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아시죠

필리핀 세부 여정

네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성경학교 이틀째 날 내내 토라져 앉아있다. 앞에서는 찬양과 율동을 한다. “신기하고 놀라운 예수님의 사랑이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고, 우주보다 넓다.”라고 외치는데, 이 아이의 마음은 바늘 하나 꽂을 틈 없이 닫혀있다.

언니 오빠 친구들은 성경학교 색칠을 하며 부채도 만드는데 하나의 손놀림도 없이 꼼짝하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있다. 바깥문에서 가족은 아이가 ‘부끄럼’이 많아 그렇다 한다. 하지만 속상할 일이 예배당 오기 전 있었는지 한참을 토라져 있다. 현지 선생님, 우리 청년들이 찾아가서 색칠해 보자 해도 요지부동, 아이는 눈을 아래로 깔고 상한 마음 분노한 표정을 풀지 않는다.


오후 수업을 모두 마치고 가는 시간, 그림을 들고 나온다. 성경학교의 시간을 통해 이젠 마음이 풀렸나 보다. 안아주고, 기도로 축복한다. 이 아이의 이름은 ‘사 딸라’이다.

다음날은 타윳 초등학교 옆의 GYM(실내운동장)에서 체육대회와 찬양공연 그리고 짧은 복음 메시지 전파의 시간이 있다. 실내운동장이라 하지만, 외벽도 없고 건물만 덩그러니 세워진 빈민가의 그나마 넓은 공간이다. 이곳 아이들의 이름표를 하나씩 붙이고 그 이름을 부른다. 한글로 적어 불러주기 편하다. 어떤 아이들은 이름을 돌려서 붙이고 있다. 불러 바로 붙여준다.

“Sophia, Adrea, Kia...” 아이들은 이 이름의 뜻을 알까? 부모들은 아이들에 대한 소망과 어떤 기대를 가지고 이름을 붙였을까? 김용철 선교사는 오랜 세월 이곳에 있으면서 현지 아이들의 이름을 어떻게 짓게 되었냐고 물으니 별 뜻 없이 그냥 붙인 이름이 많고, 부모들도 그 뜻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소녀, 소피아는 자기 이름을 뜻을 소개한다. 그 뜻은 지혜(wisdom)이고, 성경에서 그 이름을 따왔고, 자신은 그 이름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혹 부모는 그 뜻을 알지 못한 채 이름 지었다 해도 초등학교 6학년인 소녀 소피아는 자신의 이름을 찾아내고 발견해 가는 과정에 있음이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서처럼, 우리는 누군가에게 알맞은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 그의 이름을 부르기 전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지만,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된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아들, 딸이다.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이다. 그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 필리핀 7천1백7개나 되는 섬 들 중 중간쯤 있는 비사야제도의 세부, 타윳, 거기서도 빈민촌의 아이들이라도 그들은 하나님의 자녀다. 또한, 그들이 자신의 이름을 찾도록, 이름을 적어주고 불러주고 또한 주체적으로 자신의 이름의 값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보냄 받은 자(the sent)’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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