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복주 엄마 Oct 24. 2021

육아의 벼랑 끝에도 행복의 꽃은 핀다

어느 행복하고 럭키한 하루의 일기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게 되면 인생의 감정 그래프의 낙폭이 커진다. (행복할 때는 무한행복♥♥♥♥ 힘들 때는 무한좌절OTL)


아기가 잠도 안 자고 칭얼대고 남편과도 트러블이 많고 나의 컨디션 역시 좋지 않을 때에는 그래프가 한없이 저점으로 떨어지면서 끝없는 인생의 밑바닥을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지만,


아기가 잠도 잘자고 많이 웃어주고 애교도 뿜뿜해 주고 남편도 자상하고 잘 도와주고 나의 컨디션도 좋을 때에는 그래프가 지붕 뚫고 우주 뚫고 올라가면서 무한하게 증폭하는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그런 행복하고 럭키한 하루하루는 고된 육아생활을 버텨나갈 수 있게 해주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 장마철에 잠시 갠 맑은 하늘, 쥐구멍에 든 따뜻한 햇볕같은 존재이다.

어두컴컴한 육아의 쥐구멍에도 볕들 날은 있다.

오늘은 그런 육아의 날에 대해 기록해 보려 한다.


사실 아무런 문제가 없고 모든 게 편안하게 잘 흘러갈 때, 그것을 당연하고 익숙하게 여기다보면 행복감도 잘 느끼지 못하고 힘들 때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육아의 하루이지만, 이런 날들도 무언가 '힘든 점'이 별로 없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작은 행복 하나하나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 행복감을 음미하고 만끽한다면 육아생활에 큰 리프레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나에게 주어진 작은 행복들이 무엇이 있을까 하나하나 세심하게 관찰하고 찾아보며 나의 '행복한 하루'를 기록해 보고자 한다.


행복1. 아기의 모닝 미소



아침 일곱시..


어제나 그렇듯이 아기의 우는 소리와 함께 눈을 뜬다.


다섯시~여섯시 쯤 일어나는 새벽기상 복주가 아닌, 일곱시~여덟시 쯤 일어나는 아침기상 복주가 되어주는 날에는 나의 그날 하루 컨디션과 삶의 질이 한층 더 좋다.


아기에게 아침 수유를 하고 혹시나 더 잘까 해서 둥가둥가 해보지만 역시나 잠이 다 깼다. 이제 또 본격적으로 놀아줘 볼까나..?


그래도 요즘 복주가 잠드는 저녁에 나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드는 이른 취침을 며칠 동안 했더니, 덕분에 아무런 여가 시간도 갖지 못했지만 잠을 푹 많이 자서 몸의 컨디션은 상당히 좋아진 편이 되었다.


피곤하지 않게 아침을 맞으면, 나를 깨우는 복주의 우는 소리도 무섭지 않고 "어이구~ 우리아들! 간밤 동안 잠깐 못 봤는데도 너무 보고 싶어썽~~!" 하면서 웃으면서 기저귀를 갈아줄 수 있다.


이렇게 싱글벙글 웃으면서 엄마가 기저귀를 갈아주면 복주도 편안한 얼굴이 되어 환한 미소로 나를 맞아준다.

상쾌한 아침을 열어주는 복주의 환한 모닝미소

아침부터 맞는 복주의 환한 미소 부스터샷으로 풀충전~!!


기저귀를 갈고 복주를 놀이매트에 엎드려 놓고 장난감을 몇 개 던져주니 복주는 알아서 잘 갖고 논다.


장난감을 최근에 엄청 사들였는데, 덕분에 복주가 혼자서도 이것저것 장난감을 만지면서 잘 놀아서 육아의 부담을 한층 덜었다. (역시 육아는 템빨..)


치발기와 에듀 테이블, 멜로디 패드 등을 돌아가면서 이리저리 만지고 입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복주가 한참을 잘 논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현관문을 열고 새벽배달 온 도시락을 찾아 온다.


당근마켓에서 지역광고를 하던 가정식 백반 도시락집알게 되어서, 매일 배달오는 것을 신청한 뒤로 밥을 차리는 것에 대한 부담과 걱정이 완전히 사라졌다.


만 7천 원만 주면 신선한 야채 요리 몇 가지와 생선 또는 고기로 된 메인 요리 하나, 국 하나가 3인분 정도의 양으로 배달되는데 맛도 괜찮고 배달음식처럼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다.


남편과 나는 둘다 소식하는 편이고 남편은 아침에 뭔가를 먹으면 속이 좋지 않다면서 먹지 않고 출근해서 도시락 한 개만 배달시켜도 그날 하루종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설거지는 식기세척기에 맡긴 후 복주와 놀아주기 시작한다.


