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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소년 May 26. 2024

가난의 고통으로 이룬 원어민영어

나 19살 토익만점 글로벌 자율주행 AI 팀장

눈꽃 속에 핀 휘성이, 고통은 힘들지만 추억은 아름답다.


산골축사 주변 산들이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 마치 자연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 듯 눈부시다. 멋진 등산복으로 차려입은 등산객들이 나무마다 핀 각양각색의 눈꽃에 탄성을 내뿜으며 삼삼오오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강남 한복판에서 이런 산골축사까지 오게 될지는 상상도 못 했다. 한겨울 나뭇가지마다 피어오른 멋진 눈꽃은 등산객에게는 한때의 아름다움이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혹독한 시련을 알리는 신호가 되었다.


눈꽃이 피어날 무렵의 꿈소 가족의 보금자리는 축사를 개조해서 임시로 지어진 집이라 문 틈새마다 황소바람이 들어와 방 안에 있는 온기를 코끝이 싸늘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마시려고 컵에 따라 둔 물조차 밤새 꽁꽁 얼려버렸다.    

  

산 중턱의 겨울은 유난히 더 추워 난방비가 많이 들었다. 난방비를 아끼는 방법은 보일라 켜는 시간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살을 파고드는 시린 추위를 계속 겪게 되면 산골의 아름다운 낭만을 즐기기보다는 살아남기 위해서 뭐든 해야 하는 게 우선이었다.      


가까운 개울가로 내려가 10kg 넘는 납작한 바윗돌을 구해왔다.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20분 정도 가열하면 돌에서 뜨거운 열을 내뿜기 시작한다. 달구어진 돌을 신문지와 헌 옷을 이용하여 돌돌 감아 두툼한 이불속에 넣었다. 밤에 넣어 둔 돌의 온기는 아침까지 따뜻했고 꿈소 가족을 혹독한 겨울로부터 오랫동안 지켜주었다.     

 

추위의 고통을 이기는 것보다 더한 것은 지하수 배관이 꽁꽁 얼어붙어 물이 안 나올 때였다. 개울의 얼음을 깨고 길러 온 물로 어느 정도 위급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비탈길이 꽁꽁 얼면 미끄러워 다니기조차 위험했다.


그때부터는 어쩔 도리 없이 평범한 사람이 누리는 모든 일상조차도 손 놓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마치 춥고 컴컴한 동굴 속에서 웅크려 이 무서운 겨울이 어서 지나기를 바라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는 태곳적 인류와도 같았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시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난 지금, 유빈이와 휘성이에게 가장 즐거웠던 시절을 물어보면 당연히 산골축사에서의 생활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꿈소 아내에게 그 시절은 가장 아름답기도 했지만, 또한 가장 아프고 힘든 시간이기도 했다.    

 

첫째 유빈이에 이어 20개월 터울로 둘째 휘성이가 태어나자 처음에는 아무 생각할 겨를도 없이 톱니바퀴 돌 듯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꿈소의 품에 안겨 새근새근 세상모르고 잠든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 행복했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이 들면 주위에 있는 것이라고는 산과 나무뿐인데 이제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산골축사에서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면 꿈소의 가난이 아이까지 이어져 영원히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밀려왔다.    

  

감당하기 어려운 가난은 인간의 모든 의지를 꺾어버리고 꿈꾸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꿈을 버리는 것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은 아이들의 미래까지 포기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무엇이든 해야 했다.     

 

우선은 교육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삶을 단순화하여 하루를 보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아이들이 아직 말을 하지 못할 때니 한글이나 영어를 많이 들려주고 읽어주는 것부터 충실하기로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TV 방송이 안 나와서 주로 비디오와 CD를 많이 활용했다. 아이가 눈을 뜨면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했고 지루해진다 싶으면 한글 동요와 영어 동요를 바꿔가며 들려주었다.    

  

당시 말 못 하는 아이에게 좋은지 싫은지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어린아이들이 신나게 들을 수 있는 동요를 고르느라 신경을 많이 썼다.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수없이 반복해서 듣다 보니 익숙해져서 어느 순간부터는 꿈소 부부도 즐겁게 흥얼거리며 따라 할 수 있게 되었다.     

 

한글과 영어 동요는 주로 도서관에서 빌렸다. 한글 동요는 우리나라 전래동요부터 영어 동요는 마더구스로 시작했다. 동요는 운율과 리듬으로 음악을 느끼게 해서 아이들이 쉽게 기억하도록 하고 흥미를 잃지 않고 즐겁게 언어에 다가가게 해 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넓은 마당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개미, 지렁이, 거미, 곤충들과 놀고 흙 놀이, 물놀이를 마음껏 하기 시작했다.    

  

낮에 흙밭에서 신나게 놀고, 집에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벽에 붙은 한글과 영어 그림 단어를 큰 소리로 읽어주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마치 아빠가 개그맨이 된 듯 아주 우스꽝스럽고 신나는 목소리로 읽어주다 보면 아이들도 함께 깔깔깔 재미있는 놀이가 되었다.   

