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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anni Jul 11. 2022

영원할 결심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보다 

<스포 있음> 



#1. 우리 포토카드 할까?


애인과 오랜만에 셀카를 찍은 김에 포토카드를 만들었다. 앞면엔 우리의 사진을, 뒷면엔 그날의 영화를 기록하는데, 아니 영화 제목이 “헤어질 결심”이라니, 사이좋은 커플에겐 역설적 제목 아닌가.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런데 오빠, 서래는 적어도 두 번의 헤어질 결심을 했던 것 같아. 처음엔 두 번째 남편을 들인 것, 두 번째는 스스로 바닷속에 침잠한 것. 


하지만 말야, 그 두 번째 결심이야 말로 해준의 사랑의 언어를 실현해 낸 거잖아, 사랑을 완성해 낸 거라고. 그러니까 우리에게 ‘헤어질 결심’이란 ‘사랑의 완성’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거야. 알았지?”


그러고도 괜히 찜찜했던 그녀는 네임펜을 꺼내 ‘영원할 결심이라고 사진 아래에 적어 넣는다. 암, 미신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2. 걷잡을 수 없이 침잠하는 우울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랑을 양손 가득 쥐고 있었지만 마음과 머리는 영화 속에 담긴 지 오래였다. 근원을 알 수 없는 복잡한 우울에 괜히 어리광을 부리다가, 어제 우연히 보았던 <연애의 참견> 사연이 생각났다. 죽고 못 사는 운명 같은 연인이 알고 보니 친오빠의 학창 시절 트라우마의 원흉임을 알게 된 사연. 이토록 가혹한 운명의 장난 앞에서 인간과 인간의 사랑은 얼마나 나약한가.



해준과 서래가 평화롭게 만나 평화롭게 사랑하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형사와 피의자로 만나 결혼반지로 줌인되는 여러 겹의 금지된 사랑과 관음, 피로 얼룩진 사랑의 외도를 또 지켜본다. 단 한 번의 키스신이 수십 번의 노출 신보다 더 자극적이고, 카타르시스가 있었던 것은 영화 내 억제된 감정 속 의도된 연출이었을게다. 아슬아슬한 칼날 위에서 관객은 쇠 장갑도 없이 영화 내내 버틴다.



#3. 매운 음식에 눈이 따가웠다.


매콤한 닭볶음탕을 먹으러 갔다. 매운 연기에 눈이 따가워 눈을 비비니, 해준이 넣던 안약이 생각났다. 시체의 뜬 눈 위로 달려드는 파리를 쫓아내는 듯, 수 없이 안약을 넣으며 자신의 살아있음을 보여주려 애쓴단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안약을 넣던 행위는 특정 시체의 뜬눈을 바라보다 생긴 습관이거나, 안구건조증이거나. 


그래, 내가 눈을 깜빡일 수 있는 것도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다.



#4. 산과 바다


그녀는 ‘산’에서 목표를 달성하고 또 가족의 뿌리를 찾아 유해를 뿌린다. 하지만 결국 안개가 잔뜩 낀 바다에서 인어공주인 듯, 해파리인 듯 영원한 ‘잠에 든다.’ 그녀는 운명과 사랑 앞에서 나약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그 바닷속에서 숨을 쉬고 있을지 모른다. ‘입이 아니고 코로’.



서래의 집에 있던 벽지에 파-랗게 파도가 치고 있었던 것은 이미 결말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인지도




#헤어질결심 #Decisiontole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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