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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숙 Nov 22. 2024

그림책이란....

그림책에 관해서

  그림책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은 가정, 도서관, 공공기관, 심지어 지하철역에서도 만날 수 있지요. 그래서일까요? 아니면 그림책은 변했는데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아서 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림책을 단순하고, 그림이 있고, 아이들이 읽는 책으로 치부하고,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보다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읽습니다. 하지만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융합성이 강조되고, 문학성과 예술성이 강조되는 종합예술품입니다.     


  Nikolajeva(2009)는 ‘그림책’은 완벽한 의사소통을 위해 시각적 정보와 언어적 정보가 모두 필요한 책이라고 했으며, Stewig(1995)는 ‘그림책은 들고 다닐 수 있는 미술관이라고 할 만큼 심미적으로 만족스러운 것’이라고 정의하였고, Lewis(2008)는 그림책을 ‘페이지를 넘기는 드라마’에 비유했으며, 마쯔이 다다시(1990)는 그림책은 작가, 화가, 편집자가 공동으로 만들어낸 ‘이야기가 담긴 그림이 있는 책’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라는 두 개의 예술 형태, 즉 문학과 예술적 형태를 동시에 전개해 나가기 때문에 문학과 예술이 결합한 독특한 종합예술품입니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결합하여 만들어 내는 서사 공간입니다. 즉, 그림책은 글과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그림책의 글과 그림은 서로가 파트너로서 상호의존적 관계를 형성하며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따라서 독자는 그림책을 읽을 때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고, 그림을 읽고 의미를 이해해야 합니다. 또는 글을 읽으며 그림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림을 읽으며 글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 둘을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야 합니다. 글과 그림은 각기 다른 말을 하면서 결합하기도 하고, 분리되기도 하면서 글만의 의미도 아니고 그림만의 의미도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의 전체 페이지 수는 일반 서적보다 아주 적습니다. 하지만 적은 분량의 제한된 페이지 안에는 함축된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그림책 작가들은 은유와 상징을 사용하여 매우 함축적으로 의미를 표현합니다. 이에 그림책 속에는 직접 드러난 의미 외에 숨겨진 의미가 아주 많습니다. 따라서 글을 읽는 독자는 글과 그림을 오가며 이런 의미들을 해석하고 이해해 나가야 합니다. 그림책은 일반적으로 유아들이 보는 책으로 쉽고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림책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현대에 이르러서는 독자가 그림책을 읽으면서 마치 수수께끼를 풀 듯 그 뜻을 추리하고 해석해야 하는 책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포스트모더니즘 사조가 생겨나면서 그림책은 더더욱 해석의 여지가 많은 책이 되었습니다. 현대 그림책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문학적인 전통과 관습을 따르지 않으며, 장르가 파괴되고, 상호텍스트성, 메타픽션, 비선형적 구성, 열린 결말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그림책에는 상징과 은유가 더욱 많아지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림책의 이런 특성 때문에 그림책 읽기는 더는 텍스트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경험과 배경지식을 동원하여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텍스트가 전하는 의미를 해석하고, 새롭게 구성하는 활동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어울림이라는 이런 특성 외에도 파라텍스트가 매우 중요하게 의미작용을 하는 책입니다. 즉 그림책에서는 글과 그림뿐 아니라 인쇄매체의 모든 요소, 책의 판형, 제목, 표지나 면지, 종이의 재질 등 다양한 파라텍스트적 요소들이 의미를 담아 이야기의 내용을 의미 있게 표현합니다. 그림책 작가들은 책의 내용과 의미에 따라 가로, 세로의 길이를 달리한 판형을 사용하기도 하고, 면지를 이용하여 이야기의 함축된 의미를 표현하기도 하며, 이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의미 있게 전하기도 합니다. 책의 제목은 그림과 함께 매우 함축적으로 의미를 전달합니다. 


즉, 독자가 추리와 추론, 상상, 해석하며 능동적인 읽기를 해야 하는 책입니다. 글만을 이해하고, 그림만을 이해하면 되는 책이 아니라 글, 그림, 파라텍스트들이 결합하고 융합되면서 생겨나는 각 텍스트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생겨나는 의미들까지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는 매우 수준 높은 책입니다.     

 

  따라서 그림책을 더는 단순하고 쉬운 책, 유아가 보는 책, 단순히 그림이 있는 책으로 보기보다는 글과 그림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의 장단점을 상호보완하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예술텍스트로서 매우 복잡한 해석과정을 요구하는 책으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오랜 기간 세대를 걸쳐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림책들은 글이 표현하는 이야기와 그림이 표현하는 이야기가 서로 어우러져 이야기가 이야기답게 느껴지는 책입니다. 이런 책들은 이야기의 의미, 느낌, 아이러니, 서사적 리듬, 역동성 등이 긴장감 있게 전해집니다. 그 결과 독자들은 책을 읽을 때 책에 몰입하게 되며, 뒷이야기가 궁금하여 마지막 장까지 눈을 떼지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책장을 앞뒤로 오가며 읽기도 하고, 글을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면서 ‘역시!’하고 감탄을 하게도 됩니다. 또한, 책을 반복하여 읽게 되고, 반복하여 책을 읽을 때마다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인물의 매력이나 메시지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독자의 마음을 지속해서 유인합니다. 한 마디로, 좋은 그림책은 그림이 글을 보조적으로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글과 그림이 각기 다른 소통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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