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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여자 Sep 07. 2020

마흔에 마주한 두려움

#마흔에 마주한 두려움

거절당할 위험

상처 받을 위험

버림받을 위험

다칠 위험

죽을 위험

손해 볼 위험

오해받을 위험

모든 위험은 피하고 싶었다

이별이 두려워 새로운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에 주춤했고,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그들의 얘기를 듣는 것을 거절했다.

쿨하고 친근하게 사람을 대했지만 마음의 문은 늘 반 정도만 열어놨다. 

언제라도 닫을 수 있을 만큼이었다.

그 두려움은 비단 사람 관계에 국한되지 않았다.

바다를 좋아했지만 언제 덮칠지 모르는 파도는 늘 경계했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고 소식은 나의 두려움의 근거가 되었다.


#두려움과 마주하여 얻은 것은 선택

처음으로 엄두도 내지 않던 물살을 선뜻 건너겠다 물에 들어갔다. 

휩쓸려 가진 않을까, 넘어지진 않을까 망설이던 그때 언니가 손을 내민다. 

'인생은 그때 옆에 있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한 발자국씩 앞으로 가는 것이구나' 

내가 건너겠다 시도하지 않았기에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는데, 세찬 물살에 몸을 허리까지 담그자 누군가 도와주었다.

막상 거친 물살을 건너니 시원한 그늘에서 쉴 수 있었다. 물론 모기의 공격도 있었다.

하지만 난 이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늘이지만 모기가 있는 곳이냐

뙤약볕이지만 모기가 없는 곳이냐

어쩔 수 없이 뙤약볕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었다.


#이혼을 '통보'받았지만 선택은 나의 것

결혼도 이혼도 그랬다. 그의 '이혼'얘기에 덜컥하여 눈치를 보며 마음 졸였던 그때와는 달랐다.

결혼이냐 이혼이냐 그것은 나의 선택이지 그의 선언에 달린 것은 아니었다.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나의 선택이었기에 더 이상 그의 기분에 나의 기분이 달라지지 않았고 내 마음 가는 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차린 밥을 그가 먹던 먹지 않던,

내가 보낸 카톡을 보던 보지 않던

나는 마음을 풀고, 그에게 다가갔지만 그는 여전히 차가웠고

나의 선택 다음에 '그의 선택'은 그의 몫이었다.


#두려움 그 너머

무한반복 물살을 놀이 삼아 거스르며 깔깔 거리는 사람들이 계속 내 앞을 지나갔다.

구명조끼를 입고 물살에 몸을 맡긴 그 놀이가 처음으로 눈에 들어왔다.

두려움을 마주하고, 도움을 받았고, 도전했고, 선택했고 

그다음엔 또 다른 도전이 있었지만 그것은 온전히 삶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옵션이었다. 

(스무 살에 겪었다면 좋았을) 두려움과 선택의 규칙을 깨닫는다.

무릎을 탁 친다.


누군가 이미 말했겠지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은 두려움에 맞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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