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뜰 Jun 03. 2021

넌 세상을 지켜, 난 너를 지킬게

한낮에도 외로운 당신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로마> 이후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만났다.


 영화 ‘소년시절의 이다.  영화의  배경은 학교폭력, 왕따, 소녀와 소년이고 단어만 봐도 로맨스와는 거리가 , 그러나 눈물이 스르륵 나는 그런 영화다.


-

  소녀가 있다. 엄마는 빚쟁이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신세인지라 집에서도  혼자, 왕따였던 같은  친구가 학교에서 자살을 하니  화살이 본인에게 와버린 소녀다. 학교 안팎에서 괴롭힘과 폭력이 재생되는 세계를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베이징대 입학이다. 그렇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죽기 살기로 공부를 해야만 한다.


 어느  길을 걸어가는데 누가 맞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맞고 있는 소년에게서 소녀의 모습이 보여 휴대전화로 신고를 하려는 찰나, 불량배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렇게 그날 처음 알게  양아치 소년과 모범생 왕따 소녀는 서로의 무엇이 되었다.


 도와달라 아무리 소리쳐도 아무도 듣지 않는 현실에서 소년은 소녀의 든든한 보호자임을 자처한다. 그래서 소년에게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로부터 지켜달라고 부탁하는 소녀의  걸음 뒤엔  소년 있다. 나란히 함께 걷지 않고 적절한 거리 뒤에, 혼자인  같던 서늘한  세상에 나를 지키는 그가 있다.


언젠가 밝은 대낮에
둘이 당당하게 걷고 싶어


  영화를 보는 내내 조용히 눈물이 났다. 아마 ‘외로운마음에서 비롯된 ‘믿음때문이었을 것이다. 부모님과 선생님 심지어 경찰도  불안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둘은 서로를 감싸고 보호한다. 소녀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뒤를 봐주고, 소년이 다른 데서  맞고 오면 소녀는 상처를 만져 준다. 그렇게 서로는 오직  세상에 둘만 있는 것처럼 보듬는다.

상대를 지키려고 철저히 상대를 부정하는 일이 생기는 클라이맥스 장면은 영화의 절정이다. 나는 그 씬이 뻔한 영화의 결말처럼 이어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 이 영화는 달랐다.(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할게요)



 어떤 이유에 상관없이 세상에 홀로 던져진 기분을 느끼곤 한다. 혼자 망망대해 배에 남겨진 듯한, 혹은 엄청난 바람이 부는 어두운 숲에서 무서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혼자 헤쳐 나가기엔 너무도 겁나는 세상에서  뒤를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믿음을 갖는 . 그래서인지 영화 내내 소년이 뒤에 있는 소녀가 부러웠다.


나는 네가 있어 버틸 수 있고, 꿈꿀 수 있어

 누군가 함께 하고 있다는 안정감. 혼자라고 생각했던 세상에 나를 알아봐  사람이 생겼다는 조심스러운 행복. 물론 어떤 사람은 신을 의지하거나 이런 감정을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혼자 남겨진 사람처럼 마음이 공허하고 무섭기까지  기분을 종종 마주친다. 그럴  뒤에서 나를 감싸안는 무엇이 있다면.. 아무리 나를 괴롭혀도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지옥 같고 외로운 순간순간들을 견딜  있을 것만 같다.


 내가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소녀가 친구에게 실컷 괴롭힘을 당하고 소년의 집에 찾아왔을  화가  소년을 다독이고 열심히 공부하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폭력을 폭력으로 대응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일과 가야  길을 분명하게 알고 공부로 승부하려는  믿음은 소녀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미래다.


우리의 삶이 시궁창이라도
누군가는 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어


 소녀의 책에 쓰여 있는 위의 글에서 보듯 쓰레기 같은 현실에서도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볼  있는 그녀의 힘은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내가 바뀌지 않으면 내가 여기서 나갈  없다는 처절한 믿음 때문이다. 간혹 ‘처절함  세상의 에너지를  곳에 밀어 넣고 앞뒤 가릴  없이 일단 직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것 아니면  된다는 마음으로 작은 체구의 소녀는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오직 공부로 승부를 보려는 방법을 선택했다.


 우리는 자주 ‘ 상황  멈춰달라 기도하지만 결국 바꿔야   나의 마음가짐이다. 상황이 바뀌길 바라지 말고 내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아마 소녀도 그런 마음이었을 테지. 엄마에게 기대긴 힘들고, 친구도, 보호해줄 어른도 없는 이곳에 오직 믿어야  것은 , 공부를 잘해서 베이징대학에 입학해야 하는 나이다. 물론 그것 하나만으론 너무 외롭고 마음이 아픈 어린 소녀였지만 이젠 그런 그녀 뒤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  누구에서 느껴보지 못한 단단하고 안정적인 소년의 보살핌 아래에 소녀는 차근차근 꿈을 향해   있었다.


 어두운 곳에 산다고  어두운 사람이  필요는 없다. 왕따라고  혼자여야  이유도 없고, 공부를 포기할 명분은 더더욱 없다. 누구든지 시궁창에서 별을 바라볼  있고  별을 따러 나갈 수도 있다.


 바로  지점이  마음을 일렁이게 했던  같다. 나는 상황이  좋다는 핑계로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살았던가. 혼자서는   없다고, 아니 하고 싶지 않다는  뒤로 숨어 지냈던 모습들이 떠올랐다. 단단하고 강한 사람은 ‘자신 믿고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지키는 거였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제일   없는게 ‘라고 떠벌리며 다녔었다. 그리고는 외롭다고, 아무도  마음을 몰라준다며 투덜댔으니 얼마나 이기적이고 나약한 인간었는지.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도 소녀처럼 하늘의 별을 찾아 노력해 보거나 혹은 소년처럼 좋아하는 사람을 든든하게 지킬  있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시궁창 속에  인생을 떨어뜨리지 말고 떨군  삶도 다시 보자는 마음으로. 소녀와 소년처럼 그렇게 말이다.


 넌 세상을 지켜, 나는 너를 지킬게
넌 앞으로 가, 내가 반드시 너의 뒤에 있을게


 소녀는 말했다.

“난 세상을 지키고 싶어”


 그러자 소년도 말했다.

“넌 세상을 지켜, 난 너를 지킬게”


 세상은 이들을 지켜주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소녀는 세상에 나가고 싶었고, 소년은 그런 소녀를 이해하고 싶었던  같다. 이런 마음이 모여 이들 인생이 환해졌다면.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한낮에도 외로움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께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가 글만 쓰면 되지 명품시계가 왜 필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