  

가난한 사람이 욕심을 많이 내면 손에 쥐고 있는 것조차도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영어 하나만은 자유롭게 사용하게 해 주고 싶어서 한글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영어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계속 우리나라 동요와 영어 동요를 수없이 반복해서 들었고 눈을 맞출 시점에는 먼저 한글을 큰소리로 또박또박 가능하다면 리듬을 넣어 웃겨가며 읽어주었다.


그러고 나서는 알파벳을 읽고 그림 카드를 보여주었고, 다시 그림을 가리키며 한글로 반복해 주고 똑같은 방법으로 영어를 반복해 주었다. 그림 동화책도 가져와 재미있게 스토리텔링을 하며 마치 연극배우가 관객을 웃기기 위해 공연하듯 매일 반복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동안 인풋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요지부동 아웃풋이 전혀 기미가 없으니 슬슬 이런저런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우리 아이 머리가 좀 나쁜 것이 아닌가? 우리가 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가? 지금 우리가 하는 방법이 과연 효과가 있는 건가? 정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단어를 알아듣고 사용하기까지는 수백 번 아니 수천, 수만 번의 반복이 필요했던 것 같다.   

   

2살이 되니 드디어 조금씩 입이 트이기 시작했다. 3살 때부터는 종알종알 단어를 따라 하기 시작하였고 점점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동화책이 많이 필요했다. 동화책은 아파트 재활용 창고와 도서관에서 계속 구해주었다.   

  

책을 읽을 때도 한글이나 알파벳을 가르칠 때처럼 꿈소가 큰소리로 읽어주고 하나하나 소리 내 따라 읽게 했다. 꿈소가 선창을 하여 읽으면 아이들은 마치 참새가 짹짹거리듯 경쾌한 목소리로 크게 따라 했다. 산골의 밤낮이 바뀌는 동안 매일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짧은 글을 곧잘 외우기 시작했다.     


둘째 휘성이는 아무래도 첫째 유빈이를 키운 경험이 있어서인지 여러모로 훨씬 수월했다. 대부분 휘성이는 유빈이가 하는 것을 두 눈이 말똥말똥 쳐다보다가 어느 날 보면 유빈이하고 똑같이 따라 하곤 하였다.   

  

그날도 휘성이가 형이 읽고 있던 영어 동화책을 책장을 넘기며 아주 열심히 읽어서 신기한 마음에 영상을 찍어보았다. 그때는 휘성이가 정말 ‘책을 읽는다’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책을 통째로 외운 것’이었다.       

    

'반복의 힘'  동화책 그림을 보며 외워서 읽는 휘성


처음에 유빈이 휘성이에게 영어 동화책을 읽어줄 때는 단어를 하나씩 손가락으로 짚어 주며 읽어주다가 시간이 흐르면서부터는 그냥 계속 여러 번 읽어주기만 했는데도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은 그림과 문자를 뇌에서 맞추어 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림책으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한 줄 동화책부터 시작하여 처음에는 좋아하는 책을 수없이 많이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였다. 아이들이 그림과 문자를 뇌에서 인지하는 적절한 시기가 오면 그때부터는 새 책을 매일매일 구해주어야 했다. 5살 이전에는 동화책 70(한글); 30(영어) 비중으로 한글 따로 영어 따로 구분 없이 재미있게 접하게 해 주었다,      

    

아이마다 뇌에서 인지가 되는 시점이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일단 뇌에서 언어를 인지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마치 슈퍼컴이 되는 같았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것은 세상의 모든 아이는 영재로 태어난다는 것과 자녀 교육에 완벽한 지도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유빈이와 휘성이는 특별한 유전자라는 분들이 계셔서 IQ를 밝히자면 유빈이는 우수하고 휘성이는 보통보다 조금 아래이다. 그런데 유빈이는 마이스터고에, 휘성이는 과학고에 입학했다.      


결국, 영재로 태어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단순화된 즐거운 학습 환경 제공해 주는 것이고 그런 환경에서는 자란 아이들은 누구나 부러움을 받는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빈이와 휘성이가 비록 산골에서 영어를 배웠지만, 강남에서 영어 유치원을 나오고 해외 연수를 나온 학생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최신 논문과 해외 친구들과의 교류로 점점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    

 

자녀 교육에 경제력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유빈이와 휘성이보다 더한 어려움 속에서 교육받는 학생이 아니라면 ‘성공적인 영어 교육’을 위해 부모들은 아이의 교육에 자신감을 가지고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기를 바란다.    

 

또한, 아이에게 영어 유치원이나 비싼 학원의 조기 교육보다는 아이들의 특성에 맞는 적기 교육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절망이라는 삶을 차곡이 모아 가슴속에 묻어 두고 
꿈을 향해 나아가니 
절망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의 희망이 되더라.  

-  꿈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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