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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주 엄마 Sep 13. 2021

Again 수면교육(3)

모든 것은 아기님의 뜻대로..

나와 남편이 건강검진을 가던 날, 시어머니께서 집에 오셔서 반나절 동안 아기를 봐주시게 되었다.


어머님께 아기가 졸려 하면 등안마를 해달라고 부탁드리기도 겸연쩍고, 부탁드린다고 해도 아기가 낯선 재움 속에서 쉽게 등안마로 잘 것 같지도 않고 해서 아무 말 없이 다녀오게 되었다.


어머님이 봐주시는 동안 다행히 복주는 칭얼대지 않고 얌전히 놀다가 어머님이 포대기로 업어주시자 바로 잠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가 돌아오자 어머님은 복주가 너무 순하고 착하고 얌전다하면서, 이런 아이라면 열 명은 키우겠다고 하셨다.


"오오, 우리 복주~ 얌전하게 놀았구나~~"


우리는 복주를 대견해하며 웃었다.



그러나..


다음 낮잠 시간, 복주는 어찌 된 일인지 등안마로 자려고 하지 않았다.


잠깐 어부바로 재워서 다시 수면교육이 리셋된 것인지, 그냥 등안마에 때마침 질려 버린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여기서 잠깐! 복주를 재웠던 등안마의 구체적인 방법~!


1. 뒤집기 방지 쿠션의 베개 위에 복주를 올린다.

2. 등이 침대에 닿은 복주가 울면서 뒤집기 할려고 옆으로 돌아 누운다.

3. 돌아 누운 복주의 몸이 뒤집기 방지 쿠션에 막혀서 옆으로 누운 채 고정된다.

4. 이때 내가 잽싸게 옆에 누워서 복주와 방향을 같게 한 다음 안마를 시작한다.

5. 주먹 쥔 양손의 옆부분으로 어르신들 등 안마를 해드리듯이 두두두두 안마를 한다.

복주의 등안마를 하는 나

6. 쪽쪽이의 도움도 함께 받는다.

7. 아기의 반응을 보면서 백색 소음도 같이 내주고 안마의 강도를 조절하면서 한다.

8. 아기가 울음을 그치고 잠이 들락 말락하면 안마의 강도를 내리면서 토닥토닥으로 바꿔준다.

9. 아기가 완전히 잠들면 수면등을 끄고 방에서 나온다.


이렇게 복주의 등을 안마해 주다보면 복주의 작은 등이 마치 어르신의 등처럼 크게 느껴지고는 했다. (복주가 아기이지만 나름 덩치가 있어서 그런걸까..?)  


'내가 원할 때 자겠노라'라고 굳건히 말하는 듯한 엄숙한 보스의 포스가 풀풀 풍기는 복주의 등...!!


'어서 자십시오, 왕자님~~'이라고 주문을 걸면서 나는 처연하게 등을 두드리고 또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등안마가 먹혀 들어갔던 3일 동안 위의 방법을 쓰면 복주는 5분~10분 안에 잠이 들고는 했다.


그런데 오잉??


건강검진을 다녀온 후부터 20분 넘게 아무리 안마를 해줘도 복주는 목이 쉬어져라 울기만 할 뿐 자려고 하지 않았다.


날 안으라고 땡깡 부리면서 우는 복주..

그 다음 밤잠을 재울 때도 마찬가지였고,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복주를 쉽게 재웠던 수면교육 성공은 3일천하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사라진 무지개여! 하룻밤 신기루여! 일장춘몽이여!!

허공 중에 흩어진 기적이여! 두드려도 재워지지 않는 아기여!

영원이 지속되었으면 했던  안마의 효과는 끝끝내 마저 지속되지 못하였구나.
 같았던 기적이여!  꿀 같았던 기적이여!

무너진 어깨로 슬피 울어 본다.


나는 김소월의 '초혼'을 읊는 듯한 마음으로 사라진 등 안마의 효과를 아쉬워 했다.


그후 나는 최대한 나의 어깨를 사수하기 위해 아기가 정말 정말 졸린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아기띠로 안아 재웠다.


