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자유와의 이별, 되찾은 진짜 자유

8시 이후 금식, 1시 반 전 취침, 그리고 5분 폼롤러 마사지

by 하루




밤 11시, 또 배가 고프다. 아니, 정확히는 입이 심심하다. 냉장고를 열고, OTT를 켜고, 간식을 집어든다. '오늘 하루만'이라는 주문을 외우며.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선택한 것은 저녁 루틴 3종 세트다. 3일 연속으로 아래 세 가지를 성공하는 것이 목표다.


8시 이후 금식

1시 반 전 취침

자기 전 폼롤러 마사지


가장 오래 미루고 남겨뒀던 리스트의 사실상 마지막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밖으로 나가려는 시도와 걷기 등을 통해 몸을 움직이는 동력을 얻었다면, 이제는 몸의 내부 시계를 바로잡을 시간이다.




야식이라는 이름의

거짓 자유



내가 야식을 끊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첫 번째는 단순히 배가 고픈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심심함' 때문이었다. '입이 심심해서'는 새벽마다 즐겨 찾는 내 전용 멘트였다. 그리고 그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짜고 달달한 간식과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OTT 콘텐츠가 필요했다.


일할 땐 백색소음이 필요하다며 뭔가를 틀어놓고 노트북 앞에 앉아있지만, 내가 진짜로 하고 있던 건 노트북으로 뭔가를 하는 척, 간식을 먹으며 OTT를 보는 것이었음을 고백한다. 자극적인 간식이 분비시키는 도파민, 그리고 '하루 끝의 나만의 자유시간'으로 학습되어 버린 야식. 깨어있으면 찾아오는 야식에 대한 유혹을 거부하는 건 내게 마치 당장 행복이 오는 걸 가로막는 것과도 같았다.


그런데 막상 참기 힘든 잠깐의 유혹으로 즐거움을 주는 이 시간이 내게 남긴 건 '늘어난 군살'과 '만성 위염'뿐이다. 언제 내게 왔는지도 모르게 남의 것처럼 불편하게 붙어있는 군살과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고통스러운 위염과 이별하고 싶다. 야식과 이별할 수 없다면 군살과 위염과도 남은 시간을 함께해야만 한다는 사실. 이별을 강력히 원하지만 이미 습관화가 되어버린 내겐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고, 그 방법은 '취침 시간 당기기'였다.


늦은 취침과 야식은 마치 끈끈하게 엮인 한 세트 메뉴 같았다. 둘 중 하나만 무너져도 다른 하나가 무너지는 악순환의 고리처럼 말이다. 단번에 바꾸면 좋겠지만, '실패불가능'한 목표인 만큼 이번 금식 목표는 8시였다. 건강 전문가들이 권하는 6시나 7시지만 내게는 '성공의 습관화'를 안겨줄 목표 시간으로 8시로 정했다.

물론 8시 금식을 며칠 성공한 후엔 목표 시간을 7시로 한 시간 당기기 시작했고, 최종 먹표는 6시다, 물론 취침 시간을 당기는 것도 늘 함께다.


금식의 진정한 성공은 공복감을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야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없애는 것에 있었다. 그리고 가장 조심해야 할 건 '오늘 하루만 먹는 건데 뭐 어때'와 '이미 먹었는걸 뭐'하고 고삐를 풀어버리는 마음이다. '오늘 하루만 먹는 건데 뭐 어때'는 '오늘 하루만 참자'로, '이미 먹었는걸 뭐'는 '이제라도 그만 먹으면 돼'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적정선에서 멈추는 게 더 어렵다는 핑계는 말 그대로 핑계일 뿐이고, 얼마든지 멈출 수 있는 의지와 결단력이 성인에겐 있다(있어야 한다).



늦은 취침이 주는 건

자유가 아니다



두 번째 루틴은 3일 연속 1시 반 전 취침하기였다. 마찬가지로 전문가들이 말하는 컨디션이 회복되는 시간은 10시부터 12시까지라고 하지만, 무너진 리듬 속에서 3시, 4시에 잠드는 날이 부지기수였기에 1시 반이라는 비교적 관대한 목표를 잡았다.


