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녀온 후, 그동안 마음 아파서 조금 시도해보다 말았던 퍼버법을 다시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사실 임신했을 때 EBS 다큐프라임의 '잠'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프랑스 아기들은 따로 자면서 스스로 잠이 드는 독립심을 가진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었고, 아기를 낳으면 독립심 있게 재울 거라고 많은 다짐을 했었다.
이렇게 스스로 자는 아기들이 평균적으로 발육도 더 좋고 성인이 되어서도 푹 잠을 잘 자는 습관을 가진다고 했던 것, 아기들은 여러 개의 잠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나타나는데 사이클과 사이클 사이에 잠이 깼다가 스스로 잠이 드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부모가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 등의 말이 기억에 특히 남았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한번 독하게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퍼버법을 시작했다.
아기가 너무너무 무거워져서 이제 더 이상 안아서 재우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번 4개월 문진에서도 우리 아기는 4개월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발육을 보여주어 의사선생님을 놀라게 했다. 2개월 때 병원에 갔을 때도 의사선생님이 "예? 얘가 2개월이라고요? 왜이렇게 커요?"하면서 놀라셨는데, 이번에도 역시 발육 상태에 놀라셨다.
4개월된 복주의 키와 몸무게는 66cm, 8.7kg이었는데 각각 상위 15%, 3%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의사선생님은 "돌 아기 평균이 10kg 정도인데, 지금 8.7kg이니까 얼마 안 남았죠? 돌까지 최대한 몸무게를 안 늘린다는 생각으로 먹는 걸 조절해 주셔야 해요. 안 그러면 소아비만에 걸릴 수 있어요."라고 하셨고,
안 그래도 복주의 몸무게가 늘 걱정이었던 나는 4시간이던 수유텀을 거의 5시간까지 늘려서 하루에 다섯 번 정도만 먹이게 되었다. 먹을 때에도 조금만 배불러 하는 것 같으면 가슴을 빼서 수유를 중단했고 한 텀에 가슴 한 쪽만 먹이려고 노력했다. (복주가 더 먹겠다고 칭얼대면 더 주었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빼 버렸다.)
이렇게 노력하니까 요즘은 그나마 몸무게가 정체기인 것 같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또 몸무게가 슬쩍슬쩍 늘어나고 있어서 고민이다.
오동통통한 복주의 얼굴을 보면 귀엽기도 하지만, 어마어마한 살에 파묻혀 잘생긴 미모가 가려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정말로 소아비만이 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튼실한 팔과 다리, 이중턱을 가진 포동포동 복주ㅠㅠ
또 이렇게 덩치가 커버린 복주는 매번 안아서 재워주기에는 넘나 무거워져 버린 것..
복주를 보면 아기장수 우투리 전래동화가 생각나고는 했다. 아기인데도 힘도 세고 덩치도 컸던 아기 장수 우투리..!!
남편은 우투리 같은 복주를 안아 주다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녔고, 나도 어깨가 부서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복주의 덩치는 "어머니, 아버지! 소자 이제 그만 혼자 자러 들어가겠나이다."라고 말한 후 씩씩하게 혼자 자도 괜찮을 것 같은 덩치였지만, 아직 4개월밖에 안 된 아기였다.
복주가 저런 말과 사고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려면 아직 너무나 긴 시간이 남아 있었다.
복주는 매일 매일이 '오늘이 가장 가벼운 날'이었고, 나는 점점 더 무거워지는 복주를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안아서 재워야 한다는 게 무서워졌다.
수면교육 책을 정독하다
수면교육 책으로 정말 많은 책들을 읽었다.
베이비 위스퍼, 프랑스 아이처럼, 엄마랑 아기랑 밤마다 푹 자는 수면습관, 꿀잠 자는 아이, 똑게육아올인원, 신이진의 아이심리백과, 느림보 수면교육..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내용들은 다음과 같았다.
1. 일정한 수면의식을 일정한 시간에 해라
2. 아기가 완전히 잠들기 전에 등을 바닥에 대고 혼자 잠드는 훈련이 되도록 기회를 주어라
3. 아기가 운다고 바로 반응하지 말고 좀 기다려라(헛울음이나 금세 그치는 모든 칭얼거림에까지 전부 다 반응하지 않기)
하지만 그런 것만으로 아기가 등을 대고 자는 습관을 '울리지 않고' 만들기는 어려웠다.
퍼버법의 시도
아기가 졸려서 칭얼칭얼대기 시작할 때 일단 아기를 눕혔다.
등을 대고 누운 아기는 칭얼칭얼 대다가 칭얼대도 엄마가 안아주지 않으니 울음을 터뜨렸다.
울음이 멎기를 기다려 보지만 당연히 계속 울기만 한다.
나는 조금 토닥이고 말걸어주다 돌아가는 퍼버법은 마음이 편치 않아서 도저히 하기 힘들어서, 수유하기와 안아주기를 제외한 모든 달램을 계속 시도하는 변형 퍼버법을 시도했다. (어쩌면 퍼버법이라고 볼 수 없을지도..?)
아기의 등을 토닥이는 것은 물론, 쉬~~ 소리 내기, 머리 쓰다듬기, "엄마 여깄지~~ 엄마 여깄지~~"하면서 말 걸기, 옆에서 같이 누워서 살 맞대기, 뽀뽀하기 등등등..
그래도 아기는 울고 울고 또 울었다. 거의 20분을 아기 우는 것을 참아내다가 이렇게 또 실패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할 즈음, 남편이 "내가 해볼게!"라고 나섰다.
남편의 새로운 시도
남편은 자기가 안지 않고 재워보겠다면서 가서 쉬라고 말하고 방문을 탁 닫았다.
나는 핸드폰을 보면서 남편을 기다렸다.
20분 정도 재워보다가 남편이 또 실패하면 그냥 내가 안아서 재워야겠다 생각하면서..
그런데..
5분만에 방문이 열리더니 남편이 나왔다.
"복주, 잠들었어~"
엥?!!
복주는 정말로 잠들어 있었다.
"아니,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남편은 뿌듯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복주가 지 엄마 닮아서 안마를 좋아하더라고." (남편은 매일밤 잠들기 전 15분 동안 복주를 보느라 온 몸이 쑤시는 나를 위해 안마 및 마사지를 해주고는 했다.)
남편은 복주의 등을 안마하듯이 주먹 쥔 손으로 이곳저곳 다다다다다다 두들겨 주었는데, 복주가 그렇게 잠이 들었다고 했다.
나는 어쩌다 얻어 걸린 1회성 이벤트이겠지 싶었지만, 다음날도 등 안마는 효력을 발휘했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침에 일어나 놀던 복주가 낮잠을 자고 싶어할 때, 나는 남편이 가르쳐 준 대로 안마를 해보았다.
그랬더니, 세상에~! 마상에~!
아기가 5분만에 잠이 들었다!
올레!!!
나는 감격했다.
복주는 그 다음 낮잠도, 그 다음 낮잠도 안마를 받고 조금 칭얼대다 잠들었다.
나는 꿀같이 편한 하루를 보냈다. 게다가 가장 잠투정이 심한 밤잠까지 안마를 조금 받다 잠들어 주었다.
"우리 남편~! 혹시 천재 아냐~?"
나는 남편을 한껏 추켜 세워 주며, 빠르고 쉽게 육아퇴근한 것을 남편과 자축했다.
기적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이어졌다.
그런데...
수면교윸 성공 3일만에 나와 남편이 함께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면서 복주를 어머님께 맡긴 그날, 위기가 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