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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섶 Nov 09. 2017

팬텀싱어2, 실내악의 바이올린 사중주 같은 "꽃병"

신명근, 김지원, 강형호 노래



무대에서 펼쳐지는 경연은 노래의 몸집을 키운다. 옷이 날개라는 말처럼 편곡도 노래의 날개가 된다. 높이 날기 위해 날개를 키우고, 깃털을 꾸미고, 솜털을 물들이고, 때로는 색깔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날개가 무거워져서 높이 날지도 못하고 멀리 가지 못하는데도, 날개가 멋있고 화려하고 웅장한 것에 도취해 마치 푸른 창공을 유유히 날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본래부터 수채화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유화처럼 진하게 그리고, 원래부터 베토벤의 피아노곡 "엘리제를 위하여"처럼 순수하게 나왔는데 교향곡처럼 버라이어티하게 꾸미는 것이 그와 같다.


음악감상의 보편적인 순서는 교향곡으로 출발해서 실내악곡으로 나아간다. 처음에는 외적으로 웅장하고 스타일에서 화려한 곡에 끌리다가 차츰차츰 조용하면서도 내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곡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팬텀싱어2에서 만들어지는 노래들을 보면 대체로 외적인 화려함을 추구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소리 같은 음성이라면 화려한 곡과 편곡에 귀가 쏠리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오디션 무대라는 것을 인정할 때 노래 자체를 버라이어티하게 꾸미는 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반대로 말하면 외적인 화려함보다 노래 자체의 맛과 서정을 최대한 담백하게 살리려고 하는 가치도 상대적으로 그만큼 중요하고 또 인정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팬텀싱어2에서 불려진 "꽃병"에 관한 헌사다. 바이올린 사중주같이 조용하면서도 아름답고, 피아노곡 소품처럼 소중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음악이라고 하면 너무 지나친 말이라고 야단을 맞을까.


스포츠 일부 종목 중에 기술 점수와 예술 점수를 따로 채점하는 종목이 있다. 웃으면서 하는 말이지만, 팬텀싱어에서도 예술 점수를 감안해주면 어떨까.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 화려한 꽃들 속에, 꽃박람회에 전시된 근사하고 멋진 꽃들 사이에 수수하고 단아한 꽃이 있다. 고개를 숙이지도 않고 기웃거리지도 않는다. 위축되지도 않고 수다를 떨지도 않는다.


"꽃병"이다. "꽃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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