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의 심사평
슈퍼밴드2
슈퍼밴드2에서 유희열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심사와 심사평은 상당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 자체로 평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평을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차분하면서도 진지한 자세에서 나오는 관심은 유희열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자산입니다.
공부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관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유희열은 참가자들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에 진지한 관심을 보입니다. 이 관심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상투적이지도 않고 의례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바로 알게 됩니다. 심사평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서 말하고 평가하는 직업적 접근과도 거리가 멉니다.
기본적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그 바탕과 중심이 잘 형성되어 있어서, 서로 대등한 관계라고 할 수 없는 참가자와 심사위원 간의 관계에서도 평가의 방식에 준하는 ‘내려다보는 태도’보다는 인격적 소통에 바탕을 두는 관심과 격려의 태도로 ‘올려다보는 자세’를 보여줍니다.
유희열의 관심은 정서적이거나 인상 비평적인 수준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공부가 많이 되어 있다는 것이 곳곳에서 확인됩니다. 관심을 일상적이거나 평범하게만 표현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충분히 그리고 적절하게 활용하여 표현합니다.
그 예가 슈퍼밴드2에서 ‘녹두팀’이 부른 노래 ‘좀비’에 대한 심사평에서 제대로 나왔고, 그렇게 증명이 되었습니다. 원곡을 알고 있었고, 그 원곡을 어떻게 편곡하고 소화하면서 무대에 올렸는지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청에 바탕을 둔 겸손한 자세로, 그 모든 것을 마치 설계도를 알고 있는 것처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논리적으로 그러면서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저것이 진짜 심사요 진짜 평이구나 싶었습니다. 귄위를 내세우지 않고 존중을 앞세운 자세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행사에서 평을 하는 심사위원들 중에는, 참가자들을 잘 보고 읽으면서 참자가가 준비해온 것의 내용과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심사위원들이 있는 반면에, 오로지 심사하는 자신의 관점과 기준과 취향 안에서 참가자들의 무대를 평가하는 심사위원들도 있습니다.
유희열의 심사평을 들으면서 확실하게 느끼게 되는 것은 저 후자에 속하는 심사위원들은 적어도 둘 중 하나에 속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는, 공부가 안 되어 있어서 그 무대나 그 곡에 대해 할 말이 없는 탓에 자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자신의 성격이나 성향이 강한 나머지 언제나 자신의 기준에서 모든 것을 평가하고 판단한다는 것.
그러나 유희열은 지금 말한 이 두 부류의 심사자들과는 확실하게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경청할 줄 아는 심사위원. 수직적인 위치에서 내려다보며 고자세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인 자세에서 때로는 그보다 아래에 속한 위치에서 학문적인 평가를 하는 심사자.
유희열의 심사평을 들으면서 가장 크게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평가의 본질과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보통 평가한다고 하면 비판을 쉽게 떠올립니다. 더욱이 평가를 평가할 때, 심사평에 대해 언급할 때 그렇게 되기가 쉽습니다.
그때 유희열의 평가는 다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부드럽게 드러내면서 자신의 의견만 100% 나타냅니다. 내용을 드러내면서 평가하고, 본질을 들여다보면서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사람을 비판하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만 충분히 하면 된다고 믿는 신념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취할 수 있는 모습입니다.
유희열의 심사평을 들으면 공부와 소통과 관심과 평가에 대한 그 각각의 자세는 물론, 사람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큰 깨달음과 배움을 얻게 됩니다. 비판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이야기하라. 유희열이 전수해준 비평의 본질과 자세에 관한 기준과 모범 답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