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이라고요..?

노견 간병일기 - 02

by 하루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병원을 향했다. 우리의 계획은 하루의 건강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자 '그저 건강검진을 하러' 간 것이었다. 병원에 도착해 메모해 둔 하루의 증상들을 차례로 이야기했다.

사료 거부 약 3주

음식 전체 거부 3~4일

다리 떨림 및 오한

점액질이 섞인 설사

한 차례의 구토

눈물 과다

심한 구취

잠을 못 자고 서성거림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비롯해 전체적인 검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하루는 얌전히 처치실로 들어갔다. 대기실에서 한시간 반이 지나자, 마침내 결과가 나왔다. 의사 선생님의 첫마디가 날아와 귀에 꽂혔다.


“하루가 뭐가 좀 많이 나왔어요…”


첫마디에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이어진 설명에 심장은 덜컥, 또 덜컥 내려앉았다. 식욕이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비장 종양이었다. 작은 결절이 아니라, 비장 전체가 종양이었다. 초음파 화면에는 울퉁불퉁하게 변형된 비장의 조직이 가득 잡혀 있었다. 한참 동안 설명을 들었지만, 온갖 생각들이 순식간에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뭐..? 하루가 종양? 우리가 하루가 왜? 장기가 터진다고? 도대체 그딴 시한폭탄 같은 장기는 왜 있어가지고!” 그리고 딱 하나의 질문만 입 밖으로 내었다.

"이거… 치료 가능한가요?"


비장은 낡은 적혈구를 걸러내는 정화필터이자 저장소의 역할을 한다. 비장은 혈액을 머금고 있는 장기라, 출혈의 가능성이 높았다. 즉,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혈복’이라는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혈복’은 복강 내 출혈을 뜻한다.) 다행인 건 없어도 사는 데는 문제가 없는 장기라, 노견임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권한다고 했다. 초음파상 출혈은 보이지 않았지만, 빈혈 수치를 보면 미세출혈은 이미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들었던 설명들을 떠올려보면 종양이 악성일 경우 수술 제거 후에도 항암이 필요할 수 있는데, 종양의 종류에 따라 기대수명도 항암예후도 다르다. 가장 높은 비율로 발생하는 혈관육종일 경우 항암여부에 따라 기대수명은 2-3개월에서 1년이란다. 두 번째 높은 비율로 발생하는 림포마(혈액암)의 경우 항암예후가 더 좋은 편인데, 항암자체가 좋은 면역세포까지 전부 죽이기 때문에 기력저하, 식욕저하, 구토, 패혈증까지의 위험이 존재한다. 결국, 너무 힘들어하면 중단하게 될 수도 있다. 그만큼 강아지에게, 특히 노견에게는 고된 싸움이기에 고려해봐야 할 문제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 하루의 콩팥 수치가 심하게 나빠져 있었다. 췌장 수치, 빈혈 수치까지 모두. 이 상태로는 마취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먼저 수치 안정화가 우선이었다. 수액, 그리고 수혈. 2~3일간 하루의 몸 상태를 지켜보며 신장 수치가 회복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 이후에야 비장을 제거하는 수술이 가능하다. 비장은 다행히 없어도 생명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수술 후 바로 조직검사를 보내 종양의 종류를 확인하면 필요시 항암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가능성이 가장 큰 건 혈관육종. 항암치료를 해도 1년. 하지 않으면 생존 기간은 2~3개월. 두 번째 가능성은 림프종으로, 항암 효과는 좋은 편이지만 그만큼 강한 프로토콜을 견뎌야 한다. 그 외 다른 악성종양일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확률은 낮았다. 지금은 오직 수치 안정화, 그리고 수술이 잘 되는 것이 우선이었다. 항암은 그다음에, 그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그 말을 들으며 ‘지금은 버틸 시간이다’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아직 끝이 아니라는 걸 믿고 싶었다. 믿어야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장 입원을 해야 했지만 갑작스레 닥친 현실을 믿을 수 없었던 나는 병원에서 피하 수액을 맞히고 약을 처방받아 하루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밤새 큰 병원 이곳저곳에 전화를 돌려 검사지를 보냈다. 이 결과가 아니기를 틀린거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눈앞의 하루는 아무일 없다는 듯 조용히 내 옆에 누워 있었고, 하루의 등을 쓰다듬으며 “내일 또 병원 가야 해. 우리 조금만, 버텨보자.” 하고 속삭였다. 소식을 듣고, 언니도 하루를 보러 올라오는 중이었다.


하루는 다음 날 바로 입원치료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