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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의 Dec 11. 2021

실수가 많아 고민인 팀원에게

신입일수록 정석대로

팀원들과 돌아가며 한 달에 한 번씩 1:1 미팅을 한다. 단순한 면담이 아니라 '미팅'인 이유는, 그 시간동안 딥톡할 주제가 있기 때문이다. 주제는 거의 팀원이 정한다. 이번 신입사원의 고민 주제는 '실수'. 실수를 너무 많이해서 선배들에게 계속 지적을 받으니 속상하고, 미안하고, 나아가 자기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답답하단다.


그런 신입 팀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두 가지다.

1번. 실수는 신입이라서 하는 게 아니다. 대리도, 과장도, 팀장도, 임원도 실수는 한다. 다만 그 실수를 빨리 찾아서 수정하는 법이 몸에 베어있을 뿐. 실제로 자잘한 실무를 하지 않으면 실수할 일 자체가 줄어드는 것 뿐이다. 아, 물론 실수하지 않은 척 하는 법도 늘고.


신입이니까 손에 안 익어 실수가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신입이니까 실수해도 '괜찮다'는 건 절대 아니다.

실수는 결과물의 퀄리티를 한 순간에 떨어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오점이다. 완벽하게 만든 깔끔한 보고서 한 중간에 오타가 있거나, 제목에 날짜를 틀렸거나, 사람 이름을 잘못 기재하는 것과 같은 실수는, 그 보고서 자체의 신뢰를 순식간에 무너뜨린다. 비싸게 주고 산 책에 오타가 있으면 갑자기 확 보기 싫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실수는 어떻게든 줄여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별 것 아닌 실수로 자꾸만 선배들한테 지적을 받다보면, '난 왜 이러지'라는 좌절로 이어진다. 내가 이렇게 실수를 많이 하는 모질이었나. 이게 왜 내 눈에는 안 보이는거지, 같은 생각에 속이 상한다. 그래서 '실수하지 않는 법'과 같은 걸 네이버에 쳐보기도 하지만 딱히 답이 없다. '꼼꼼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스스로에게 낙인을 찍어버리는 지경에 이른다.


그래서 해주고 싶은 말 2번은 자기자신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아무리 두 눈을 부릅뜬들, 절대 실수를 하지 않는 신의 노하우란 없다. 말 그대로 나도 모르게 저지르는 게 실수 아닌가. 실수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더 여러번, 더 꼼꼼히 보는 방법 뿐이다. 남들이 10번 볼 때 나는 20번 보고, 본문만 주구장창 볼게 아니라 장표의 제목부터 맨 아래 주석까지 수십번 스캔하고, 모니터로만 보지 말고 종이로 출력해서 검토하고, 눈으로만 보지 말고 소리내서 읽어보고, 기타 등등. 아주 귀찮지만 지겹도록 반복적인 퇴고만이 오타같은 잔실수를 줄일 수 있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마감에 쫓겨 정신없이 하다보면 신입사원 아니라 회장님도 실수한다. 일이 주어지면 빨리 시작하고, 빨리 1차 마무리 해서 수십번 검토하는 과정만이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아, 하나 덧붙인다면  내 눈을 믿는 대신 주변 동료한테 오타 있는지 봐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자존심이 세서 남에게 부탁하는 게 죽기보다 어려운 사람도 있고, 왠지 바쁜데 방해하는 것 같아 망설일 수도 있겠지만, 잠깐의 자존심과 염치를 내려놓고 한 번만 봐달라고 하는 데 나중에 실수했다고 지적질 당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그리고 한 두 장의 자료에서 오타 정도 봐주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을 뿐더러, 자료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동료, 또는 선배들에게 인정받을 수도 있다.  


 물론 더 획기적인 노하우가 있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는 정석을 좋아한다. 실수 하나 했다고 세상 무너지듯이 나락으로 떨어질 필요도 없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도 당연히 아니다. 처음 한 두번의 실수는 그저 실수지만, 반복되는 실수는 실력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완성도를 높이고, 내가 목표한 바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실수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과정 역시, 자기가 헤쳐가야 한다. 처음부터 실수하나 없이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수시로 깨지고 혼나면서 점차 자기만의 방식과 노하우를 찾아가는 게 성장이다. 스스로를 모질이로 명명하는 신입사원에게, 그리고 여전히 실수를 서슴치 않는 나 자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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