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마는, 제가 있는 곳에는 첫눈이 나리지 아니하였다가, 이제사 이렇게 첫눈이 나리는 소식을 그대에게 전합니다. 제 마음속 첫눈입니다.
이종섶
하늘이 쓴 시를 받아 만든 시집 한 권
아이들은 눈사람이라는 시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첫눈이라는 시를 좋아한다
눈이 많이 내리면 재판 삼판을 찍지만
초판만 겨우 찍고 사라지기도 하는 겨울
순수하고 깨끗한 시집은 인기가 좋아
보는 이 마음에 생생한 여운을 남긴다
글만 알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 비비며 읽어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탄성을 지르게 한다
보면 볼수록 눈까지 맑고 시원해져
한 자 한 자 읽을 때마다 들려오는
뽀드득 뽀드득 소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소리가 좋아
평생 곁에 두고 애송하며 잠들고 싶은 밤
읽는 사람 누구나 시인이 된다
시인의 가슴에는 언제나 눈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