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인데 여름 시를 올리네요. 반대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겨울에 겨울이 즐겁기도 하지만, 겨울에 여름이 가장 그리운 법이니까요. 그래서 첫 번째 시집에 실린 ‘파도 목수’를 골랐구요. 영상은 작년 여름에 제주도에 가족여행을 갔을 때 찍은 영상을 편집해서 제가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도 단단하면서도 결 고운 서정이 깃든 음성으로 낭송해주신 오새미 시인님께 감사드립니다.
제주도 박수기정
영상에 나오는 거대한 절벽 같은 바위 이름은 '박수기정'입니다. 아래 내용을 참고하세요.
박수기정은 샘물을 뜻하는 ‘박수’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진 말로, '바가지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샘물이 솟아나는 절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박수기정을 보려면 대평 포구부터 발걸음을 시작하는 게 좋다. 대평리는 용암이 굳어져 만들어진 넓은 지대로 예전에는 '용왕 난드르' 라고 불렸는데, '난드르'는 '넓은 돌' 이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이다. 박수기정은 특히 일몰 명소 중 하나다. 약 100m 높이의 수직 절벽인 박수기정 위에 올라가서 보는 해안 풍경도 좋지만, 대평포구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더없이 아름답다. 포구에 서면 병풍처럼 펼쳐진 박수기정의 웅대한 모습이 보이며, 수평선 너머로 지는 해와 바다에 비친 노을은 절벽과 어우러져 신비한 아름다움을 펼쳐 보인다. 인근에 박수기정과 바다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카페들이 즐비해 여유롭게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박수기정 (대한민국 구석구석, 한국관광공사)
파도 목수
이종섶
목수의 명인을 대대로 길러낸 바다
갖가지 도구들이 출렁이는 푸른 가방에
시퍼렇게 날 선 파도를 항상 준비해두었고
어린 파도들을 낮은 해안에 불러 모아
대패와 톱의 연마법을 부지런히 가르쳤다
비법을 전수하는 공방에선
파도가 밤낮으로 깎고 자르는 소리
날을 잘 벼린 파도는 낭창낭창 휘어지며
무엇이든 단번에 썰어버릴 듯
충만한 자신감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미
손바닥에 하얀 포말을 퉤퉤 뱉어가며
길게 늘어선 해안의 암반과 벼랑을
단층과 기암괴석이 즐비한 절경으로 깎아주었고
남은 톱밥으로는 백사장을 만들어주었다
힘이 부치면 톱질을 물렸다가
다시 몰아치며 해안으로 들어갈수록
하나 둘 멀어지는 귀퉁이 섬들
바다가 키운 목수들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