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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주 엄마 Aug 22. 2021

아기를 웃게 하는 방법

엄마는재롱둥이

아기가 백일이 넘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 꺄르르르~ 소리를 내서 웃는 함박 웃음꽃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는 귀여운 미소를 지었는데, 이제는 자기가 보기에 재밌어 보이면 "에헤헤헤헤헤~~", "꺄르르륵"하면서 '웃음 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복주를 웃게 하는 데 진심인 남편

처음 아기의 웃음소리를 내게 만든 것은 남편이었다.


어느날 남편이 내게 "자기야! 빨리 와봐~~!! 복주가 소리 내서 웃어~!!"라고 다급하게 외쳐서 달려갔더니,


남편이 아기의 양손을 자신의 양볼에 갖다 대고 "아빠빠빠빠빠빠~~" 소리를 내면서 톡톡 치고 있었다.


아기는 그런 아빠가 웃긴지 "아하하하하핳"하면서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처음 아기가 '웃음 소리'를 터뜨리는 것을 보고 나와 남편은 깊은 감명을 받았고, 그후 아기의 이 천금 같은 웃음소리를 한 번이라도 더 들을려고 필사적으로 여러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자의 필살기를 조금씩 개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함께 아기를 보던 남편이 내게 내기를 제안했다.


"우리 오늘 복주 웃기기 시합해볼까? 더 오랫동안 더 크게 아기를 웃게 만든 사람은 쉬고, 진 사람은 혼자서 앞으로 한시간 동안 복주를 돌보는 거야."


"콜!"


주양육자인 나는 당연히 내가 이기겠지, 라는 자신만만한 마음으로 남편의 도전을 수락했다.


남편은 나에게 으름장을 놓으며 말했다.


"내 전매특허는 따라하지 마라. 네가 개발한 방법만 써라~ '링' 그거 하든가.."


링....


그것은 무엇이냐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영화 그 '링'이 맞다..


영화 '링'의 명장면, TV 귀신

내가 "엄~마~! 엄~마! 엄~마~! 으어어어엄마!"라고 저음을 쫙 깔면서, 영화 '링'에서 TV에서 기어나오는 귀신마냥 저 멀리서부터 아기에게 기어오는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 바닥을 손바닥으로 툭툭 치면서 "엄!마! 엄! 마!"라고 외쳐주는 게 뽀인트다.)


처음에는 아기가 뒤집기를 한 후 기어다닐려고 온갖 발버둥을 치는 모습을 귀엽고 안쓰럽게 보다가,

어떻게 기어가는 건지 시범을 보여주려고 직접 기어다니기 시작했는데


아기가 꺄르르륵 너무 좋아하면서 웃어서 매일 이짓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기는 뒤집기를 한 뒤 엎드려서 기어갈려고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었다가, 멀리서부터 엄마가 그렇게 기어오기 시작하면 자지러지는 웃음을 지으면서 너무 웃긴지 고개를 뚝 떨구고 침을 뚝뚝 흘렸다.  (아기가 뒤집기를 시작한 후부터 하도 침을 뚝뚝 많이 흘려서 가제수건 빨래양이 확 늘어 버렸다..)


엄마가 멀리서부터 기어오기 시작하자 꺄르륵 웃는 복주

복주 웃기기 시합 START



남편이 먼저 복주를 웃기기 시도했다.


"복주야, 아빠빠빠빠빠빠빠빠빠빠빠빠빠빠~~ 울루룰루루룰루루루루~~~~"


남편은 아기의 손을 잡고 그 손으로 자신의 양볼을 볼이 빨개지도록 싸대기를 연속해서 치면서 아기 웃기기를 시도했다.


아기가 꺄르르르륵 웃음꽃이 터졌다.


남편은 의기양양해서는, "봤지? 이제 자기 차례야."라고 흐뭇하게 턴을 넘겼다.


나 역시 '링' 작전으로 그동안 아기를 많이 웃겨봤기 때문에 자신만만하게 아기를 매트리스 끝쪽에 엎드려 놓고, 매트리스 반대편 쪽에서부터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편 앞에서 이 짓을 하려니까 뭔가 너무 웃겨서 견딜 수가 없어서 "엄! 마!"하면서 기어가다 나도 모르게 폭소를 하다 내가 혼자 엎어졌다.


아기는 그런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웃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엄마 뭐해?

다급해진 내가 "복주야~!!! 엄~~~마~~~!!"라고 외쳤으나, 이미 나에게 관심을 꺼버린 아기님의 눈을 돌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K.O.


남편은 기세가 등등해져서는 "자, 한 시간 동안 잘 돌보도록 해. 나는 게임하고 있을테니~ 아참, 수유시간은 한 시간에 포함시키면 안 돼~ 수유는 필수로 원래 해야 하는건데 그거까지 넣으면 반칙이지~" 하면서 서재로 쏙 들어갔다.


아이고 치사해라..  수유 시간 좀 넣으면 어때서, 흥!


아기를 안고 한 시간 동안 혼자 놀아주면서, 나는 주양육자로서 아기를 웃기는 데 남편에게 밀렸다는 것이 매우 자존심이 상해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리고 그날 하루종일, 아기를 웃기기 위한 나의 온갖 종류의 기상천외한 시도가 시작되었다.



MISSON! 아기님을 웃겨라!