아기가 너무 졸려서 칭얼대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최후의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아기띠로 재우면 10분 안에 재울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어깨를 최대한 사수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역시 30분 넘게 아기띠로 안아 줘야 잠들기도 했고 아무리 짧게 안아준다고 해도 역시 안아주는 것은 힘들고 무겁기는 했다.


그래도 아기띠로 아기를 재우는 것의 장점도 있었다.


바로 귀여운 복주와 눈을 마주치는 경험을 실컷 할 수 있다는 것..!


아기띠에서 바라본 복주♡

아기띠 안에서 복주와 눈을 마주치고 복주가 생긋 웃어주면 나의 눈동자는 사랑에 빠진 하트 모양이 되어서 꿀을 뚝뚝 떨어뜨렸다.


그럴 때면, "그래.. 평생 안아주는 것도 아니고 이것도 언젠가는 끝날텐데 걍 안아주자~" 싶었다.



그러다 어느날, 친한 언니에게서 유모차로 아기를 재우는 방법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어휴~ 어떻게 맨날 안아서 재워. 손목이랑 어깨 다 나가. 유모차로 재워~ 난 세 살까지 맨날 그렇게 재웠어."


그러나 유모차 가격도 비싸고 집에 짐이 더 느는 게 싫어서 계속 망설이기만 하고 안 사고 있었는데..


복주의 잠투정이 극에 달해서 아주 오랫동안 아기띠로 재우던 어느날 밤, 나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유모차를 쿠팡 로켓배송으로 주문하고 말았다. (조금이라도 싸게 살려고 반품되었던 리퍼브 제품으로 샀다.)


주문하기 전에 시범 삼아서 산책용으로 쓰던 물려 받은 스토케 유모차에 복주를 태워서 공원에 나갔더니, 공원을 도는 동안 복주는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유모차를 사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구매로 마음이 기울어지던 중 복주의 잠투정에 질려서 결국 유모차를 지르고야 말았다.


유모차의 종류는 친한 언니가 추천해 준 '타보 베이직 트랩 휴대용 유모차'!


실내에서 쓸 것이다보니 야외에서 구르던 것은 쓰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느 때처럼 당근으로 사지도 못하고 새것을 사게 되었다. 로켓배송이라 유모차는 주문하자마자 바로 다음날 도착했다.


'이렇게 또 하나 아기 용품이 느는군.. ㅠㅠ'


그래도 돈 아깝지 않게 복주는 유모차를 아주 좋아해 주었다.


유모차에 앉히면 시야가 탁 트여서 그런지 보채지도 않고 잘 앉아서 혼자 놀아 주었다.


복주를 유모차에 앉힌 후 노래를 틀어주면 흥에 겨워서 쿵짝쿵짝 다리를 흔들며 예사롭지 않은 스텝을 보이며 춤을 추는 복주를 볼 수 있었다.


유모차에서 다리 춤을 추는 복주

그동안은 남편과 내가 번갈아가면서 밥을 먹어야 했는데, 유모차를 산 뒤로는 복주를 유모차에 앉혀서 식탁의자 옆에 두고 조금씩 흔들어주면서 말 걸면 복주가 보채지 않아서 오랜만에 남편과 동시에 함께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유모차는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위안했다.


왜냐하면 복주가 유모차에서도 잠을 자지 않았기 때문에...ㅠㅠ


유모차가 왔던 첫날은 복주가 아주 긴 꿀잠을 유모차에서 자주었다.


유모차에 태워서 집안을 조금 어슬렁 거렸더니 금세 잠에 빠져든 다음 낮잠을 두 시간 반이나 자주었다.


그걸 보고 또 한번 의미 없는 "올레!!"

를 외치며, 유모차에서는 뒤집기를 하지 않으니 오래 자는구나~~ 했는데..


유모차에서 복주가 잠을 자는 것은 안마보다도 짧은 2일 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우리 아기는 새로운 재우는 방법을 쓰면 "어머? 이건 뭐지?"하고 한번 잠들어 주다가도 2~3일만에 쉽게 질리는 스타일인가 보다.





이렇게 수면교육을 시작해 본 지 약 3주 후..


