도는 눈여겨보면서 자기 일상에 작은 변화를 줄 수 있는 사람에게 행운이 깃들면 좋겠다. 별거 아닐지라도 어쨌든 자신의 삶에 주체적으로 개입해 일상에 도움 되는 좋은 루틴을 만들려는 노력이 가상하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범띠 여성에게 필요한 항목 중 하나가 시작해야 기운이 돈다는 말에 좋아요 표시를 눌렀다. 매번 어떤 일을 시작하기 앞서 할까말까 주저하다 결국 포기하는 나에게 이 조언은 지갑 깊숙이 숨겨진 부적처럼 괜히 마음이 든든했다. 그래서 채널도 하나 더 만들었고 일주일에 3번은 올리기 위해 콘텐츠를 구상하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면서 업로드하는 루틴을 실행하고 있다. 물론 이 미신은 동물사진을 곁에 두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의 지속적인 노력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성실과 부지런을 기반으로 열심히 움직여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진짜 하기만 하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이유불문의 든든한 믿음이 생겼다.


나는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기도를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이므로, 결국에는 잘 될 거라는 작은 희망에 재밌는 미신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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