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1의 후광효과로 버틴 팬텀싱어2
팬텀싱어2를 처음부터 보다가 중간에 한번 시청의 위기를 겪었으나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팬텀싱어1의 후광 효과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 4중창이 시작되면 그래도 마음을 후벼파는 노래들이 나오고 또 그렇게 노래를 불러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승 1차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런 아슬아슬한 기대는 송두리째 무너졌고, 결승 2차전에 대한 기대도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샤워할 때마다 팬텀싱어1 노래를 틀어놓는 초등 5학년 막내 아들도 결승 1차전을 보다가 재미가 없었는지 집중을 하지 못하고는 중간에 들어가서 자버리고 말았다.
물론 팬텀싱어2의 열렬한 시청자들이 여전히 뜨겁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입장에서 분석하자면, 아마도 팬텀싱어라는 프로그램과 그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정통 크로스오버 음악에 열광하기보다는 참가자 누구 누구의 팬이 되어 그 출연자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반대로 말하자면, 어느 참가자가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딱히 어느 참가자를 팬처럼 바라보기보다 팬텀싱어에서 나오는 바로 그런 노래를 원하는 사람들은 팬텀싱어2에서 이탈하는 현상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승전이 끝나기 전에 이런 난기류 현상을 진단해보자. 먼저, 끝까지 발목을 붙잡은 선곡 문제는 팬텀싱어2에서 가장 중대한 이슈로 남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윤종신이 어느 인터뷰 기사에서 말했던 것처럼 팬텀싱어는 정서와 위로를 노래해야 하는데, 팬텀싱어1에서 그 컨셉트가 딱 맞아떨어졌었는데, 팬텀싱어2에서는 대부분의 노래들이 정서와 위로의 감정이입에서 실패하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구경만 하게 하는 피동적 시청자층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와 같은 선곡 문제는 결승 1차전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기대하고 기대했던 것이 이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게 되자 완전히 포기하게 되어 버리는 심리적 붕괴 현상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것은 애초부터 크로스 오버가 맞거나 크로스 오버에 뜻을 둔 사람들이 팬텀싱어2에 지원한 것이 아니라, 팬텀싱어1의 성공을 본 음악인들이 그 성공만을 좇아서 몰린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끔 할 정도다. 선곡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그만큼 크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크로스오버의 성향 변형이 대두된 것이 또 하나의 문제다. 출연자의 성향이 원래 그랬는지, 아니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아이디어적으로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면서 그런 시도가 뚜렷한 성과가 나오게 되자 판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클래식을 기본으로 한 크로스 오버적 감성에 바탕을 둔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은 혼란스러움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제작진이나 프로듀서의 책임이 크다. 아니, 전적으로 그들의 책임이다. 크로스 오버의 정체성 자체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있지 못한 책임인 것이다.
비주얼적인 것이 가미되고 팝송의 영역까지 나아가면서 무대 자체가 뮤지컬 적인 느낌이 날 때가 많았다. 이것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을 수 있고 또 그 순간의 무대가 좋을 수 있고 뮤지컬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을 수 있지만, 전체 크로스 오버, 아니 팬텀싱어2를 위해서는 커다란 손실을 키칠 것으로 예상된다. 팬텀싱어는 듣는 노래를 원했던 것이지 보는 무대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팬텀싱어와 크로스 오버는 실험을 하는 무대가 아니다. 실험과 영역 확장은 콘서트의 한 꼭지에서 또는 앙코르에서 해도 충분하다. 팬텀싱어에서는 정통 크로스 오버의 정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팬텀싱어2가 시작할 때 걱정을 했었다. ‘팬텀싱어1이 초반 기획의 출발이라 팬텀싱어2의 출연자들이 더 막강해서 팬텀싱어1의 우승팀이 초라해지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로 되었다. 팬텀싱어2로 인해 팬텀싱어1의 우승팀은 오히려 전설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팬텀싱어2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팬텀싱어1의 후광효과로 버티다 팬텀싱어1의 우승팀을 전설로 만들어준 팬텀싱어2’ 정도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