언제나 아침 응가를 싸는 복주..


엎드린 채로 끄~~~응 소리를 내면서 얼굴이 시뻘개지고 눈썹을 찌푸리고 힘을 준다.

엎드려서 응가할 때 복주 표정ㅎㅎ

복주를 안아 올려 프롬유 샤워핸들로 데려 간다.


커뮤니티에서 댓글로 추천 받은 이 육아템 덕분에 응가 닦기와 목욕이 한층 더 수월해졌다. (역시 집단 지성의 힘..! 템빨의 힘...!)


복주를 샤워핸들에 세워서 고정시켜 두면 손목이 아프지 않게 바지도 내리고 기저귀도 떼어 내고 응가도 손쉽게 닦아낼 수 있다. (세면대와 달리 응가가 바로 하수구로 빠지지 않고 욕실 바닥에 떨어져야 하는 것은 조금 찝찝하지만..)


목욕할 때에도 슈너글 욕조와 커다란 헹굼 욕조 두 개를 모두 물 받아서 썼는데, 이제는 헹굼 욕조 대신 샤워핸들에서 샤워기로 몸을 헹궈 내기 때문에 물 받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복주의 응가를 닦아낸 후, 새 기저귀로 갈아주니 복주는 시원한지 또 환하게 웃는다.


"기저귀 갈아주니 그렇게 좋아요~?"


복주의 미소에 매번 나는 녹아내린다.



행복2. 아기귀여운 배밀이


3일 전부터 주는 배밀이를 시작했다.


아기의 손에서 50cm 정도 떨어뜨린 지점에 장난감을 두면 아기가 장난감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다리 근육의 힘도 길러주고 배밀이 연습이 된다고 책에서 보아서, 그렇게 해보았더니 복주가 처음으로 장난감을 잡으려고 몸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엄청나게 징징대면서 왜 빨리 장난감을 손에 쥐어주지 않냐고 나를 원망 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엄마가 도와주지 않고 자신의 최애 장난감은 손에 닿지 않으니 기를 쓰고 몸을 움직이다가 스스로 배밀이를 터득하게 되었다.


장난감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첫배밀이에 성공한 복주

그 다음날에는 좀더 빠르게, 더 멀리 배밀이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3일째 되는 오늘은 마치 한 마리의 바퀴벌레처럼 재빠르게 슈슈슈슉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매일 발전하는 복주가 대견하기도 하고, 아기들은 참 빨리 빨리 크는구나 싶어서 시간의 흐름을 더 빠르게 느끼게 된다. (그러고보니 복주를 따뜻한 봄에 낳았는데 어느새 2021년이 몇 달 남지 않게 되었다..)


복주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들로 복주를 유혹해서 배밀이를 유도하며 연습시키다가, 복주가 환장하는 그것을 꺼내 보았다.


바로 나의 젖통..!! (=복주의 밥통!)


"복주야, 맘~~~마!"


하면서 내가 가슴을 풀어헤치고 젖통을 보여주었더니, 세상에!!


복주는 매트 저 멀리에서 빠른 속도로 배밀이를 슈슈슈슈슈슉 하더니 순식간에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젖가슴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쥐고는 자기 입으로 쏘~옥!


수유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배가 별로 고프지는 않았기에 복주는 목만 축인다는 듯이 잠시 빨고는 고개를 돌려 또다른 장난감으로 향해 갔다.


이것은 마치..


자동급수기의 물을 마시는 강아지, 깊은 산속 옹달샘을 찾아 물만 마시고 간 토끼와 같았다.

새벽에 복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젖만 먹고 가지요~

복주가 멀리서 기어와서 자기 스스로 젖을 빨고 간 적은 처음이라 엄청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벌써 이렇게 크다니, 우리 복주 대단하다 ㅠㅠ


수유쿠션에 곱게 누이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서 세심한 각도에서 젖을 물려줘야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자율급식이 가능한 단계로 자라났구나 ㅠㅠ


이런 생각을 하며 복주를 바라보았다.



행복3. 아기가 해주는 뽀뽀❤


수유 텀이 길어지고 엎드려서 노는 시간이 길어진 후부터 복주는 조금씩 볼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비록 몸무게가 9kg에서 줄어든 것은 아니었지만 예전처럼 몸무게가 급속도로 불어나지는 않고 정체기를 한동안 맞이하다보니 금복주 같던 볼살과 이중턱도 어느 정도 빠지고 몸무게 발달표에서 차지하는 백분위도 3%에서 10%로 내려가게 되었다.


