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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주 엄마 Sep 10. 2021

Again 수면교육(1)

아기 재우는 로봇 어디 없나요?

아기가 4개월이 되었을 때 정기검진을 하러 갔다.


문진표를 작성하면서 알고는 있었지만 하기 귀찮아서, 혹은 하다가 포기해서 못하고 있던 수면교육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문진표의 수면교육 항목


1) 아이를 바로 눕혀 재웁니까?

2) 아이의 납작머리를 예방하고 발달을 촉진하기 위하여 깨어 있을 때는 엎드려 놀게 합니까?

3) 아이가 부모와 같은 잠자리(침대, 요 등)에서 함께 잡니까?

4) 아이에게 젖이나 분유병을 물린 채 안거나 흔들어 아이가 깊이 잠든 후에 잠자리에 눕힙니까?

5) 아이를 재우기 전에 목욕, 마사지, 자장가, 책 읽기 등의 규칙적인 행동을 합니까?

6) 아이가 자다가 깨면 젖이나 분유병을 물려 재웁니까?


이 항목들에 대한 바람직한 정답은

1) 예  2) 예 3) 아니오 4) 아니오 5) 예 6) 아니오

이다.


잘 때는 바로 눕히고(이때, 자다가 뒤집어 엎드려 자면 그냥 내버려 두기) 놀 때는 엎드려 놀리기,

영아돌연사증후군 방지를 위해 부모와 같은 침구에서 자거나 푹신한 방석, 이불 두게 하지 않기,

안거나 먹이면서 재우지 않고 잠자리에 내려 놓아 스스로 잠들게 하는 습관 가지도록 하기,

아이가 깨서 울더라도 젖이나 분유병을 빨다가 잠들게 하지 말고 스스로 다시 잠들게 도와주기,

날마다 일정한 수면의식을 해서 재우기


책에서 이미 지겹게 본 얘기들이었고, 실천하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했지만 '스스로 잠들게 하기'만큼은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가능하지가 않았다.


아기를 잠자리에 눕혔을 때 아기가 스스로 잠든다?


정말이지 나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였다.


졸려서 칭얼칭얼대는 아기를 안아주지 않고 똑바로 눕히면 아기는 안아줄 때까지 목청을 높이면서 고래고래 울었다.


아기를 누워서 재워보기 위해 쉬닥법, 안눕법, 퍼버법 다 써 보았지만 수면교육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여기서 잠깐! 수면교육의 3대장을 소개해 본다.


쉬닥법

등을 토닥토닥하면서 '쉬~~~~' 같은 백색소음을 들려주어서 재우는 방법


안눕법

침대에 눕히고 울면 안아주다 그치면 다시 눕히기를 반복해서 재우는 방법


퍼버법

아이가 울다가 잠드는 시간을 어느 정도 정해놓고, (예를들어 3분) 정해진 시간이 지날 때까지도 아이가 운다면 그때 아이에게 안아주거나 수유하는 것을 제외하고 달래주다가 다시 자리를 비워 아이가 스스로 잠들게 만드는 수면교육 방법. 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은 점차 늘려나가며 수면교육을 한다.


귀여운 복주를 울리는 것이 너무 싫어서 퍼버법만은 되도록 쓰지 않고 쉬닥법+안눕법 콜라보로 인내심을 갖고 아주 오랫동안 시도를 했으나, 복주는 완전히 잠들지 않았을 때 등을 바닥에 대면 "아쫌!!! 내가 싫다고 그랬지!!!! 안아서 재우랬지!!!!"라고 항의를 하는 듯이 꺼이꺼이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에는 아기띠에 복주를 안고 좌우로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해주면서 토닥토닥 해주어야지만 "오, 그래~! 바로 이거야! 내가 원하던 게 바로 이거라고!!"라고 말하는듯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금세 잠이 들었다.


아기를 재우는 것은 하나의 종합예술 행위라고 볼 수 있었다.


적당한 온도와 습기, 잠이 들 만한 은은한 조명에 빛이 들지 않는 방,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르는 나른한 자장가, 엄마가 풍기는 살냄새, 아기의 칭얼거림이 말하는 작은 요구에 민감한 센서처럼 반응하면서 살살 흔들었다 토닥토닥했다 위로 흔들었다 옆으로 흔들었다 하면서 칭얼거림을 잦아들게 만드는 섬세한 움직임...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졌을 때 아기님은 비로소 눈을 감고 잠에 빠져 들었다.


아기를 재울 때마다 수없이 생각했다.


만약 '아기를 재우는 로봇'이 있다면 엄청나게 팔릴 것이라고..


아기가 가장 잘 자는 움직임을 AI가 딥러닝을 통해 학습해서 최적의 움직임을 제공하고, 로봇의 몸체는 사람의 실리콘처럼 한 없이 부드러운 재질로 이루어져 아이의 몸을 자궁처럼 포근하게 감싸고, 엄마의 모유를 담아 수중기로 분사하면서 은은한 엄마 냄새를 만들어준다면..


그렇게 아기를 재워주는 기계가 있기만 하다면..


한 5백만 원 정도까지는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고(나중에 당근에 내다 팔면 2백 정도는 건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ㅋㅋ ) , 이런 로봇만 있으면 아이를 두 명도 더 낳을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중에 이런 로봇이 정말로 나온다면 아마 베이비 시터를 쓸 때에도 이런 로봇을 집에 갖추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베이비 시터 가격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생각들이 내가 복주를 안고 잠들기까지 자주 해보는 달콤한 상상의 나래이다.

(그래서 아기 재우는 로봇은 언제 출시된다고??)


 

하여간 나는 여러 방식으로 아기를 스스로 잠들게 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으나 그럴 때마다 아기는 잠들지 못한 채 하염 없이 시간만 흘러 헛수고로 돌아가고는 했다.


피곤에 쩔은 내가 결국 백기를 들고 나 살자고 빨리 재울 수 있는 '안아 재우기'로 아기를 재워버리고 나도 쉬는 길을 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건강검진 문진표를 작성하면서 내가 잘못된 수면 습관을 강화하고 있다는 각성이 확 들면서, 역시 다시 수면교육을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정말 독한 마음을 먹고 아기를 재워볼까 싶어졌다.


계속 이렇게 아기가 스스로 잠이 들지 못하니 중간에 잠에서 깼을 때에도 다시 스스로 잠들지 못하고 우는 것 같았다.


복주가 스스로 잠들면서 푹 자는 습관을 들여야 복주 스스로에게도 편하고 키도 쑥쑥 잘 클 것 같아서 이번에야말로 정말 독하게 수면교육을 해 보리라 벼르면서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복주의 수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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