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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숙 Nov 22. 2024

토미 웅거러 작가의 '개와 고양이의 영웅 플릭스'

그림책 깊이 읽기

토미 웅거러는 1931년 프랑스의 알자스지방에 있는 스트라스부르에서 태어났습니다.

이곳은 프랑스와 독일의 접경에 위치한 곳으로 지금은 유럽연합(EU)의 의회가 있을 정도로 안정을 찾은 도시이지만 한때는 독일과 프랑스의 영토분쟁으로 인해  양국의 반복된 지배로 다사다난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역입니다.

지도로 작가가 태어난 곳을 한번 볼까요?

라인강을 사이에 두고 프랑스와 독일 지역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토미 웅거러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태어나, 

만 세 살 반에 시계 제작자였던 아버지 테오도르 웅거러가 병으로 돌아가시자

어머니와 형, 누나 둘과 함께 외가가 있는 콜마르 근처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콜마르는 스트라스부르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남쪽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즉, 토미 웅거러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2차 세계대전까지 발발하여 삶에 대한 공포를 겪게 됩니다.


중학교에 다닐 무렵 나치 정부가 알자스를 점령하여 갑자기 독일식 교육을 받았고, 

해방 후 프랑스 교육 시스템 속에서 고등학교 졸업 시험 바칼로레아를 통과하고 나서 유럽을 여행한 후 스트라스부르 장식미술학교를 다닙니다. 

4년간의 나치지배 시대에는 프랑스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는 전쟁 중에는 독일어를 못한다고 벌을 받고, 

전쟁 후에는 프랑스어를 못한다고 가혹한 벌을 받기도 했습니다.

토미 웅거러는 역사적 갈등에 휘둘려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성장기를 보내며

그 시기에 가져야 할 알자스인으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됩니다.


토미 웅거러는 어린 시절 겪은 전쟁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삶을 살아서 인지,

그의 그림책 곳곳에 그의 삶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습니다.

그의 그림책에는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동물이나 무서운 강도, 어린이를 잡아먹는 거인, 뱀 등이 등장합니다.  작가의 어린시절 전쟁 중 폭격을 피해 지하실에서 살았을 때의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는 그가 사회의 왜곡된 이미지와 편견을 깨려고 노력한 결과이고,

또한 아이들이 갖는 두려움을 극복시키기 위한 노력입니다.

작가는 그의 내면에서 나오는 본성의 이야기에 충실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 독창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1998년 안데르센 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웅거러 고향인 스트라스부르에는 그림책뿐만 아니라 포스터 디자인,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한 그의 업적을 기리는 '토미 웅거러 박물관'이 있습니다. 

'토미 웅거러 박물관'은  2007년에 문을연 아주 독특한 박물관이라고 합니다. 박물관에는 토미 웅거러의 작품과 개인 수집품, 관련 문헌 1만 4천여 점을 전시하고 있답니다. 꼭 가보고 싶네요.


또한 '토미 웅거러 스토리'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있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인 작품입니다. 

'토미 웅거러 스토리'를 보시면 토미 웅거러 작가를 좀 더 알 수 있습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의 대표작 '곰인형 오토'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함께 초등학교 교과서가 되었습니다. 

작가의 많은 작품 중 안데르센상을 받는 계기가 된 <개와 고양이의 영웅 플릭스>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작가가 아일랜드에 살면서 유럽으로 활동 중심을 옮겼을 때 프랑스와 독일의 평화가 곧 유럽의 평화임을 깨달았던 경험이 녹아 있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 <플릭스> 는 작가의 사상과 작가가 살았던 시대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조금 알고 그림책을 읽으면 훨씬 이해가 잘됩니다. 저도 최근에 역사적 배경이 그림안에 담겨 있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독일 서점에서 본 표지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나오는 표지와 현재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표지가 모두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래전에 구매한 책의  표지 그림은 다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의 표지입니다.

현재의 표지 그림은 이 책의 속표지 그림입니다.  

현재의 표지 그림은 강아지가 고양이들이 먹는 쥐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고, 이전의 그림책 표지는 그림자로 비치는 고양이 귀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의미는 같은거 같습니다. 


<플릭스>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엄마, 아빠 고양이 사이에서 강아지 플릭스가 태어났습니다.

플릭스가 태어났을 때 모두들 깜짝 놀랐습니다. 되집어 생각해보면 플릭스의 증조할머니가 개와 연애를 했다는 소문은 있었습니다.

플릭스는 명랑하고, 마음씨 착하고, 영리하게 자랐습니다. 부모님에게 고양이 말을 배우고, 손톱과 발톱을 날까롭게 다듬는 법도 배우고, 나무에 기어오르는 법도 배우고, 고양이 처럼 가르릉 거리는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의 모습을 한 플릭스는 고양이 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헤엄칠 줄 아는 개의 특기를 살려서 물에 빠진 고양이 아저씨를 구하고, 

나무를 탈 수 있는 고양이의 능력으로 불난 집에 갇힌 개 아가씨를 구해 개와 고양이 사회에서 영웅이 됩니다. 그 후 자신이 구해준 푸들 아가씨와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습니다. 어떤 아이가 태어날까요? 


이 이야기 안에 작가는 그림으로 많은 것을 드러냅니다. 작가는 그림책 <플릭스> 뿐만 아니라 다른 그림책에서도 색과 상징을 통해 프랑스와 독일 두 나라의 협력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었습니다.

작가는 종종 '고양이'로  자신의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작가는 어릴적 <고양이 펠릭스>를 좋아해서 즐겨 고양이를 모사했다고 합니다. <플릭스>의 이름 또한 <고양이 펠릭스>를 연상시킵니다.


쥐들의 죽음이 많은 장면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쥐들은 유대인을 상징하고, 쥐들의 죽음은 유대인들에게 있어서는 안될 끔찍한 죽음에 대한 역사적인 비극을 폭로하는 것으로, 독일 나치 정권이 저지른 유대인에 대한 학살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데페이즈망의 기법을 사용해 뜬끔없는 자리에 있는 수도꼭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생각해 보세요. 슬픔과 감정의 조절 장치를 의미한다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무에 기어오르는 플릭스 옷은 붉은색과 파란색입니다. 이는 제 1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 군인이 입은 군복의 색과 같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플릭스 가족을 비롯하여 고양이 사회는 프랑스인을 상징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토미 웅거러는 '색'이라는 시각언어를 통해 인간 사회, 특히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알자스의 역사와 문화를 표현합니다.



플릭스 머리를 때리는 깡통에는  프랑스 국기 삼색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장면에서 작가의 유머가 돋보입니다. 피리 같은 악기는 개들이 좋아하는 뼈다귀로, 북을 두드리는 악기는 개 발바닥으로, 그리고 폭죽에 불을 붙이려는 모습까지 그림에 작가의 유머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수도꼭지 찾으셨나요? 이 장면은 플릭스와 미르차의 결혼식 장면으로 기쁨의 감정을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된듯합니다. 개와 고양이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하나의 공통체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집에서는 프랑스어를 쓰고, 학교에서는 독일어를 쓰고, 친구들과는 알자스어를 썼던 토미 웅거러는 자신의 정체성과 당시의 상황을 작품에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플릭스를 통해 서로 다른 두 사회, 즉 서로 다른 두나라의 결합, 화합, 평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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