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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섶 Oct 06. 2021

물의 잠을 엮다(이정희), 모두가 사랑...(클라리넷)

클라리넷으로 연주한 ‘모두가 사랑이예요’와 함께, 최근에 ‘꽃의 그다음’이라는 시집을 발간한 이정희 시인의 시 ‘물의 잠을 엮다’를 낭독해서 동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클라리넷을 배경음악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저는 시와 클라리넷의 콜라보라고 생각하며 만들었는데요. 시 낭독이든 클라리넷 연주든, 즐겁게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물의 잠을 엮다     

이정희                   

 


하구의 갈대밭에

쌀쌀해진 물의 겹겹이 든다

물은 밀리고 밀려와서

아래로만 흐르는 존재 같지만

스스로 잠을 청하러 갈대밭에 들기도 한다

자박자박은 스스로 드는 물소리고

두덕두덕은 갈대밭이

물 갈피를 여며가는 소리다

좀체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수심은

뿌리들의 집이어서

한 움큼 모아져야 가뭇가뭇 흔들리는데

둑과 둑 사이 넘나드는 물소리를 들치면

구부정한 허리가 보인다

한 걸음 한 걸음 시침하듯

땅을 꿰어 놓은 들녘

여름 내내 물을 빨아들였음에도

엮으면 바짝 마른 것들이 되는 갈대

아버지는 만 평 물의 잠을 돌보고

속이 비어 가벼운 것들로

줄줄이 남매를 엮었다

휘어지고 늘어지며유유히 마른 꽃 피우는 것들

햇빛과 달빛이 한 대궁에서 마른

그 한 묶음을 추스르는 아버지

물은 오래 잠들어 있으면

버석거리는 소리를 낸다고     


https://youtu.be/WTAUCpI9p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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