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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의 Jun 07. 2021

초심의 기록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첫 글. 떨린다.


블로그 글은 조회수 하나 없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건 또 나름 작가 딱지 붙었다고 이렇게 부담스러울 줄이야.

 

처음이니까 또 왠지 잘 써야할 것 같고, 브런치팀에서 어디보자 하며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고 있을 것만 같다. 아니겠지?!


프로필에 소개 글을 쓰면서 아주 잠깐, 나한테 글쓰기가 뭐였더라 생각했다.


어떤 때는 미션때매 억지로 억지로 쓰기도 했고, 누군가 던진 '잘 쓴다'는 칭찬에 춤추느라 더 열심히 쓰기도 했다. 글을 통해 뭔가를 털어내고 정리하고 고민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한 가지 병이 치유되었는데, 그 병은 바로 피해의식이었다. 일도 힘들고, 육아도 힘들고, 관계도 힘들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것 같았다. 왜 내가 이걸 다 감당해야하는지 억울했고, 그럴수록 더 힘들어졌다. 억울함의 다른 이름이 피해의식이었다. 나는 늘 나를 피해자로, 주변의 모든 이들(남편, 시부모님, 팀장, 부서장, 선배, 후배 모두)을 가해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억울하다고 외쳐봐야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결국 내 마음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부터 주변의 가해자들을 쳐다보던 원망의 눈을 돌려 내 마음을 들여다봤다. 가해자는 그들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내 심리 상태를 똑바로 쳐다본 후에야 일도, 육아도, 관계도 내 힘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글에 의지하게 되었다. 조직개편으로 멘탈이 흔들릴 때, 아이들이 내 맘 같지 않을 때, 정신줄을 똑바로 박아넣듯이 글자를 다다다다 타이핑하는 게 의식처럼 되었다. 가끔은 귀찮다. 당연히.  그래도 이게 내게는 좋은 거라는 걸 안다. 그래서 필요하면 찾는다. 마치 귀찮더라도 잠깐 머리를 식히자 마음먹고 나가는 산책처럼.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정신의 산책을 위해서다. 잠깐 멈추고 나 자신과 대화하기 위해서다. 잠깐의 숨고르기 후에, 더 잘 살기 위해서다. 이왕이면 비슷한 고민을 하고, 같은 생각을 하는 동반자들과 같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정신없는 수다가 아닌, 담담한 진심과 생각을 나누는 동행이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겠다.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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