1. 아기와 함께 나란히 누워서 서로의 눈을 마주치고 있기

난이도 ★☆, 웃기는 정도 ★

장점) 자세가 편함

단점 ) 아기가 발로 내 허벅지와 배를 퍽퍽 차는 것을 견뎌야 한다. 요새는 발힘이 엄청 세져서 이 정도의 발차기를 뱃속에서 선보였다면 임신 때 못견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 아기를 범보 의자에 앉혀 놓고, 서로의 이름 알려주기 놀이.

난이도 ★, 웃기는 정도 ★
: 가성비가 제일 좋은 놀이이다. 내 가슴팍을 두 번 팍팍 치면서 "엄마!", 아기 가슴팍을 두 번 팍팍 치면서(가슴 대신 양발을 잡고 흔들기도 한다) "복주!"라고 외친다. (아기의 본명이 복주는 아니기 때문에 본명으로 할 때도 있고, 아명인 복주로 할 때도 있다.) 그러면 아기가 "복주!"라고 하는 순간 함박 웃음꽃을 터뜨면서 꺄르르 웃고 자지러졌다.


이름 알려주기 놀이만 하면 자지러지는 복주


3. 아기를 범보 의자에 앉혀 놓고, '링' 구현하기.

난이도 ★, 웃기는 정도 ★

: 아기를 엎드려 놓은 채 하는 것보다 범보 의자에 앉혀 놓고 하니까 아기가 자세가 편해서 그런지 더 엄마를 잘 직관할 수 있게 되었고, 엎드려 있을 때보다 훨씬 큰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으어어엄~마!"라고 말하며 기어오는 나를 쳐다 보았다.

장점) 아기가 웃는 정도가 제일 크고 '아하하하하핳'하는 웃음소리를 크게 들을 수 있다.

단점) 계속 엎드려서 기어가는 걸 하다보면 목이 거북목 되는 것 같고 뒷목 근육이 아프다.


4. 침대 밑에 숨어 있다가 '까꿍'하고 나타나면서 놀래키기

난이도 ★, 웃기는 정도 ★

: '까꿍' 놀이는 고전적인 웃겨주는 방법이다. '아하핳' 소리까지는 무리고 빙그레 미소 정도는 볼 수 있다.


5. 아기 앞에서 춤 춰주기

난이도 ★, 웃기는 정도 ★

: 이것은 학교 커뮤니티에서 어떤 분이 아기 앞에서 춤 춰줬더니 아기가 무척 좋아한다는 글을 쓴 걸 보고 나도 따라 해보기 시작했는데, 가성비는 좀 떨어지는 방법이다. 힘들긴 드~럽게 힘든데 아기가 아주 크게 웃지는 않고 '씨익' 미소 정도는 지어 주었다.

장점) 운동이 된다.

단점) 너무 열심히 춤을 추다보면 내가 아기님한테 재롱을 떠는 것 같다는 현타도 조금 온다.


이외에도

6. 온갖 웃기는 소리 내 주기

돼지, 오리, 소 등 동물의 울음소리와 "뿌루뿌루뿌루뿌루~~" 같은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소리 내기


7. 비행기 놀이

아기를 안고 비행기 모드로 슝슝 날라다니는 시늉을 하면서 "슈우우우우웅~~~ 복주가 날라갑니다~~~~ 슈우우우우우웅~~"하기


8. 아기 껴 안고 뒹굴기

아기를 매트리스 위에서 껴안고 누워서 같이 좌우로 데굴데굴 돌기


9. 뽀뽀하기

아기 뺨에 박자와 리듬감을 주면서 '쪽쪽~쪽 쪽 쪽!', '쪽쪽쪽쪽쪽쪼로로로로로쪽쪽쪽쪽' 무한 뽀뽀 퍼붓기


10. 춤 추게 하기

동요를 틀고 아기를 눕힌 상태에서 손과 발을 헛둘헛둘 춤추듯이 움직여주면서 무용시키기


11. 바운스 바운스

아기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일으켜 세운 다음 매트리스 위에서 점프! 점프! 시켜주기. 마치 트램펄 위에서 점프하는 것처럼 연속으로 점프를 시킨다.


12. 거울 보기

아기와 함께 거울을 보면서, "이게 누구야~? 우리 복주 아니야~~~?" 같은 말을 건네면서 활짝 웃는다. 아기는 거울 속의 엄마와 눈이 마주치고 엄마를 따라 환하게 웃어 준다.


등이 있다.


아기를 기르면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피곤하고 퀭한 채로 보냈던 모든 불면의 밤, 기저귀 갈기의 노고, 빼액빼액 칭얼대는 아기를 안고 달래느라 무너지는 어깨..


그 모든 힘듦을 날려버리고 엔돌핀을 마구 솟구치게 하는 것은, 일순간 터지는 아기의 까르르 웃음소리와 텔레토비의 아기햇님처럼 환하게 빛나는 천금 같은 미소일 것이다.


아기를 웃게 하는 나만의 비장의 카드를 계속해서 개발해 나가는 것은 아기의 행복에도 도움이 되지만 아기의 웃음소리를 듣는 나와 남편의 마음에도 무한한 행복이 되어서 육아를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아기가 꺄륵꺄륵 웃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남편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사랑하는 두 남자가 동시에 웃음꽃을 터뜨리는 행복한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면 결혼하기 잘했다는, 그리고 아기를 낳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아기의 함박 웃음꽃을 활짝 터뜨리는 방법을 더 많이 개발해 봐야겠다.


더 많이~ 더 많이~~!


백 가지 정도는 더 개발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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