금복주 그 자체였던 복주(좌)와 볼살 빠진 꽃미남 복주(우)


그리고 나는 볼살이 빠진 복주의 미모에 더욱 반해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복주의 매력에 풍~덩~ 빠져 버렸다.


복주를 안고 거울을 보면 복주의 사슴 같은 눈망울과 딱 마주치고, 복주는 거울속에 비친 엄마를 향해 꽃미소를 날려 주었다.


"우리 아들 ㅠㅠㅠ 왜케 잘생겼니 ㅠㅠㅠ 장가가지 말고 엄마랑 평생 살면 안 되겠니? ㅠㅠㅠㅠ"


복주의 꽃미소에 녹아내린 내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복주를 꼭 껴안으면서 말한다.


복주가 나의 뺨에 자신의 얼굴을 대고 부비부비 댄다. 아기의 보드라운 얼굴이 뺨에 닿는 것이 너무 기분 좋다.


"복주야~~ 엄마~~~ 뽀뽀~~~!"


뽀뽀라는 단어를 얼마전에 배운 복주는 "엄마 뽀뽀~"하면 뺨에 뽀뽀를 해주었다.

복주의 뽀뽀를 받는 나>_<

사실 뽀뽀라기보다는 입을 하마처럼 쩍 벌리고 엄마의 뺨에 달려들어서 침을 잔뜩 묻히면서 뺨을 먹으려 드는 듯한 모양새였지만, 복주의 이 열정적인 뽀뽀가 나는 너무 귀엽고 아주 맘에 들었다.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뽀뽀를 하는 복주를 처음 보시고는 무척 놀라시면서 부러워 하셨다.


"할매도~~~ 뽀뽀~~~~!!"


엄마가 복주에게 뺨을 대면서 할머니도 뽀뽀해 달라고 하면, 복주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리면서 뽀뽀를 해주지 않았다. 외할아버지인 울 아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때면 복주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얼른 뽀뽀를 해주어서 엄마아빠가 기뻐하고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복주의 뽀뽀를 받는 것은 나뿐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묘한 기쁨이 느껴졌다.


친정에서 머물던 어느 날, 나는 친구를 만나러 나가고 복주는 하루종일 엄마에게 맡겼더니 그날 복주는 처음으로 할머니에게 뽀뽀를 해주었다.


뽀뽀는 복주가 자신을 잘 돌봐주는 사람에게 고마워서 주는 선물이었던 것이다. (복주가 새침하게 상을 내려주듯이 뽀뽀를 해주는 것을 보면,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해주는 뽀뽀를 무척 원하고 있다는 것''자신의 뽀뽀가 주변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선물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


아침부터 복주의 뽀뽀를 받은 나는 기분이 너무 좋다.


두 번, 세 번 뽀뽀를 받으려고 "엄마 뽀뽀~~"를 계속 외쳐보지만 새침데기 복주는 한 번이면 족하지 않느냐는 듯이 그 다음부터는 고개를 휙휙 돌리면서 웃기만 한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복주를 내려놓는다.


"흥~ 엄마가 오늘 하루 재밌게 놀아줘서 이따 저녁에 또 뽀뽀 받을 거당~?"


복주를 엎드린 채로 동화책을 읽어준다.


복주는 동화책을 좋아한다. 그림이 예쁜 동화책을 특히 좋아한다.


컬러풀하고 그림이 예쁜 동화책을 펼치면 책에 빨려들어가듯이 책을 열심히 쳐다 보았다.


책에 달려들어서 책장을 입에 넣으려고 할 때면 난감하기는 하지만.. (그럴 때는 책을 얼른 헝겊책으로 바꿔서 읽어주면서 입안에도 넣게 해준다.)



행복4. 아기의 먹방 보기



AM 10:00


복주가 이유식을 먹을 시간이다.


6개월이 됐을 때부터 복주는 이유식을 시작했다.


분유를 먹는 아기들은 5개월부터, 모유를 먹는 아기들은 6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하면 된다고 한다.


몸무게가 태어날 당시의 두 배가 넘는 7kg 전후가 되면 좀더 빨리 이유식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하는데, 복주는 몸집이 커서 더 빨리 시작해도 좋았겠지만 이유식 만드는 게 너무 막막하고 귀찮은 나머지 차일피일 미루다가 딱 6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하게 되었다.


6개월이 넘어도 이유식을 하지 않으면 아기가 빈혈이 오고 근력 발달이 늦어지며, 심할 경우에는 영양실조가 올 수도 있다고 한다.


