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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섶 Nov 19. 2021

흑련-이종섶, 사노라면-클라리넷

이 동영상은 이온겸 낭송가가 진행하는 ‘이온겸의 문학방송’에 전화로 연결해서 제가 낭독을 한 후에 이온겸 낭송가가 그 전화 녹음을 가지고 만든 것입니다. 그 영상에 제가 클라리넷 ‘사노라면’만 넣었습니다.  

   

흑련     

이종섶          


추위가 닥쳐야 꽃을 피우는 산동네

시커먼 진흙구덩이에서 건져 올린 연탄이

빨갛게 피어났다 사그라드는 계절

낮에는 해가 밤에는 달과 별들이 뜨고 질 때

붉은 꽃도 하염없이 

피고 지고 피고 지고 

불꽃을 가꾸는 사람들은 마음이 가난하다

달동네 맑은 공기를 먹고 자란다는 

그 귀하디귀한 꽃을 

하루가 멀게 두세 송이씩 피워내며 살아가는 것이다 

난로나 보일러 아궁이에 숨겨두면서 

가족들에게만 쐬게 해주는 온기 

저물었을 때만 모습을 드러낼 뿐

만개하는 동안에는 

그 형상을 보여주지 않는 신비의 꽃

매서운 칼바람을 먹고 사는 탓에

투명한 향기 속 맹독을 지녀

한 번 물리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다

백련으로 마무리하는 마지막 생

빙판길에 하얗게 으깨어 납골 된다 

언덕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등 밟고 무사히 가라고

바닥에 까는 압화는 겨울에도 얼지 않아

발바닥으로 쓰다듬으며

마른 눈물을 쏟아내는 노인들

가난한 세상 흐드러지게 피었다 저무는 동안 

공기로 가득 채웠던 뼛속에서 

푸드득 핏덩이 새떼가 날아오른다

https://youtu.be/vDz9UvfaC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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