일단 눕기는 성공적이었다. 부랴부랴 일과를 마치고 1시 30분에 잠자리에 들며 '나 오늘 목표 성공이네'라고 뿌듯해했다. 하지만 눈을 감는다고 바로 잠이 오는 건 아니었다. 그동안 깨어있던 습관 때문인지 눈은 말똥말똥, 머릿속엔 잡생각들이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책을 보면 잠이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휴대폰을 켜고 전자책 앱을 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만 읽다 잠들기도 했지만, 앱을 닫고 잠깐 딴짓을 하다 보면 결국 또 3-4시가 되어서야, 혹은 아침이 되어서야 잠들기 일쑤였다. 목표 시간에 잠들려면 적어도 10분 전에는 누워야 하고, 휴대폰은 멀리해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비록 실패했어도 포기란 없다.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


어찌어찌 3일째에 1시 반 전 취침에 성공했던 날, 놀라운 보상이 찾아왔다. 평소라면 수십 개의 알람 소리에도 거뜬히 숙면을 취하던 내가, 아침 7시에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번쩍 떠지던 것이다. 피곤함 없이 거뜬한 기분에 아침을 맞이하는 경험. 일찍 자니 일찍 눈이 떠지던 날의 기억은 다음 날 취침 시간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되었다. 늘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중할 수 있다며 글쓰기를 하곤 했는데, 일찍 깨어난 아침의 글쓰기도 생각 외로 효과적이었다.


내가 그동안 늦도록 잠들지 못했던 이유는 야식을 찾던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늦은 시간 취침으로 인해 잃어버린 낮 동안의 시간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과 이 시간을 더 길게 즐기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유 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에 점점 늦어진 취침 시간이 내게 남긴 건 더 많은 자유가 아니라,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거칠어진 피부와 '살찌는 체질'로의 변화뿐이다. 내 몸이 더 이상 지방을 축적시키지 않도록 하려면, 취침 시간의 변화로 호르몬 균형을 찾아야 했다.


최종적으로 목표하는 취침 시간은 11시 이전이지만, 1시 반 전 3일 연속 취침 성공의 다음 단계는 12시로 당기기다. 서서히 조금씩.



하루 5분,

내 몸에게 건네는 위로



마지막 루틴은 가장 실천하기 쉬웠던 3일 연속 자기 전 폼롤러 하기다. 오랜 시간 나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결과물인 거북목과 만성적인 염증들. 매일 5분의 폼롤러가 당장의 건강을 되찾아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는 나를 돌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의식과도 같다.


늘 부종이 있는 다리를 폼롤러로 마사지하면서, 그동안 내가 몸에게 얼마나 무심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하루의 시간 중 딱 5분이지만 온전히 내 몸의 긴장과 이완에만 집중하는 그 시간이 비로소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의 나를 준비하는 정화 의식이자 위로 같았다. 마치 '다리야,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처럼. 짧지만 다정한 5분의 시간은 야식과 늦은 취침으로 몸을 학대하는 걸 예방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3일 연속 성공한 날, 몸은 가벼워지고 정신은 개운했다. 겨우 3일이었지만, 무너진 리듬을 아주 작은 성공으로 채워나가는 경험이었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배운 게 있다. 이미 목표 시간 10분이 지났어도, 귤 하나를 집어먹은 순간에도, 포기란 없다는 것. 거기서 멈추면 그다음 날엔 10분만 더 서두르고, 귤 하나만 참으면 코 앞에 성공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실패불가능한 성취 리스트 22개. 비즈 팔찌 하나, 옷장 한 칸, 걷기 4일, 그리고 이제 저녁 루틴 3종 세트까지. 작은 성공들이 모여 무너진 일상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남은 건 맛있는 커피 한 잔뿐이다.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쳐가는 중이다.




나의 작은 성취 리스트 21/22


[ 매일 하는 것들 ]

1. 기상 직후 이부자리 정리하기

2. 물 한 잔, 약 먹기, 다시 눕지 않기

3. 자기 전 5분 폼롤러 마사지


[ 하루에 한 개씩 ]

4. 화장실 줄눈 곰팡이 청소하기

5. 안 입는 옷 5개 버리기

6. 옷장 청소하고 제습제 교체하기

7. 살 빼면 입고 싶은 옷 걸어두기

8. 콩이 건강검진 하기

9. 콩이랑 5분간 사냥놀이하고 사진 찍기

10. 콩이 새 숨숨집 만들어주기

11. 조카들 크리스마스 선물 고르기

12. 몸 일으켜 헬스장 가기(→ 3일 연속 나가서 걷기)

13. 한강 따라 30분간 자전거 타기(→추위로, '비즈팔찌 3개 만들어 선물하기'로 변경)

14. 5분 멍 때리기

15. 1시간 예능 보며 깔깔거리기

16. 조조영화 1편 보기

☐ 17. 맛있는 커피집에서 커피 마시기

18. 장태산에서 단풍 사진 찍기

19. 사피엔스 한 챕터 읽기

20. 30분 집중해서 글쓰기


[ 도전 과제 ]

21. 8시 이후 금식 3일 연속 성공하기

22. 1시 반 이전 취침 3일 연속 성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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