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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의 Jun 19. 2021

일의 의미 vs 의미있는 일

후배에게 배운 교훈

벽돌을 쌓는 사람에게 무엇을 하는 중이냐 물으니, 어떤 이는 중노동을 하고 있다 하고, 어떤 이는 그냥 벽돌을 쌓고 있다 하고, 어떤 이는 성전을 짓고 있다고 한다.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다. 

어디 벽돌공 뿐이랴. 물건을 파는 세일즈맨이든, 머리 싸매고 보고서를 만드는 사무직이든, 내가 하는 일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일의 의미는 달라진다. 그리고  그 의미에 따라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쏟아붓는 에너지가 달라지며, 당연히 결과도 달라질 것이다.


오랜만에 후배 하나를 만났다. 매사에 열심이고, 성과도 좋아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후배다. 어쩜 그렇게 잘 하고 있냐고 물으니 후배가 이런 말을 한다. "작년에 너무 일이 재미없고 의미를 못 찾겠어서 지금 팀으로 옮겼어요. 지금은 일이 너무너무 재밌어요. 제가 뭘 하고 있는지도 정확히 알겠고요." 


일을 재미있게 한다는 것, 성과가 좋다는 것 모두 박수쳐 줄 일이지만, 가장 멋진 건 의미있는 일을 찾아 팀을 옮겼다는 점이다. 자기 일에 의미를 못찾겠다고 투덜거리는 대신 다른 팀은 무슨 일을 하나 열심히 둘러보고, 부서장을 만나 면담을 하고, 자기가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 지금 일이 왜 재미없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결국 기회를 만난 것이다. 어쩌면 성전을 짓는다고 말하는 벽돌공보다 더 훌륭하다. 자기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과 함께 적극적으로 상황을 바꿔내는 용기를 더했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일만 하고 싶어요, 그런 사람은 없다. 누구나 의미있는 일을 원한다. 몸이 편한 것보다 의미있는 일을 하는 걸 선호한다는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의미란 주관적이다. 남에게 의미있는 일이라고 해서 내게도 똑같은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노력이 필요하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작은 일이라도 자기가 어떤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고 결과도 달라진다. 무엇보다 자기 삶이 바뀐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에, 의미 충만한 일을 하며 보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하루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런데, 도무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이 때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이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왜 나한테 이런 무의미한 일을 시키는지 모르겠다며, 제발 내 가치와 어울리는 의미있는 일을 달라며 불만을 토로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도대체 이놈의 보고자료는 끝이 없고, 안 될게 뻔한 기획안을 계속 만드는 것도 지겨웠다. 그러면서 무의미한 일을 계속 시키는 리더에게 화가 났다. 대부분 그렇다. 상사를 욕하고, 회사를 욕하고, 나라를 욕한다. 그러면 바꿔봐, 라고 말하면 또 발끈한다. 내가 왜? 어떻게? 그게 되면 내가 사장하지! 라며.

회사 전체를 의미 천국으로 바꾸라는 게 아니다. 리더를 바꾸라는 것도 아니다. 일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던지, 내가 하는 일을 바꾸라는거다. 남을 탓하며 의미있는 일을 달라고 외치는 대신, 직접 찾아나서보는 것이다. 내게 의미있는 다른 일은 무엇인지, 그 일을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직접 실행에 옮겨야 한다. 열정이라는 게 별건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실행에 옮기는 노력이야말로 열정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후배의 반짝거리는 눈을 보며 느꼈다. 

 

결국 내가 살아야 하는 삶이다. 누가 나 대신 내 인생을 살아줄수도, 일의 의미를 찾아 던져줄 수도 없다. 지금 일에서 의미를 찾는 노력, 그리고 의미있는 일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적극적인 액션은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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