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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섶 Aug 12. 2021

슈퍼밴드2 대니구는 어린왕자



슈퍼밴드2에 별나라에서 온 참가자가 있습니다. 대니구입니다. 그가 타고 다니는 비행체는 나무로 만든 아주 작은 바이올린인데요. 대니구가 이 바이올린에 시동을 걸면 못 가는 곳이 없습니다. 그런 대니구를 어린왕자라고 부른답니다.


어떤 사람들은 대니구를 화성에서 봤다고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머나먼 푸른 초원에서 봤다고도 합니다. 아니, 신비한 사막에서 봤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본 대니구가 진짜 대니구였을까요? 혹시 대니구 비슷한 사람을 보고 잘못 말한 건 아닐까요?


우리는 잘 모릅니다. 그렇게라도 대니구 비슷한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중요한 건 대니구가 그동안 살고 있었던 지역이 어디건 간에 거기를 은하계라고 부른다는데요. 그 은하계에서 대니구는 말총이 달린 활을 잡고 바이올린을 운전하면서 푸른 별이 무수히 가득한 신비한 골짜기를 유유히 비행하는 것을 즐긴다고 합니다. 기분이 좋으면 낭만적인 노래도 부르면서 말이죠.


은하계를 주름잡는 대니구의 스피드는 감성 안단테 피아니시모, 대니구의 신호는 부드러운 돌체 카덴짜의 살아있는 리듬, 대니구의 어우러짐은 뷰리풀 하모니의 젠틀한 앙상블. 대니구가 웃으면 얼굴에서 푸른 별똥별이 떨어져 바닥을 환하게 밝힙니다. 대니구가 눈웃음을 지으면 아스라이 빛나는 작은 별들이 가까이 내려와 어깨 위에 가만가만 앉습니다.


대니구는 그가 살고 있는 은하계에서 이미 잘 알려진 어린왕자였다고 하는데요. 그런데도 대니구는 새로운 나라를 향해 스스로 용감하게 비행을 했고, 도착하기 전에 새로운 언어를 확실하고 완벽하게 익히고 왔네요. 통역사도 필요 없이 이미 잘 습득해 놓은 새로운 언어로 어린왕자의 백성들을 불러 모아 노래를 들려주기 시작했네요.


노래를 하기 전에 바이올린의 비행음 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별나라의 화성법. 그 비행음 소리가 정점에 이를 때쯤 달콤하면서도 물리지 않는 소리로, 편안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소리로, 비행음을 대위 선율로 삼아 어린왕자의 음성을 들려준다죠.


어린왕자가 대니구가 노래하면 사람들은 그의 백성이 된 것을 자랑스러워 하며 고마워 합니다. 어린왕자가 눈을 감고 노래하다가 잠시 눈을 뜨고 바라보는 순간 그 눈동자와 마주치는 사람은 어린왕자가 사는 왕궁에 들어가는 특권을 누립니다.


그렇지만 어린왕자 대니구는 자기 사람들을 다 사랑합니다. 누구를 더 사랑하고 누구는 덜 사랑하는 그런 차별이 전혀 없습니다. 그의 바이올린과 그의 노래가 그것을 드러내고 그것을 증명하고 있으니까요. 그의 보이스에는 담백한 사랑이 가득 담긴 로맨틱 러브가 편안한 질감 속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대니구가 어디까지 올라갈까 관심을 보이며 궁금해 합니다. 그렇지만 대니구는 이미 어린왕자여서 왕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미 어린왕자이기 때문에 그 왕자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배려하는 것도 어린왕자 대니구의 마음입니다.


대니구가 살고 있는 은하계에서 어린왕자 콘서트를 열면 은하수와 같은 박수소리가 쏟아지곤 했는데요. 그런 대니구가 잠시 별나라를 떠나 슈퍼밴드2에 왔네요. 제대로 비행을 한 것인지 아니면 잘못해서 불시착을 한 것인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해 앞으로 재미난 사건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니구가 다시 자신의 은하계로 돌아가 어느 별 어느 무대에서 바이올린 비행음을 현란하게 켰다가 다 마치고 나면,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앵콜을 요청하면서 ‘어린왕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어린왕자의 노래를 들려달라’고 몇 번이고 커튼콜을 할지도 모르니까요. 아니, 분명 그런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바이올린 콘서트를 마치고 나서 앵콜로 노래를 부릅니다. 어린왕자의 백성들이 바이올린 연주를 끝낸 어린왕자에게 앵콜로 노래를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그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한없는 평화가 서려 있습니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평화입니다. 참 만족스러운 평화입니다.


어린왕자 대니구에게만 요청할 수 있는 앵콜. 그 행복한 앵콜 노래를 어느 별에서 듣게 될까요. 그 별로 당장 날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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