수면교육에 성공하면 브런치에 수면교육 성공기를 써야지 하고 미루고 미루면서 못 쓰다가 결국 실패 후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될 무렵, 이렇게 수면교육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마음이 독하지 못해서 수면교육에 실패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면교육을 하느라 복주가 엉엉 울다 목이 쉬어지고, 복주의 긴 속눈썹이 눈물로 흠뻑 젖어 있는 것을 볼 때면 불쌍하고 마음이 찢어져서 수면교육을 무리하게 진행할 수 없었다.


복주가 낙상 사고를 겪었을 때에는 복주의 건강만이 나의 유일한 소원이라고 소박한 마음을 가졌으면서, 그때로부터 얼마나 지났다고 이렇게 욕심쟁이가 되었나 하면서 수면교육을 모질게 이어나가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브런치에 이 글을 다시 쓰면서, 예전에 등 안마로 3일 간의 기적을 보았던 행복한 기억이 다시금 생각나 '수면교육(1)'을 쓰던 날 밤에 다시 등안마로 재우기를 시도해 보았다.


랬더니 3주만에 오랜만에 시도해서 안마가 다시 새로워졌는지, 놀랍게도 복주 이 녀석이 울지도 않고 다시 안마로 쿨쿨 잠이 잘 드는 거였다.


예전에는 그냥 안마만 했는데, 이번에는 안마에 더해서 백색소음으로 '아아아아아~~~~~~'같은 울림 소리를 내주었는데 그게 효과가 있었던 걸까? (아아아아아~~ 이 소리를 작고 울림 있게 깔아서 마치 MC스퀘어의 소리 같이 들리게 해주었다.)


현재 안마로 무사히 아기를 계속 재운 지 오늘로 3일째인데, 또다시 3일 천하로 끝나게 될지 아니면 이번에는 쭉 이어질지 나 역시 참으로 궁금하다. (이번에는 그래도 실망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비우고 지켜보고 있다.)


수면교육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부모가 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되어 있고, 수면교육의 성패는 결국 전적으로 아기님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아기가 맘마를 먹는 양도, 어떻게 잠을 자는지도 결국에는 아기가 선택하는 것 같다.


수면교육을 위해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했는데도 엄마와 아이 모두 편안한 수면습관을 만드는 데 실패할 수도 있다.


엄마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아기를 원하는 대로 무조건 끌고 가기는 어려울 수 있고, 엄마는 아이의 인생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에게 그저 방향을 제시하고 옆에서 도와주는 인생의 가이드일 뿐이다.


부모가 이끄는 것도 물론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는 있고 어떤 아기들은 부모가 이끄는 대로 그대로 잘 따라주기도 하겠지만..


우리 복주처럼 소신 있고 고집이 센 아기의 경우에는 보스 베이비가 최종적으로 허락을 해줘야지만 부모가 원하는 바람대로 끌고 갈 수가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은 보스 베이비의 뜻대로..

나중에 복주가 자라서 공부를 시킬 때에도 마찬가지겠지 싶다.


내가 복주에게 아무리 공부를 위한 좋은 환경 제공해주고 동기부여를 해주려고 해도 결국 공부를 직접 하는 것은 복주이기 때문에 복주가 원해야만 가능한 것...


수면교육이든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아기를 바꿔 보려다가 실패한 부모들이 '내가 너무 부족해서 실패한 거야'라고 자책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식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다'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 태어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기에게 더 좋은 방향을 알려주기 위해 오늘도 조금 노력하고 내일도 조금 노력하는 것을 잊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얘기하고 싶다.


복주에게 좋은 것이 있다면 물론 그 방향으로 이끌어주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복주가 따라오지 못하고 너무 힘들어할 경우에는 강요하지 않는, 중도를 걷는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를 계속 키우다보면 끝없이 이렇게 교육하는 게 맞는지, 내 뜻대로 강행해도 될 지 아이에게 맞춰 줘야 할지, 아이에게 끌려 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될 때가 겠지 싶다.


수면교육은 그러한 무수한 고민의 첫 시작을 내게 맛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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