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건방진 시절이 있었다. 타인과의 마찰이 없는 동안, 그 마음은 더욱 자랐다. 덜 가진 채로도 그 누구에게 굽히지 않았으며, 모르는 것이 창피하지 않았고, 배고파도 지치지 않았다. 그저, 바라보고 말면 될 문제들이었고, 내 길을 가면 그만이었다. 고독의 시간들이 그런 것들을 가능하게 했다. 고독의 방에는 열정의 대상이 있다. 알려지지 않은 동화책의 빈페이지처럼, 철없던 시절이다. 벽만 보아도 만족했던 작은 공간에서 시간의 틈에서 게으름을 피우던 마음은 거울이 필요 없었다. 친구들의 전화가 방구석에서 울리다가 끊기는 날이 많았다. 아쉬움은 없고, 변명 또한 없다. 너희들의 삶을 내 주변에 두지 말아 줘,라는 생각이었다. 안부의 인사가 짜증이 났었고, 코메디가 낯설다. 영화 속에서 눈물을 찾아본다. 어쩌면, 외로웠다, 난. 외로움이 짙어진 분노는 그런 식으로 드러나졌다. 혼자 잘 즐긴다고 생각하기로 생각한 날들이 생각난다. 젊은 날, 상관없이 웃을 수 있던 그런 날에 멍청한 결심을 한건, 자신감이 허물어지면서부터다. 자신감이 현실의 그늘에 갇혔고, 그늘에서 자라는 음지식물에게 사랑을 느끼면서부터 뒤틀린 시야에 걸린 이상한 것들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림자 건너편의 눈부심은 타버릴 듯한 것으로 여겨지며, 난 우울함을 쫒았다. 슬픔의 위로를 즐기고, 침묵의 사색을 외쳤다. 마주 보면 부끄러운 것들에게 안녕을 고하고, 등을 보여준다. 거기서 얻는 안도감은 일종의 성취욕의 결과들이었다. 그래, 외로웠다. 외로움과 손잡지 못하는 게 중에서도 돌연변이 외로움이다, 독한. 당신들의 위로가 개같이 싫었다. 그래서 당신들의 어깨에 기대는 대신 다른 선택을 했다. 그 따스한 눈빛들이 뜨거워 녹을 것 같아서 그늘 안에 숨었었다. 고사리 같았던 내 마음이 참을 수 없이 불쌍해서, 이상할 정도로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이 기가 막히게 억울해서. 그때 쯔음, 내게 욕을 하며 정신을 차리라던 친구의 전화가 오늘도 울렸고, 웃으며 인사를 해본다. 그때 그놈 목소리랑 차이가 없음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