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
시장길을 걷다가, 오래된 떡볶이 집에 이르렀다. 츄리닝 바지 안에 구겨진 5천 원짜리가 있다. 떡볶이 하나와 튀김을 주문하고, 빨갛고 조그만 의자에 앉았다. 툭치면 넘어질 것 같은 테이블 위에 꼬마아이의 손자국이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재밌다. 진지하게 떡볶이 하나하나에 열중하며 먹는 모자를 쓴 여성이, 미간을 찡그리며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었다. 그 옆은 엄마와 그녀를 닮은 여성, 이모쯤으로 보이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꼬마아이, 튀김을 들고 있는 손이 동그랗고, 갈색 빛 머리카락이 귀엽다, 엄마와 이모쯤 되어 보이는 사람은 집안일에 대해 대화하고, 아이는 이모에게 머리에 달린 머리핀에 대한 관심을 얘기한다. 옆에는 순대간을 먼저 찍어먹는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앉은 의자에는 대파가 크게 삐져나온 검은 봉지가 기대어 있다. 입구 쪽으로 돌아보니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떡볶이에 소주 한잔을 마시고 있다. 덩치가 앉은키만큼 컸고, 다리는 얌전히 모으고 있다. 그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떡볶이 한 번에 소주 한잔, 그리고 앞을 한번 쳐다보고, 다시 고개를 숙인다. 앞을 쳐다보았을 때 알았다. 동창이다. 그 친구는 소주를 좋아했고, 베팅을 하는 게임을 좋아했다. 나는 곧 잘 그 친구의 집에서 야구경기를 보며, 그 친구의 야구에 대해 끝없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밌었다. 하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술과 배팅에 나는 지쳐 있었고, 피했다. 지금 이곳 떡볶이를 기다리며, 생각한다. 술을 위한 떡볶이. 그리고 조그만 테이블 한 곳. 조금 떨려 보이는 그의 손목. 내 바지 주머니 속의 오천 원 한 장과 곧 나올 떡볶이. 주머니에서 굴러다니는 오천 원 지폐가 내 감정으로 조금 일그러진다. 사치는 무엇인가. 나의 빈테이블에 올려진 빨간색 떡볶이가 놓인다. 그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그가 고개를 올릴 때마다 오천 원짜리 지폐가 일그러졌다. 그가 일어났다. 그의 술잔엔 팽팽하게 그어진 얇은 알코올선이 남아 있었다. 나의 오천원짜리 지폐보다 반듯한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너덜거리는 테이블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