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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섶 Oct 27. 2021

즐거운 편지 - 황동규 시(낭독 동영상)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를 피아노 연주에 맞춰 낭독했습니다.

‘즐거운 편지’가 들어 있는 시선집 ‘삼남에 내리는 눈’을 사서 읽었을 때가 대학교 1학년이었는데요. 그 시절에 애독했던 시집을 다시 꺼내서 들춰보니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네요.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https://youtu.be/Ej93WFO3DP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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