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I used to call home
슈퍼밴드2 김예지 팀이 3라운드에 진출했습니다. 김예지가 프런트맨으로 나선 김예지 팀에 대니구, 오은철, 김진산이 함께하면서 윌 제이의 House I used to call home(하우스 아이 유즈드 투 콜 홈)을 노래했는데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미술로 말하면 산뜻한 수채화 같았고, 문학으로 말하면 어른을 위한 동화 한 편 같았습니다.
팀 구성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포함되었는데요. 마치 어떤 곡을 어떻게 편곡해서 노래할지 처음부터 다 생각하고 있었다는 듯이, 바이올린과 피아노와 통기타가 적절하게 사용되고 버무려지면서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퍼지는 무대를 만들어냈습니다.
메인 보컬 김예지는 물론 서브 보컬을 담당한 대니구까지 두 사람이 적절하게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노래하는 풍경은 세상에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다시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리고 어디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을 한껏 부풀어오르게 했습니다.
김예지 팀의 악기 사운드와 보컬 사운드는 개성과 편안함이라는 두 가지 색채가 잘 어우러져 보는 사람을 몰입하게 하면서도 부담은 전혀 주지 않는 노래와 연주, 그리고 무대를 이루어냈는데요. 이렇게 편곡하는 실력과 재주가 너무 놀랍습니다.
김예지 팀의 최대 강점은 보편성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세대에 다 어필할 수 있고 어느 세대에나 다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런 정도의 보편적 감성이라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하리라는 믿음을 갇게 하고도 남습니다.
보편성을 다르게 말하면 개성이 없다는 것이고 너무 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보편성을 바탕에 깔고 있지 않으면 전세대를 아우르는 뮤지션이 될 수가 없습니다. 보편성을 무대처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보편성을 바탕으로 삼은 자신만의 개성적인 보컬과 연주를 내세울 때 그것이 아주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밴드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을 들려주고 소망을 노래하며 위로를 나눠주는 밴드. 노래를 들으면서 무대를 보기만해도 행복해지는 밴드. 밴드의 존재감 만으로도 살아갈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그런 밴드.
슈퍼밴드2가 진행되면서 김예지와 대니 구와 오은철과 김진산의 김예지팀이 흩어져야 하는데요. 그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이런 조합의 노래와 무대를 자주 봤으면 좋겠거든요. 이런 밴드가 우리 곁에 있었으면 정말 좋으니까요.
김예지의 독특한 보컬, 바이올린의 감성과 세컨 보컬의 가능성을 겸비한 대니 구, 긴장감과 화려함을 무기 삼아 공간을 채우는 오은철의 피아노, 있는 듯 없는 듯 마치 비올라처럼 빈 곳을 채워주고 중간을 채워주는 김진산의 무심한 통기타.
이런 밴드가 신기루처럼 잠시 보였다가 사라지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슈퍼밴드2 우승과 관계없이, 이 조합으로 밴드를 결성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그런데 이것이 희망고문일까요? 오랜 목마름을 해갈해줄 밴드가 이렇게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너무 아깝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감사합니다. 이런 밴드를 만났고, 이런 밴드를 봤고, 이런 밴드의 음악과 연주와 노래를 들었다는 것이요. 이런 즐거움과 행복을 누렸다는 것이요. 이제 됐습니다.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이것으로 충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