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슬옹 받아쓰기
슈퍼밴드2에서 참 괜찮은 사람을 봤습니다. 슈퍼밴드이니 노래를 들어야 하고 악기 연주를 들어야 하는데 거기서 괜찮은 사람을 봤다고 하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김슬옹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전체 16팀을 구성하기 위해 심사위원인 프로듀서들의 회의를 통해서 프런트맨 16명이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프런트맨을 추첨으로 한 사람씩 차례로 뽑으면서 그 프런트맨이 자기가 구성하고 싶은 멤버들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팀 구성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추첨할 필요도 없이 제일 끝에 남은 프런트맨이 김슬옹이었고 그 김슬옹도 멤버를 선택할 필요가 전혀 없이 단 한 사람 이다온만 남아 있었습니다. 아무도 데려가지 않은 이다온, 게다가 나이도 아주 어린 이다온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솔직히 실망할 수밖에 없거나, 아니면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당황하면서 낙심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데 그 후로 보여준 김슬옹의 자세는 참으로 흐믓한 내용들을 넉넉하고 담담하게 담고 있었습니다.
18살 차이가 나는 이다온과 함께 지내면서 음악을 만들어가는 김슬옹의 면면에서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김슬옹의 인성이었는데요. 성격이나 성품이 참 좋구나 하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구요. 그러다가 사람이 참 좋구나 하는 것도 함께 알게 되었습니다.
이다온의 신발끈을 다시 매주면서 신발끈 매는 법을 가르쳐준다든지, 이다온에 맞춰서 ‘담배가게 아가씨’를 ‘사탕가게 아가씨’로 바꿔서 연습하는 동안, 의외로 푸근하고 정 많은 김슬옹의 태도가 하나 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이다온이라는 상대의 형편과 캐릭터에 의해서 역으로 드러나는 것이었습니다. 만일 어린 이다온이 아니었더라면 김슬옹의 인간적인 면모는 잘 부각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해봅니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김슬옹이 이다온을 만나게 된 것은 김슬옹에게나 이다온에게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짐작하건대 김슬옹의 이런 마음 씀씀이와 태도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이미 몸에 배어 있는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렇지 않으면 갑작스럽게, 그것도 방송 카메라 앞에서 그런 행동이나 자세를 보일 수가 없겠습니다.
설령 그렇게 한다고 해도 촬영 관계자들의 눈이 지켜보는 내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보이는 일관된 행동을 유지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본래 지니고 있는 임슬옹의 심성이 드러나 시청자의 눈에 들어왔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습니다.
어찌 보면 김슬옹에게 위기가 찾아왔다고 할 수 있었던 팀 구성에서 다른 팀들에 비해 너무나도 조건이 안 좋은 상태에 놓이고 말았다는 것은, 오디션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임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 김슬옹은 이미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상황을 슬기롭게 또는 아주 적절하게 잘 풀어갔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불리한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무대를 만들어 냈습니다. 준비된 사람. 갖춰진 사람. 임슬옹을 통해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된 화두였습니다. 많이 고마웠습니다.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인간적인 미를 발견하고 탐구한 글을 썼네요. 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억지로 부풀려서 쓴 것은 아니고, 김슬옹 스스로가 그렇게 하도록 만든 것임을 부언해야겠습니다.
제가 김슬옹을 창작한 것이 아니고, 저는 김슬옹을 받아쓰기 한 것에 불과하니까요. 저를 기쁘게도 했다가 부끄럽게도 만들었던 김슬옹의 됨됨이. 튀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그 인간됨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