6개월이 다가올 무렵, 복주는 어른들이 식사하는 것을 보면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계속 쳐다보기도 하고 자기도 밥을 먹으려는 것처럼 입을 오물오물거리면서 무언가를 먹는 흉내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아기의 모습은 이유식을 시작할 시기임을 알리는 신호라고 한다.


이렇게 때가 되니 어떻게 딱 책에 나온 대로 발달시기에 맞는 모습을 보이는지 참 신기했다.


처음 이유식을 시작할 때에는 막막하기 그지 없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


일단 이웃집 아기 엄마에게 추천 받은 이유식을 만드는 기계, '베이비 무브'를 들였다. (원래 20만원대이지만 당근에서 6만원에 get!)


그런데 당근으로 샀더니 '베이비 무브'의 사용설명서가 없는 거였다.


다행히 베이비 무브 홈페이지에 갔더니 FAQ 게시판에 최신형 버전인 '쿡마스터 플러스'와 구형 버전인 '쿡마스터'가 모두 사용설명서가 있었다.


거기서 다운 받은 사용설명서와 유튜브에 올라온 사용법 영상을 참고해서 구성품과 조립하는 방법을 익혔다.


그 다음에는 물탱크 청소를 했는데, 물탱크를 청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베이비 무브는 물탱크가 더러워지고 미네랄이 침전하면 CALC 표기 부분에 노란불이 들어온다. 이때가 되면 물탱크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나는 구입해서 전원 버튼을 켜자마자 CALC 등이 들어오고 물탱크 부분도 때가 잔뜩 끼어 있어서 지저분했다.)


그냥 뜨거운 물 100mL와 식초 100mL를 물탱크에 부어 버리고 한 시간 이상 내버려 두면 끝이다. (구연산, 베이킹소다 등 식초 이외의 물질은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한다.)


베이비 무브 어플도 있는데, 어플에 베이비 무브를 이용해 이유식을 만드는 방법이 초기-중기-후기 이유식별로 다양한 메뉴가 올라와 있어서 참고하기 좋았다.


사실 만드는 게 너무 너무 귀찮아서 (요리와는 담을 쌓고 지낸지가 오래라, 요리 비슷한 이유식 만들기도 정말 싫었다.. 삼신상도 정말 간신히 차렸던 나인데..ㅠㅠ) 쿠팡에서 이유식을 사서 먹일까 싶기도 했는데, 책에 나온 이유식 스케줄표를 보니 재료를 조금씩 조금씩 추가해 주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봐야 할 것 같아서 직접 만들어 먹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시중에 파는 이유식은 '이유식 초기'라는 이름으로 나오고 있어도 재료를 보면 완전히 초기는 아니고 중기의 레시피가 섞여 있기도 했고 재료를 조금씩 추가해서 줄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재료들로 매일 바꿔서 먹여야 하는 세트로 팔았기 때문에 아기에게 무리가 갈까봐 걱정이 되었다. 


재료에 따른 알레르기 반응을 다 보고 난 이유식 초기2단계부터는 시중 이유식을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다행히 한번 만들어보니, 처음에 기계 다루는 방법을 익히고 재료를 사고 손질하는 과정이 조금 귀찮고 번거로울 뿐이었지 기계로 이유식을 만드는 과정 자체는 단순하고 쉬웠다.


물탱크에 물 350mL를 넣고, 내열용기에 넣은 쌀미음 20g+식힌물 200mL를 찜기에서 30분 타이머 설정하고 쪄준 다음, 믹서에 넣고 갈아주면 완성이었다.


쌀미음에서 재료가 추가되었을 때에도 찜기에 브로콜리나 소고기 같은 재료만 더 추가해서 넣고 쪄준 다음 믹서에 넣고 갈면 끝!


냄비처럼 계속 끓는 것을 지켜보지 않아도 되고, 타이머 설정만 해둔 후 버튼만 누르고 내 할일 하다가 알림 소리 듣고 옆에 믹서기로 옮겨서 갈아주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이유식 초기1단계에서는 쌀에 물을 10배 넣고 끓여서 물처럼 주르륵 흐르는 정도의 농도로 쌀 미음을 만들어서 준다. 이때는 1일 1회만 먹이면 된다.


