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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섶 Sep 28. 2017

팬텀싱어 2 박상규 안현준 최우혁의 “길 위에서”

-도전은 결과와 관계없이 값지다

팬텀싱어 2가 트리오 경연을 시작하면서 최악의 평가를 받은 팀이 박상규 안현준 최우혁이다. 이들이 부른 노래는 최백호의 “길 위에서”였는데, 경연 직후 받은 점수가 뜻밖에도 너무 낮아서 본인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점수가 발표된 직후 프로듀서들도 이구동성으로 전부 낮은 점수를 준 것이 맞다는 식의 이야기를 서로 했었는데, 이것은 아마도 프로듀서 자신들도 종합 점수가 그렇게 낮게 나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박상규 안현준 최우혁이 부른 “길 위에서”는 그런 점에서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 노래다.


팬텀싱어는 상위 라운드로 올라갈수록 한국 노래로 경연을 펼치기에는 부담스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떤 노래라도 다 부를 수 있는 무대에서, 자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노래와 한국 노래가 대결하는 것은 애초부터 경연에서 승리하기 불가능한 구조다. 


자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듣고 부르는 노래는 그 자체로 중후함이나 아름다움 같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명곡이다. 그래서 팬텀싱어가 한국적 크로스오버를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제도적인 장치를 도입해 특정 라운드에서 다 같이 한국 노래를 부르는 등의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박상규 안현준 최우혁이 부른 “길 위에서”를 말할 때, 함께 경연했던 이정수 임정모 정필립의 “Look Inside”를 거론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미 이정수 임정모 정필립의 “Look Inside”를 상찬한 바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그들의 노래를 비판하는 것이 아님을 먼저 밝혀둔다. 


이정수 임정모 정필립의 노래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창의성이라는 점에서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무슨 말일까. 원곡을 들어보면 안다. 이정수 임정모 정필립은 원곡과 똑같은 패턴으로 잘 불렀다는 말이다. 관현악 반주의 패턴까지도 똑같다. 성대모사라는 말을 빗대어 말한다면 원곡을 원곡처럼 잘 부른 가창 방식의 트리오모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박상규 안현준 최우혁은 한국 가요를 택했으며 그것도 솔로로 불렀던 노래를 트리오로 재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이정수 임정모 정필립은 이미 검증된 형태의 가창 방식을 그대로 흉내낸 감이 없지 않으나, 박상규 안현준 최우혁은 나름대로 과감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방식의 트리오 노래는 심사를 맡은 프로듀서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의 가치관이나 안목 또는 취향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팬텀싱어 심사위원들은 이것저것 따져서 헤아리기보다는 오로지 가창이 만들어내는 효과 하나만을 본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노래를 부르면서 경연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은 상당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팬텀싱어에서 심사하는 프로듀서들이 대체로 전문적인 입장에서 심사를 하기보다는 감상자의 입장에서 심사를 한다는 것이다. 심사평의 주된 내용들을 인상비평과 감상비평으로만 채우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이렇게 될 때 현장의 무대에서 무조건 잘 부르는 팀이 좋은 점수를 받게 된다. 


그것이 경연 무대의 어쩔 수 없는 생리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프로듀서라는 심사위원이 있을 경우에는 불려진 노래와 관계된 안팎의 정황들을 판단하면서 그 노래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낮은 점수를 받더라도 차이가 덜 나게 되고, 또 낮은 점수를 받더라도 격려와 칭찬이라는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박상규 안현준 최우혁이 부른 “길 위에서”는 반전의 무대였던 이정수 임정모 정필립의 “Look Inside”보다 반응이 안 좋았을지라도 창의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 나아가 5~60대를 타깃으로 한 울림 깊은 노래로 조용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다는 점을 높이 살만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박상규 안현준 최우혁의 “길 위에서”는 상대적으로 너무 저평가된 측면이 많다. 


트리오를 위한 트레이드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 박상규 안현준 최우혁은 과감한 시도를 했다. 반전을 위한 모험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들은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도전을 응원하는 것은 “길 위에서”의 여운이 나름 특별했기 때문이다. 중장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깊은 울림의 노래를 호소력 있게, 그리고 진정성 있게 들려준 박상규 안현준 최우혁에게 커튼콜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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