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도대교 도개식

인문학연구소공감

오후 2시가 되면 이곳은 일제히 멈춰 선다. 달리는 차도 바삐 걷는 보행자도 모두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된다. 도무지 만족을 모른 채 분주함의 레일 위를 달리던 일제의 것들이 이곳에서 안식을 누린다.

부산의 중구와 영도를 이어주는 한국 최초의 연육교 유일한 도개식 다리인 영도대교 도개식이다. 한국전쟁의 이별의 아픔은 헤어진 가족의 만남의 약속장소로 우리 정서에 남아있는 곳, 이산가족의 상실과 피난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 1934년 준공으로 하루 6번씩 이루어졌던 도개장면에 인파가 전국에서 몰려들었다고 한다. 한참 동안 들어 올리지 않았던 이 다리는 2013년부터 장엄한 도개식의 기지개를 다시 켰다. 47년 만의 부활이었다. 매일 오후 2시, 15분간의 도개식은 그 주변의 풍경마저 바꾸어 놓았다. 왕복 6차선 거대한 도로가 하루 한 차례 하늘 향해 기지개 켜는 모습은 장관이다. 영도와 남포동 자갈치 시장 일대의 풍경 또한 잠시 멈춰서는 듯하다.


불안이 야기하는 무한 경쟁이 난무하는 시대, 그 시대에 대한 경종이라도 울리는 듯하다. 영도대교의 도개식은 거대한 저항 같기도 혹은 대안 같기도 하다. 생산과 소비 그리고 바쁨이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쉼의 윤리보다 노동의 윤리에 익숙하게 살아온 시대, 이젠 쉼이 가지는 활력과 힘을 도시에 새롭게 불어넣는 느낌이다. 쉼이 없는 시스템에서 도심전체를 흐르는 멈춤은 쉼으로 사람들을 인도한다.


ㅡ김광영 부산이야기리포터  '기지개 켜는 부산의 장관을 처음 마주하다' 영도대교 도개식 방문기


매거진의 이전글 공중그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