이유식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줘서 생활리듬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유식을 처음 시작하는 시기에는 아기의 변을 잘 관찰해야 한다. 변이 너무 묽어지거나 횟수가 너무 잦아지거나, 반대로 변이 너무 단단해지거나 너무 횟수가 줄지 않는지 잘 보아야 한다. 변화의 정도가 너무 크다면 이유식 양을 줄이거나 잠깐 중단하는 것이 좋다. 아기의 발달 단계에 비해 너무 큰 입자가 있는 이유식을 줄 때에도 아기의 변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


'초보 엄마 안심 이유식'이라는 책에 나온 초기이유식 1단계 식단표를 보면, 이틀 간격으로 재료를 바꾸면서 이유식을 만들도록 식단표가 나와 있다. 복주는 좀 늦게 이유식을 시작한 편이었기 때문에 나는 이틀 간격을 하루 간격으로 바꿔서 이유식을 만들어 먹였다.


먼저 쌀미음을 이틀 정도 한 후에 3일차에서는 흑미 미음으로 바꿔 준다. 흑미 미음을 이틀 동안 먹이고 그 다음에는 브로콜리 미음, 배 미음, 단호박 미음, 찹쌀 미음, 다시 흑미 미음, 브로콜리 미음, 그리고 사과 미음, 고구마 미음, 찹쌀 미음, 현미 미음, 애호박 미음, 배미음으로 이어진다. (모두 이틀씩 먹이기)


이유식을 만들 때 이유식 조리의 핵심은 '물의 농도'인데 이유식 초기1단계에서는 10배 농도, 초기 2단계에서는 8배 농도, 후기 1단계는 5배, 후기 2단계는 3배, 이유식 완료기에는 2배 농도로 물을 잡아주는 것이 좋다.


돌 전까지는 이유식에 간을 많이 하게 되면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고 나트륨 때문에 뼛속에 있던 칼슘까지 끌어낼 수 있어서, 돌 전까지는 간을 하지 않고 가능한 한 최대한 늦게 간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초기 이유식 2단계로 가면 아기에 맞춰서 1일 2회식을 진행할 수 있게 되는데, 양이 모자르다 싶으면 으깬 감자분유물이나 사과즙 같은 간식을 추가로 주는 것도 좋다고 한다.


초기유식 2단계에서는 양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먹이고 한우미역죽, 브로콜리닭살죽, 연두부당근죽,시금치바나나죽, 고구마타락죽을 번갈아가면서 준다.


재료는 곡류->채소-> 과일 순서로 바꿔가면서 먹이는 것이 아기의 알레르기 반응을 살피기에 좋다고 한다. (알레르기 반응이 적은 음식부터 순서대로 먹이기)


처음 이유식을 맛본 복주의 반응은 원더풀이었다!


"이런 맛은 처음이야~"라는 표정으로 복주는 허겁지겁 내 손을 잡고 숟가락을 자기 입안으로 끌어 당겼다.


이유식을 맛본 복주의 반응- 어서와, 이유식은 처음이지?

복주는 이유식 80mL를 순식간에 다 먹어 치웠다. (이유식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80mL로 시작해서 한 달 동안에 10~15mL 정도 서서히 양을 늘려 나가다가, 8개월에는 130mL, 12개월에는 180mL 정도를 먹이면 된다고 한다. 이유식 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쉽게 mL를 표기한 이유식 용기가 시중에 나와 있으니 이것을 이용하면 좋다.)


너무 맛있게 잘 먹는 복주를 보니, 엄마들이 이래서 요리를 하게 되는 거구나! 싶었다..(요리와는 인연이 없던 내가 아무래도 요리의 세계에 복주 때문에 입문하게 될 것만 같은 예감...)


비록 한번 이유식을 먹고 나면 이유식 의자와 식탁, 복주의 얼굴과 옷은 이유식으로 엉망진창이 되어서 한바탕 뒷정리를 또 해야 하지만 이유식을 먹이는 시간 만큼은 귀여운 복주의 먹방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복주에게 이유식을 한 입 주고, 숟가락을 내 입쪽으로 가져가면서 "얌냠~ 쩝쩝~~ 아구아구 맛있어!" 하면서 내가 이유식을 먹는 시늉을 하면 복주는 뭐가 그리 웃긴지 "꺄르르르륵~"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별 거 아닌 일에도 꺄르륵 꺄르륵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복주를 보면, 인간이란 원래 이렇게 별 거 아닌 거에도 웃을 수 있게 태어났는데 지금의 나는 왜 이토록 오랫동안 웃음을 잊어버리고 살았을까 싶어진다.


나도 복주처럼 작은 일에도 꺄르륵 꺄르륵 웃으면서 살아야지..! 복주 덕분에 잊어 버렸던 웃음을 되찾는 느낌이다.


턱받이를 하고 턱받이 위에 가제 수건을 받쳐도 이유식을 먹다보면 옷의 윗부분이 흠뻑 젖어버리고는 한다.


복주의 얼굴과 목을 씻긴 후 옷을 갈아입히려고 하면, 이때가 제일 고비이다.


