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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섶 Sep 26. 2017

팬텀싱어 2 김주택의 크로스오버 보이스와 테크닉

팬텀싱어 2에서 최근 김주택의 노래를 듣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출연 순서나 편집에 따른 것 때문이겠다. 김주택의 노래를 들은 것은 배두훈과 부른 듀엣 곡이 마지막이었는데, 이때 김주택이 부른 가창 방식이야말로 김주택의 공부와 진가와 노련미가 어떤 것인지를 짐작하고 남게 해주었다.
     
크로스오버라고 할 때 (사실 이것은 일반 노래와 중창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것에 어울리는 소리나 가창 방식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자신이 속한 전문 분야의 소리를 완벽하게 내면서도, 다른 성격과 다른 색채의 소리를 언제든지 낼 수 경우다. 둘째는 자신의 소리가 완전한 변신을 꾀하기는 어려워도 그 소리 안에서 감성이나 감정의 조절이 능수능란해서 노래로 연기를 하는 것 같은 경우다. 셋째는 한 방향의 소리만 가지고 있는 경우다. 언제나 비슷한 소리, 언제나 똑같은 톤과 감정으로 노래하는 경우다.
     
이 세 가지 경우에서 세 번째는 사실 솔리스트 경향이 짙다고 해도 된다. 또는 중창을 한다고 할 때 그 소리로 만들어내는 효과가 단선적이면서 그리 많지가 않다. 이 경우에 해당되는 출연자들은 전략적으로 자신의 소리를 잘 감싸주면서 어우러지는 가창자와 노래를 하거나 그런 소리에 어울리는 곡을 잘 택해서 불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기탈락하거나 중간에 혹평을 듣기가 쉽다. 또는 다른 출연자의 효과에 얹혀서 상위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으나 끝까지 가게 될 확률은 그리 많지 않다.
     
두 번째는 감정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표현을 할 수 있는 경우여서, 중창을 할 때 솔로 파트를 맡든 화음 파트를 맞든 어느 쪽이든지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풍부한 울림을 특징으로 하는 보이스여서 듣는 사람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데에 주효하다. 어느 배역을 맡아도 어느 파트를 맡아도 제 역할을 거뜬히 해내는 소리다. 팬텀싱어 1의 경우 고훈정이 그렇다. 좀 더 넓게 말한다면 손태진도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의 경우는 오랜 공부와 실력에다가 선천적인 보이스까지 타고 난 경우인데,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완벽하게 넘어가는 소리를 구사할 수 있다. 크로스오버는 팝을 부르다가 클래식을 부르고 클래식을 부르다가 팝을 부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그렇게 하면서 목소리까지 조절하고 조율하면서 색다른 음색과 느낌으로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진정한 크로스오버다.
     
조수미의 크로스오버 노래를 보면 그렇다. 조수미가 부르는 클래식곡과 크로스오버 노래는 발성 자체가 다르고 음의 색채 자체가 다르다. 음의 성질 자체가 다르다. 팬텀싱어 1로 말하자면 김현수가 그렇다. 팔색조 같은 음색으로 다양하게 노래할 줄 알면서, 고음에서도 충분하면서도 완벽한 절제를 구사할 줄 아는 피아니시모의 서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팬텀싱어 2에서도 조수미, 김현수처럼 노래하는 출연자가 있다. 바로 김주택이다. 그가 배두훈과 함께 노래를 불렀을 때 김주택은 크로스오버를 시도하는 자로서 노래를 한 것이 아니라 이미 크로스오버에 대한 이해와 스킬을 가지고 노래를 한 것이다.
     
이때 김문정 프로듀서는 심사평에서 “우리가 듣고 싶었던 소리”가 아니었다고 혹평했지만 그것은 김문정이 종합적인 입장에서 판단했다기보다 김주택의 특정 소리를 좋아하는 한 개인의 취향으로써 순간적으로 또는 즉흥적으로 판단했다고 보여진다.
     
김주택의 효과와 가치는 클래식적으로도 완벽하게 소화하지만 팝적으로도 완벽하게 소화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김주택이 4중창을 하면서 그리고 그 이후 수많은 노래를 하게 되면서 굉장한 효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견된다. 솔로를 담당할 수 있는 목소리, 그것도 클래식 솔로와 팝의 솔로를 각각 담당할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 받쳐주는 소리에서도 역시 그렇다. 밀어 붙이는 소리는 물론 피아니시모의 섬세한 강약 조절까지 가능하다. 한 사람 안에 다양한 캐릭터의 발성과 음색의 목소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김주택에 대해 클래식을 공부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동안에도 크로스오버를 위한 공부를 꾸준히 그리고 매우 적절하게 준비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김주택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바닥을 보이는 출연자들이나 언제나 동일한 패턴으로만 노래를 하는 출연자들과는 달리, 카멜레온처럼 변신에 변신을 하면서 노래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게 해 준다.
     
그러므로 김주택에 대한 탐색은 어느 특정 라운드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팬텀싱어 2 전체에 걸쳐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펼쳐보이는 것이다.
     
#팬텀싱어2 #팬텀싱어2김주택 #김주택 #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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