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in the day
한 사람당 하나의
사랑이 있었대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멸종위기 사랑
지난 추석, 지방에 사는 언니네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느라 음악은 그저 배경에 머물곤 했는데, 그날은 고속버스 안에서 오롯이 비 내리는 창밖을 보며 이어폰 속 노랫말에 귀를 기울였다. 악뮤의 이찬혁이 만들고 부른 ‘멸종위기사랑’이었다.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마음을 콕콕 찔렀다. 이 시대에서 순수한 사랑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 정말로 언젠가 뉴스에서 “여러분, 사랑의 종말이 왔습니다”라는 속보를 내보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묘하게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서늘한 예언을 담은 음악을 발견하고 마음이 설레는 나를 보며, 아직 내 안에는 무언가 일렁이는 걸 느꼈다.
사랑을 시작하는 것도, 끝내는 것도, 그 과정조차 모든 게 너무 쉬워졌다. 몇 번의 스와이프로 만나고, 몇 통의 메시지로 이어지고, 한 번의 언팔로우로 끝난다. 사랑이 있어야 할 자리에 사랑이 없다는 사실조차, 이제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찬혁이 사라져 가는 순수한 사랑을 몽롱하게 노래했다면, 이미 오래전 보편적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더 드라마틱하고 시각적인 외침으로 던진 이들도 있다.
뉴욕 맨해튼 6번가의 랜드마크였던 로버트 인디애나의 조각 ‘LOVE’. 그 유명한 비스듬히 기울어진 ‘O’는 사실 작가의 의도적 장치였다. 사랑이란 늘 완벽하지 않으며, 결코 흔하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안타깝게도 완벽한 디자인 덕에 그 메시지는 가려진 채, 작품은 무수히 복제되고 소비되었다. 사랑에 대한 질문이 기념품이 되어버린 셈이다.
블랙 아이드 피스는 조금 더 직설적으로 물었다. “Where is the Love?”라고. 평화로운 멜로디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가사들은 폐부를 찌른다. 테러와 혐오가 만연한 세상에서 우리가 진짜 사랑을 어디에 두고 왔는지, 혹은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를 집요하게 되묻는 노래다.
다행히 사랑의 종말은 아직 오지 않았다. 다만 사랑이 있어야 할 자리에 사랑이 없음을 깨닫는 순간이 예전보다 잦아졌을 뿐이다. 차창을 타고 비스듬히 흘러내리는 빗물들을 보다가, 문득 로버트 인디애나의 기울어진 ‘O’가 떠올랐다.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진실에 가까운 그 기울기.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반듯한 사랑이 아니라, 기울어진 채로도 서로를 향해 기대는 용기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