윗도리 갈아입는 것을 너무나 싫어하는 복주는 윗옷만 입히려고 하면 발버둥치면서 엉엉 울어댔다.


복주를 최대한 안 울리려고 "어어어어~~ 복주의 손이 어디로 갔지~~? 요깄네~~??" 최대한 과장된 말투와 표정을 지으면서 복주를 웃기면서 손을 소매에서 잡아 빼고 겨우겨우 옷을 입힌다.


순박한 복주는 다행히 엄마의 필사적인 재롱에 울다가도 웃어준다.



행복5. 이웃집 엄마들과의 즐거운 공동육아


이유식을 먹이고 씻기고 나니 11시..


밥을 배불리 먹은 복주가 낮잠 한 숨 자고 나니 12시..


이제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웃집 엄마들이 놀러오는 시간이다.


매주 1회, 27층 아기 엄마와 5층 아기엄마, 그리고 나는 공동육아 모임을 갖게 되었다.


오늘은 8층 우리집에서 모두가 모이는 날이다.


27층 아기 엄마로부터 추석 때 남편과 대판 싸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대공감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27층 아기 엄마는 어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 같은지 모르겠다... I can't agree with you more!! )


5층 아기 엄마로부터 남편이 "엄마 말투부터 바꾸셔야겠습니다만"이라는 책을 서점에서 추천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말 예쁘게 해라'는 주문은 남편들 공통주문인가 싶어 웃음이 나왔다.


나와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는 이웃집 가정사를 듣고 있자니 내가 지금까지 남편과 갈등이 있을 때 그 갈등을 너무 '남편의 탓'으로 몰고 갔던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남녀가 가족을 이루어 살게 되면 융화되는 데 어려움과 불편함을 겪기 마련이고, 그러한 갈등은 단순히 배려심이 부족한 어느 한 사람의 전적인 탓이라기보다는 타인과 가족이라는 테두리로 들어가기 위한 어려움이자 아이를 키우는 어른이 됨으로써 겪을 수밖에 없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인데, 그동안 내가 결혼에 당연히 따를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너무 인정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우리 남편이 아니라 다른 남자를 만났어도 비슷한 갈등을 겪기 마련일 것이고, 갈등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맞춰가기 위해 서로를 깎고 깎이는 과정일 따름인 것이다. (물론 엄청나게 착하고 배려심이 넘치는 태평양처럼 넓은 그릇을 가진 남자를 만났다면 다를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효리 언니처럼 외모나 직업은 제쳐두고 오로지 '인성' 스탯 하나에 몰빵해서 사람을 찾았어야 하거나 전생에 나라를 구할 정도로 운이 아주 좋았어야 했겠지 싶다..)


나와 비슷한 갈등을 겪는 제3자의 갈등 이야기를 들여다 봄으로써 오히려 나와 남편의 갈등이 더 객관적으로 보이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아기엄마들과의 대화는 힐링 그 이상의 순기능이 있었다.


아기엄마들과의 대화는 그칠 줄 모르고 쉴 새 없이 계속되었다.


각자 서로 다른 브랜드로 아기 전집을 사서 돌려보자, 이번주 주말에 남편한테 아기를 맡기고 시티뷰가 보이는 전망 끝내주는 27층 집에서 여자들끼리만 오붓하게 맥주 한잔 하자, 나중에 다같이 가족 동반 여행도 가고 캠핑도 가자, 부동산 올라서 다른 상급지로 이사 가기도 글렀는데 이 동네에서 계속 아기 키우면서 정보 공유하고 살자


등등 새로운 모의와 계획이 넘쳐 흘렀다.


서로의 아기 동영상을 찍어주기도 하고, 아기를 재워서 옆에 나란히 누이기도 하면서 (세 아기가 동시에 잠들어서 누웠을 때에는 어찌나 귀엽던지.. 신기하게도 아기들은 다른 아기 옆에 있을 때 더 아기 같고 귀엽다.) 언제나 남편 오기만을 하염 없이 기다리던 오후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 네 시가 되었다.


반나절이 즐거운 공동육아 속에서 순삭되고, 손님을 맞아 피곤했던 복주가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동안 나 역시 밀려 있던 웹툰을 보면서 휴식을 취했다.



행복 6. 엄마아빠 재롱에 웃어주는 아기



PM 5:10


낮잠에서 일어난 복주와 다시 놀아줄 시간이다. 또다시 배밀이 연습을 시켜 본다.


3일만에 배밀이가 익숙해진 복주는 이제 놀이매트 끝에서 끝까지 순식간에 기어갈 수 있게 되었다.


