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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섶 Dec 01. 2021

가시의 재발견 - 이종섶 시, 낭송

가시의 재발견

이종섶          



장미를 볼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산나물을 뜯다가 발견한 두릅과 음나무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밑에서부터 가지 끝까지 촘촘하게 달려있는 가시들 

짐승들로부터 새순을 지키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가시가 달린 것은 독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향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음을 깨달은 순간      


가시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들도 어쩌면 자신의 향기를 위해 그랬을지도 모른다      


향이 독특한 순을 먹을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찌르는 가시만 보이듯이 

나 역시 그들의 향기를 맡지 못해 뾰족한 가시만 보았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만날 사람들 중에도 가시를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 뻔해 

그들이 내미는 가시를 붙잡고 그 너머에 있는 향기를 맡아야 하는 삶      


가시나무 새순은 사람만이 장갑 낀 손으로 갈고리를 들고 가지를 휘어 따먹을 뿐 

도구를 사용할 줄 모르는 짐승들은 어림도 없을 것이다      


사람의 가시를 살살 붙잡고 그 뒤에 있는 향을 맛보지 못한다면 

나 역시 짐승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https://youtu.be/ZALayzyP0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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