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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섶 Dec 08. 2021

나뭇잎 지폐 - 이종섶 시

- 배경음악 베토벤 비창 피아노소나타 2악장을 제가 연주했습니다


'나뭇잎 지폐'는 지금은 품절된 첫 번째 시집에 실려 있는 시입니다. 배경음악은 베토벤 비창 소나타 2악장이구요. 제가 피아노를 쳤습니다.


나뭇잎지폐

이종섶


한 해 동안 열심히 일해서

잎사귀를 많이 모은 나무

쌀쌀한 봄부터 무더운 여름까지

푸른 나뭇잎을 무성하게 벌었으며

찬바람 불어오는 가을엔

울긋불긋 단풍잎까지

보너스로 두둑하게 받았다

남부럽지 않은 재산을 가졌어도

욕심을 부리는 법이 없어

땅에서 번 돈

땅에 다시 돌려줘야 한다며

바람으로 세고 있는

한 잎 두 잎 세 잎

비바람 몰아치는 날엔

밖으로 내몰린

가난한 이웃들이 떠올랐는지

뭉칫돈을 아낌없이 내어놓는다

가진 것 많아도

허황된 꿈을 꾸지 않아

해마다 전 재산을 기부하는 나무

눈 내린 겨울

햇살이 따라주는 차 한 잔에

가슴이 훈훈해진다


https://youtu.be/T5IRzFyk9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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