배밀이를 하다가 피곤해진 복주가 칭얼대면 복주를 유모차에 앉히고 '엄마표 재롱'을 보여준다.


동요를 틀고 노래를 불러주면서 복주 왕자님을 위 신나게 춤을 춰주는 나..!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랏!!"


그러면서 춤추던 동작을 순간 정지를 하면 복주는 이게 그렇게도 웃긴지 또 꺄륵꺄륵꺄르르륵 웃음보가 터졌다.

유모차에 앉아 엄마의 재롱을 관람하는 복주

웃는 복주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이 노래를 무한반복해서 세 번쯤 춤을 추다보면 힘들어서 현기증이 난다.


남편...!! 제발 빨리 와줘...!!



PM 6:00


오늘도 남편은 칼퇴근을 해주었다.


그래, 핑계 대면서 칼퇴근을 잘 안 하는 남편들도 많다는데 매일 칼퇴근하는 우리 남편, 아주 칭찬해~~!


남편에게 오늘 아기 엄마들과 떨었던 수다 중 제일 재밌는 엑기스 부분만 얘기하면서 엄마들 대화의 재방송을 해준다.  


아침에 배달왔던 도시락을 다시 전자렌지에 데우기만 해서 초간단하게 저녁을 차리고 오붓한 식사를 즐긴다.


복주는 요즘 배밀이를 하면서 이것저것 매트 위의 장난감을 돌아가면서 탐색을 하다보니 혼자서도 놀 수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평화롭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남편이 아기를 데리고 목욕하러 들어간다.


복주를 목욕시키는 욕실에서 복주의 꺄르르륵하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목욕할 때의 귀여운 복주♡


아기가 태어난 뒤로, 남편과의 관계에서 '남편이 아기를 대하는 방식'이 우리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변했다.


남편이 나에게 쌀쌀맞게 대하는 것은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아기를 거칠게 대해서 울리면 그렇게 화가 날 수가 없고


남편이 나에게 다정하고 상냥하게 대하는 것은 좋긴 해도 엄청난 감동까지는 없는데, 남편이 아기를 재밌게 해주고 잘 놀아주어서 아기가 꺄르륵 웃게 되면 우리 남편 최고! 남편 짱!! 하는 마음으로 더 감동하고 남편에 대한 사랑도 뿜뿜하게 된다.


지난번 나의 강권으로 인해 나의 육아일기 중 '엄마가 우울함에 빠지게 되는 과정' 편을 보게 된 후, 남편의 마음에 뭔가 변화가 생겼는지 요즘은 조금 더 아기와 열심히 놀아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아기를 웃게 만드는 남편의 모습이 참 좋다.


 매일매일 이런 모습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모습이 아닐 때에도 남편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우리 남편을 미워하지 말도록 해야지..



행복7. 아기의 취침 후 보내는 여가시간


PM 7:40


매일 밤 9시 넘어서 자던 복주가 오늘은 웬일로 일찌감치 잠에 들었다.


엄마가 열심히 개구리 점퍼루, 졸리점퍼, 배밀이를 돌아가면서 시킨 나머지 운동을 많이 해서 진력이 다하고 골아떨어졌는지, 나와 남편은 일찌감치 찾아온 조기퇴근에 '얏호~"를 외치면서 요즘 한참 정주행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갯마을 차차차"를 이어서 틀었다.


랄랄랄랄라~ 로맨틱 썬데이~  랄랄랄랄라~ 잇츠어 뷰티풀 앤 샤이닝 데이~~~


향그러운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듯한 발랄한 OST를 들으면서 아름다운 바닷가의 정경을 보고 있자니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여행은 못가지만 이런 식으로 대리 여행을 가고, 연애는 (이제 영원히ㅠㅠ) 못하지만 이런 식으로 달달한 로맨스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한다.


신민아와 김선호의 풋풋한 썸과 달달한 사랑의 시작을 보고 있자니, 나와 남편도 저렇게 설렘 가득하게 사랑을 시작하던 때가 있었지 싶어진다.


드라마 속 홍반장이라고 결혼하면 다를까? 결혼하면 다 똑같겠지 뭐~~  싶어지기도 하고, 어우 저렇게 뭐든지 다 잘하는 남자 만나면 진짜 세상 든든하겠다 싶기도 하고 그렇다.


보라 엄마, 윤경이가 아기를 낳는 13회는 어쩜 그리도 엄마로서 대공감되는 에피소드 천지인지 모르겠다. (출산하고나니 드라마에서도 더더욱 많은 것들이 보이고 공감되는 신기한 시야의 변화~!)


