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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섶 Sep 30. 2017

팬텀싱어 2 조민웅 탈락으로 본 편곡과 심사평의 문제

팬텀싱어 2에서 조민웅이 탈락했다.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지고 있는 조민웅이 탈락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1~3등에 들지 못한 팀에서 한 명씩 탈락하는 형평성에 따라서 그 팀에서는 조민웅이 선택된 것인데, 이는 조민웅이 같은 팀의 다른 두 사람에 비해 두드러지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몇 가지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조민웅은 소리가 좋은데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 했다는 마이클 리의 심사평에 대해 생각해보자. 마이클 리의 심사평과 같은 생각을 가졌다면 하나만 알고 둘은 알지 못한 것이다. 조민웅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조민웅 자신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그 노래의 편곡 때문이다.     


노래를 들어보면 조민웅이 솔로를 담당한 부분은 처음과 중간 부분에 두 번 정도 살짝 나온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음 파트를 시메가 부른다. 이런 편곡 구조에서는 그 어떤 사람이 조민웅 파트를 불러도 두드러지게 자신을 드러낼 수가 없다. 그 노래를 협의하면서 편곡할 때 주로 누가 했는지는 모르지만 나타난 결과로만 보면 시메를 위한 편곡에 무게 중심을 뒀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조민웅은 자기 표현을 안 하면서 나름 조용한 성격이라 자기 파트가 도드라지는 부분이 없어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이런 편곡과 과정은 한 팀의 콘서트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서로 경합을 해야 하는 오디션에서는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그러기 때문에 경합을 전제로 한 중창에서는 서로가 균등하게 나타날 수 있는 편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법이다.     


이런 형태의 노래에서 프로듀서라는 심사위원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적어도 전문가라면 편곡의 문제를 한번쯤은 이야기했어야 했다. 그러나 팬텀싱어 2가 진행되는 동안 심사위원들은 대체로 불려지는 노래를 감상하는 입장에서만 평가를 하고 그 안에서 나타난 결과로 각각의 참가자들을 평가했지, 편곡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곡은 이렇게 편곡했으면 좋았겠다, 또는 이곡에서 이런 편곡은 문제가 있다, 이렇게 편곡을 하면 특정 사람은 부각되고 특정 사람은 존재감이 미미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정도의 심사평을 하지 않았다.

    

한 팀 안에서 각각의 싱어들을 평가할 때 편곡의 입장과 기준을 감안하면서 해야 균형감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맡겨진 역할에 충실한 것은 그 사람의 실수나 부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런 안목으로 심사평을 할 수 있었다면 실력이 없어서 탈락하는 것이 아닌 편곡 실수 때문에 탈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의 소리와 그 사람의 노래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 말이다.     


편곡과 파트의 배분을 거꾸로 생각해보자. 만일 시메가 조민웅 파트를 부르고 조민웅이 시메 파트를 불렀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것은 시메가 노래를 못하고 조민웅이 노래를 잘 한다는 문제가 아니라 그 팀의 편곡 구조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메가 맡았던 부분들을 조민웅과 주고받는 듀엣으로 편곡했으면 어땠을까. 한번은 시메가 고음파트를 맡고 조민웅이 받치는 파트를 맡았다면 바로 이어서는 조민웅이 고음파트를 맡고 시메가 받치는 파트를 맡는 식으로 말이다. 그랬더라면 단조로움이 없어지면서 화려함이 더해졌을 것이고 조민웅도 함께 부각되었을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프로듀서인 심사위원들이 시메가 잘 한다고 생각하고 조민웅이 실력 발휘를 못했다고 생각하는 건 넌센스에 가깝다. 시메가 주연을 하고 조민웅은 조연을 하는 편곡 구조에서 결국은 세 사람을 잘 살리는 편곡을 하지 못한 이유를 지적했어야 했고, 그것을 전제한 입장에서 판단했어야 옳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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