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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섶 May 09. 2018

해피 엔딩 속에 새드 엔딩을 녹여낸 드라마

- 대군, 사랑을 그리다

해피 엔딩 속에 새드 엔딩을 녹여낸 드라마

- 대군, 사랑을 그리다




"대군, 사랑을 그리다" 드라마가 지난 주말에 끝났다. 그런데 슬픔이나 아픔 같은 것들이 떠나지를 않는다. TV드라마가 종영된 이후의 감정으로는 특이한 현상이다.


사극은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말이 있다. 결말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종에게서 보위를 빼앗는 세조 이야기라서 역시 그런 결말로 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만일 그렇게 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한 5,6회 쯤부터 우연히 재방을 시청하게 된 나는 주말 10시 50분 본방을 챙겨보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결말에 대해 몹시 궁금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역사와는 다르게 세조가 실패하길 바랬고 단종 복위가 성공하길 바랬다. 설마 하면서도 작가가 그렇게 써 주길 바랬던 것이다.


그런데 생각이 현실이 되어 드라마 엔딩에서 세조는 다시 왕위에서 내려왔고 어린 단종이 복위 되었다. 아, 역사와는 반대로 이런 엔딩도 가능하구나 싶어서 놀랐고 한편으로는 가슴이 후련했다.


물론 "대군, 사랑을 그리다"는 정통 사극이 아니다. 실제 역사와 인물에 바탕을 두었으면서도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가감이 이루어진 사극이다. 처음에는 그런 부분이 못마땅하기도 하였고 왜 그렇게 해서 역사를 비트나 하는 반발이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극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그리고 극의 엔딩을 보면서 내가 우려했던 장치들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오히려 그럴 수밖에 없어야 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어차피 결말이 역사대로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세조가 폐위되고 단종이 복위된 엔딩은 드라마 자체로는 더할 나위 없는 엔딩이었으나, 역사 안에서 보면 너무나 아름다우면서도 너무나 슬픈 엔딩이었다. 해피 엔딩이면서도 새드 엔딩이 가능한 엔딩이 있다고 한다면 바로 "대군"의 엔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리는 안다. 그리고 역사가 증명한다. 세조가 승자고 단종 복위에 투신했던 자들은 패자였다는 것을. 그런 역사의 배경에서 "대군"의 엔딩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느 블로거의 말처럼 "단종 복위를 꿈꾸며 죽어간 자들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였다는 것에 마음이 끌린다. 그래서 마음이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프고 아픈 것이다.


역사에서 실패한 비극을 성공으로 바꾸어놓은 드라마. 단종 복위를 위해 죽어간 자들이 바랬던 결말을 보여준 스토리. 역사에 등장했던 그들은 이 드라마를 보았을까.


봄날은 가고 꽃은 떨어진다. 봄이 가장 아픈 이유다.


#대군 #대군사랑을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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