아기 낳으면 바빠지니까 어디 데이트라도 하러 가자고 하는 윤경이에게 가긴 어딜 가냐고 집에서 쉬라고 하는 금철이..


출산 전 주말에 남편과 오붓한 데이트하는 것을 좋아했던 나와 어떻게든 집에 붙어 있으려고만 하는 집돌이 남편을 보는 것 같았다.


가끔은 데이트하면서 연애 때의 달달한 느낌을 갖고 싶어하는 마누라의 마음을 왜 그렇게 몰라주는 거니~~!


윤경이 만삭의 몸으로 풀어진 운동화 끈을 보고 "자기야, 나 운동화 끈 좀 묶어줄래?"라고 요청했더니 남편인 최금철이 "나 지금 물 마시는 거 안 보여?"라고 띠껍게 대답을 했는데, 그 장면에서 남편이 "어? 저거 완전 내 말툰데?"라고 말해서 웃음이 터졌다. (그래도 알긴 아네?)


지금 나 물마시는 거 안 보여?

매몰찬 대꾸와 이어지는 "빨리 아기가 나와야 자기가 편해질텐데"라는 남편의 말서러운 눈물이 터진 윤경이, "애가 쉽게 나오는 줄 알어? 내 몸을 찢고 나오는 거야. 온 몸의 뼈를 마디마디 한번 부쉈다가 다시 맞추는 느낌이라고! 그 몸으로 새벽 수유하는 게 어떤 건지 알아? 그렇게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 갈고 근데 뭐? 낳으면 편해져?"라고 울부짖었고, 그 말을 듣고 있자니 어찌나 공감이 가고 눈물이 나던지..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겪어본 여자들은 다들 느끼는 것이겠지만, 태어나는 생명이 경이롭고 사랑스럽기는 해도 내 몸의 변화와 아픔을 받아들이는 것이 또 쉽지만은 않다. 그런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야속한 남편을 향한 보라 엄마의 대사는 이 세상의 모든 산모들을 대변하고 심금을 울리는 처절한 절규와 같았다.


내가 복주를 낳은 직후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몸조리를 도와주러 와달라는 나에게 "내가 왜 꼭 필요한데?"라고 말했던 야속한 남편이 불현듯 생각이 나서 남편을 갈궜다.


"어휴.. 예전에 사과했잖아~ 왜 또 그래! 멀쩡히 드라마 잘 보다가...!"


"임신 출산 장면 보니까 갑자기 또 생각나..! 그때 사과가 충분하지 못했어. 자, 이제 내가 그때의 앙금을 영원히 털어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줄게..! 지금부터 내 말을 따라해봐."


"알았어."


"그때 네가 부르는데 내가 오지 않아서"


"그때 네가 부르는데 내가 오지 않아서"


"얼마나 네가 서럽고 외로웠을지 모르겠어. 정말 미안해."


"얼마나 네가 서럽고 외로웠을지 모르겠어. 정말 미안해."


"다신 그러지 않을게."


"다신 그러지 않을게."


뾰로퉁해진 입으로 그래도 다시 한번 내 말을 따라해 주는 남편을 보면서 평생 사골국처럼 우려먹으리라 생각했던 앙금을 거의 다 털어낸 것 같았다.


"그래도 이렇게 같이 드라마 보면서 하하호호 웃고 아기의 재롱 보면서 하하호호 웃을 수 있는 것은 남편뿐이네.."


"당연하지. 나도 마누라 뿐이지."  


"나의 베스트 프렌드이자 육아동지인 우리 남편, 오늘도 내일도, 계속 잘 지내보자!"


"잘 지내보자!"


그렇게 평화로운 하루가 저물었다.




누구에게나 결혼과 육아에 따른 고난은 있다. 그 고난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고난은 변장하고 온 축복이 되기도 하고 헤어나지 못하는 파멸의 늪이 되기도  것이다.


벼랑 끝에 핀 꽃을 찾는 마음으로 고난 속에 숨은 축복을, 힘든 육아 속에 숨은 행복을 찾으며 살아보 한다.


벼랑 끝에 핀 꽃은 그 강한 생명력과 희소성 때문에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갯마을 차차차의 감리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마따나, 잘 둘러보면 행복은 일상 곳곳에 있고 잘 둘러보면 막 귀한 것 투성이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좋은 풍경 많이 보고 웃으면서 살면 그것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짧은 인생, 매일매일 오늘처럼 행복하게 살다가 죽기 전날 "소풍 잘 다녀왔다"라고 인생을 회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귀천'-


이전 24화 같은 아파트의 아기 엄마 친구를 사귀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