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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의 Dec 07. 2021

팀원의 경조사

좋은 팀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

우리 팀 막내가 조모상을 당했다. 연세가 워낙 많으셨고 특별한 병환은 없으셨다 했다. 팀원은 부모상도 아니고 조모상이니 신경 쓰시지 말라며 잘 치르고 오겠다고 서둘러 조퇴를 했다. 

본인이 알리지 않겠다고 하니 특별히 더 할 건 없었다. 부서장께만 간단히 소식을 전하고 다음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조의를 하고 안에 들어서니 팀원이 화들짝 놀란다. 오실 줄 몰랐다고, 바쁜데 왜 오셨냐고. 팀원의 부모님도 거듭 머리를 숙이시며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감사하다고 하신다. 별로 멀지도 않은데 당연히 와봐야지요, 인사를 하는 내내 몇 번씩이나 고맙다며 머리를 숙이셨다. 

사실 깊이 고민한 일은 아니었다. 다른 팀원들은 몰라도 나는 팀장이니까 당연히 가야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근데 아마도 올해 갓 입사한 그 팀원에게는 사회인으로서 처음 겪는 경조사인 만큼 팀장이 직접 얼굴을 비춘 게 몸둘바를 모를 일이었나보다. 부모님에게는 자식이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그것도 윗사람이 직접 조문을 왔다는 게 왠지 더 감동이셨을 것도 같다. 우리 애가 회사에서 그래도 잘 하고 있는가보다, 같이 일하는 팀장은 이런 사람이구나, 알게 되어 내심 마음이 놓이셨을 수도 있다. (내 첫인상이 나쁘지는 않다는 전제하에)

그러고보니 내 신입사원 시절 할아버지 장례식장에 찾아왔던 선배들, 내 결혼식장에 와주셨던 윗사람들이 생각난다. 그 때의 우리 부모님 역시 이렇게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연신 인사를 하셨더랬다. 그냥 단순히 와주셔서 감사한 것 보단, 내 자식이 회사 생활을 그래도 무사히 잘 한 덕분에 회사에서 이렇게 여러 분들이 찾아와주신 데 대한 고마움이리라.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다.

별 생각없이 갔다가 팀원의 부모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어느 집 귀한 아들, 딸들의 직장생활의 상당 부분을 좌지우지하는 팀장의 자리에 있구나. 부모는 다 자기 자식들이 회사에서 충분히 존중받고, 안전하게, 즐겁게 일하길 바랄텐데. 우리 엄마,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일개 팀장이 한 사람의 직장생활을 책임진다기에는 너무 거창하지만, 꽤 많은 시간을 부대끼며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머무는 직장에서, 이왕이면 일을 잘 할 수 있게 명확한 가이드를 주고, 쓸데없는 감정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배려하며,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하는 팀장을 만난다면 팀원과 그들의 부모 입장에서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좋은 팀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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