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교정을 나오는 순간 마음속 깊숙한 곳의 두려움, '나 이제 어떡하지?'
달동네 청소년은 꿈소를 비롯하여 어느 누구도 그들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의논할 사람 하나 없이 방치된 채 청소년기를 보낸다. "학교에서도 자신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학교 밖에서 성공할 수 있겠냐?" 꿈소를 자극한 선생님 말에 순간적으로 “공부로 안되면 장사라도 해서 성공하겠습니다” 당차게 이야기를 했지만 진짜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 계획이 없었다.
새벽부터 학교에 등교하여 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학생들은 최소한 학생으로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었지만 이제 꿈소의 인생은 거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자퇴를 반대한 가족들에게는 꿈소가 어른이 되어 잘못되더라도 어떠한 책임도 가족들에게 전가하지 않고 모든 책임은 꿈소가 다 지겠다고 다짐하였다.
짧고 단정했던 머리가 점점 자라고 유난히 많던 수염이 터부룩해지자 이제 누가 봐도 명실상부 달동네 건달처럼 보였다. 어느 날 저녁 늦게 페인트 도장일을 하고 돌아오신 어머니와 옆집 아주머니가 이야기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막내아들을 낮에 봤는데 머리를 기르고 수염이 산적처럼 자라 처음에 못 알아볼 뻔했어. 학교 안 가고 뭐 해? 그러다 나쁜 길로 빠지는 것 아냐?"
어머니는 마음속으로는 정말 걱정이 컸겠지만 꿈소에게는 늘 한결같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엄마가 못 배워 너를 잘 인도해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엄마는 어떤 경우에도 네가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으로 자랄 것이라 믿는다”
꿈소의 어머니는 학교를 다닌 적이 없어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분이시다. 비록 글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어머니는 언제나 정직했고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 돕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런 모습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꿈소는 이 세상에서 어머니가 가장 자랑스러웠다.
부산 서면 뒷골목에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과 어울려 엉뚱한 짓도 해보았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면 도저히 더 이상은 나쁜 길로 빠질 수가 없었다.그때 어울리던 친구들 사이에서 소위 '형님'이라고 불리던 건달을 알게 되었는데 유난히 꿈소에게 관심을 가지고 좋아해 주셨다. 자신이 공부를 더 못한 게 한이 된다고 혹시 공부를 하게 된다면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하곤 하였다. 그리고 꿈소에게는 "너는 인문계 고등학교까지 다녔으니 공부를 더 해보라"라고 하였다.
학생일 때의 세상과 자퇴를 하고 학생의 신분을 벗어난 세상과는 완전히 하늘과 땅 차이였다. 무엇보다도 보호를 받을 수 없어서 잠깐의 실수로도 암흑의 구렁텅이에 빠져 헤쳐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보게 되었다. 그때의 경험을 통해 꿈소 역시 그 '형님'처럼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면에 시립도서관이 있어서 어느 날 그곳에서 공부하기로 마음을 다잡고 갔다. 평일이지만 도서관에는 꿈소보다 나이가 많은 청년들이 많았다. 그들은 주로 공무원 준비를 하고있었다. 점심시간 식당에 가면 라면과 우동 면을 미리 삶아 놓고 그릇마다 일정 양을 넣어두고 사람이 오면 뜨거운 육수를 부어 주었다. 맛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빨리 먹을 수 있어서 그들의 공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1980년 대 경찰공무원과 9급 공무원은 비록 월급은 낮았지만 배움이 짧은 사람들에게는 평생의 꿈이 공무원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정고시 출신에게는 그것조차도 합격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
꿈소는 어릴 때 책을 읽지 않아 - 아니 정확하게는 집에 책이 없었다 -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시나 소설, 에세이 등에 나오는 내용이 솔직히 너무 궁금했다. 시간도 많았기에 도서관에 가서 처음으로 교과서에 나오는 책을 찾아서 읽어보았다. 학교 다닐 때는 국어시간이 참 싫었는데 책을 찾아가며 읽다 보니 점점 재미있어졌다. 예전에는 책의 내용도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외워서 시험만 준비하다가 실제 내용을 책에서 찾아 읽어보니 그제야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가난이라는 고리를 끊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의 비밀은 지식이다. 꿈소의 부모가 책의 소종함을 배우지 못했기에 자녀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지 못했고, 학생이 많은 학교는 어릴 때 좋은 교육을 받고 습관이 잘 잡힌 인재를 더 훌륭하게 육성하기 위해 뛰어난 학생 위주로 교육 정책이 만들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인류 역사에서 지식은 권력을 가진 자만이 독점하였고 선택된 그들의 자손들에게 수많은 경험과 지혜가 축적된 것을 기록하여 전해주고 세대가 지날수록 부와 권력이 점점 더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꿈소는 17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책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만약 부모님이 꿈소에게 "무엇을 물려줄까?"라고 물어보면 "책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세요!"라고 외치고 싶었다.
이 세상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비밀이지만 꿈소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혹시 아직도 이 비밀을 깨우치지 못한 분이 있다면 유빈이와 휘성이를 통해서 책 읽는 좋은 습관이 얼마나 큰 성공 비밀인지 이제라도 꼭 전하고 싶다.
인생 전반에 걸쳐 행복한 아이로 성장하려면 부모님들이 평소 책 읽는 좋은 습관을 아이들이 최대한 어린 나이에 잡아 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현재 IT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신세대 부모님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도전일 수밖에 없다. 예전 세대에서는 책이나 신문을 통해 정보가 전달되었지만, 이제는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정보가 흐르는 세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책을 좋아하는 그런 아이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들이 쉽게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그런 비법 또한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부모님의 지혜로운 결단과 실천으로 아이들이 즐겁게 독서를 하도록 이끄는데 그 비밀이 숨어 있을 뿐이다.
유빈이 휘성이는 학교 도서관과 마을 도서관에 있는 거의 모든 책들을 다 읽을 만큼 책벌레였다.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아 본 적이 없었고 심지어는 밥 먹을 때나 길을 걸어갈 때도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우리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그동안 꿈소가 경험을 통해 정리된 비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어린 나이에 책을 사랑하게 해야 한다.
먼저 아이에게 재미있는 책을 선정하여 부모의 편안한 목소리와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들이 책에 친근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자극해 주어야 한다.
이때 우리 부모님이 아이에게 재미있고 즐겁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목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준다. 아무도 보지 않으니 자신이 마치 배우라 생각하자. 관객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자녀 하나뿐이다.
처음은 누구나 쉽지 않다. 서툰 표정 연기와 목소리로 노력하다 보면 아이도 성장하지만 부모 또한 자신의 능력이 놀랍게 성장하고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책의 읽을 때 목소리에 높낮이와 음색을 바꿔 가며 읽어 주면 아이는 방긋방긋 웃으며 계속해달란다. 아이 교육을 시키다 부모 자신도 자신감이 넘치는 활기찬 인생으로 바뀌는 두 배의 축복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처음 책 읽기를 시작할 때, 유아기 이전에는 그림이 많은 책으로 그림을 보여 주며 스토리텔링을 하면 된다. 한 줄씩 점점 글밥을 늘려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 스스로가 책장을 넘기고 있는 벅찬 감동의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둘째, 언제든지 우리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깨끗한 것과 지저분한 것을 모른다. 엄마의 칭찬과 사랑만 알 뿐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기까지는 깔끔한 집은 잠시 포기하는 것이 좋다.
방 이곳저곳에 책들을 깔아 놓고 벽에는 각종 그림이나 도감을 붙여 그림과 글을 가까이서 보도록 해서 아이가 쉽게 책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디든지 책들을 펼쳐보다가 책 속의 글들이 마치 살아 움직여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처럼 아이들 머릿속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할 행운을 얻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책이 재미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책 중독에 빠지게 된다. 이때 부모는 우리 아이가 너무 재미 위주의 책만 읽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유익한 책을 재미있는 책 사이사이에 끼워 읽을 수 있게 해 주어야 '편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부모님이 조금 더 세심하게 아이의 적성을 고려해서 아이에게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제공할 수 있는 책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아이를 미래를 이끌어 줄 방향의 책을 부모가 인위적으로 융합해서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셋째, 부모님들이 먼저 마음을 굳게 다잡고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 이른 시기에 휴대폰이나 TV에 중독되게 하면 안 된다. 그것은 전적으로 부모님의 책임이다. 즐겁게 거실에서 TV 드라마를 보면서 아이에게 “너는 방에서 책을 읽어야지.” 이렇게 말하는 부모님은 아이 미래에 대한 꿈을 깨야만 한다.
아이들은 무조건 쉬운 것, 맛있는 것, 즐거운 것만을 찾을 수밖에 없는 뇌를 가지고 있다. 아이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눈이 없다. 오직 현재의 즐거움만이 존재할 뿐이다.
간혹 아이 같은 부모님이 있다. 아이에게 휴대폰을 주어 아이가 휴대폰에 정신이 팔린 틈을 이용해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 부모님의 경우 그 자녀의 미래는 정말 걱정스러울 뿐이다.
요즘과 같은 최첨단의 시대에 책만을 고집하기가 결코 쉽지는 않지만 꿈소가 끝까지 책을 고집하는 이유는 어릴 때 책을 읽는 습관을 잡지 않으면 교육비가 많이 들게 되고 아이가 다 성장할 때까지 계속 옆집을 쳐다보며 부러워만 하게 되기 때문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 집 아이가 그 옆집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도 더 뒤처진 아이가 되어 평생 자기 인생을 후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인은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 아이들 앞에서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시간을 보내는 활동을 절제해야 하고 아이가 잠든 시간이나 없는 시간 등을 활용해서 아이에게 노출이 안되게끔 요령껏 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유아기 이전에는 휴대폰을 제공하지 말고, 만약 휴대폰을 꼭 사용해야 한다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사용하도록 하고 한번 정해진 규칙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질 수 있도록 교육되어야 할 것이다.
휘성아 도와줘! 이거 어떻게 읽어?
어릴 때부터 부모의 사랑이 가득한 목소리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주변 어디서나 재미있는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책을 함께 즐겁게 읽고 난 후에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신나게 바깥에서 놀면 아이의 뇌와 신체는 놀랍게 변해 어느새 여러분의 자랑스러운 자녀로 성장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참다운 등산을 즐기기 위해 헬기를 타고 산 정상을 올라갈 수는 없다. 아이가 어릴 때 부모가 흘린 값진 땀과 노력은 아이의 미래 100년의 자신감 있는 삶을 제공하게 된다. 우리 소중한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바로 책 읽는 좋은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