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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베투 My Better Today Jun 21. 2024

#2 부천 상동 수플레케이크 브런치 카페 백금당

수플레케이크, 늦잠, 산책

보통은 8시쯤 일어나는데, 오늘은 10시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지난밤에 운동하고 잔다고 12시가 넘어 잠든 게 첫 번째 이유고, 새벽 5시 반쯤 일이 있어 잠깐 깼다 다시 잠든 게 늦잠을 잔 두 번째 이유다. 원래대로라면 아침에 운동을 하고 아침을 먹으려고 했는데 계획을 바꿔 밥을 먼저 먹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못하냐고 나를 혼내는 일은 접어두기로 했다. 이미 일어난 일로 자책하는 건 멍청한 일이다. 다행히 오늘은 뭐든 자유롭게 하기로 다짐한 ME Day다.


아침식사를 하기로 결심하고 가장 먼저 떠올린 메뉴는 폭신한 팬케이크였다. 수플레 케이크(Soufflé Cake)라고 부르는 빵은 18세기 프랑스 요리사들이 개발했다. 부풀린다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souffler에서 유래된 이 케이크는 전통적으로 수플레라고 불리는 빵에서 업그레이드된 형태다. 팬케이크 모양이라 수플레 팬케이크라고 부르지만 사실 팬케이크는 "팬 pan"에 요리하지만 수플레 케이크는 오븐에 요리하기 때문에 수플레 팬케이크라는 이름이 적합하진 않을 것 같다.


머랭을 오븐에서 부풀려 만드는 수플레 케이크는 머랭을 적절하게 쳐야 한다는 점과 오븐에서 굽는 시간과 온도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꽤 까다로운 음식이라고 한다. 치즈와 과일을 곁들여 먹는 수플레 케이크는 부풀려서 만드는 요리이기 때문에 오븐에서 꺼내고 10분 내에 먹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오늘 방문한 백금당이라는 카페는 주문과 동시에 수플레 케이크를 제조하니 맛있는 한 접시를 대접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아침 일찍 오픈시간에 맞춰 가게에 오면 손님이 나뿐이라 좋은 것 같다. 물론 번화가가 아니기 때문도 있겠지만 조용한 카페에 앉아 오늘의 아침식사를 기다리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오늘도 평소라면 엄두를 내기 어려울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앤티크 하면서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게 전반에 널려 있다. 어제 방문했던 가게가 왠지 빨강머리 앤에 나올 것 같은 청교도 집안의 미국인 가정집 같았다면 오늘 방문한 가게는 소녀소녀하면서 뜨개질을 좋아할 것 같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주인공 소피의 할머니 버전이 생각나는 집이다.



20분 정도 걸릴 거라고 했지만 그렇게 오래 기다리진 않았던 것 같다.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으며 기다리니 곧 음료와 따뜻한 물수건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뒤이어 드디어 오늘의 아침메뉴 등장!



통통한 수플레 케이크와 키위, 수박, 바나나, 복숭아로 이루어진 과일이 함께 나온다. 케이크는 생크림이불을 덮고 있는데, 비주얼적으로도 훌륭하지만 수플레의 미미한 계란향을 덮어주는 역할을 한다.


속을 갈라보니 2층으로 된 수플레 케이크류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보니 정말 케이크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모양이다. 10분 안에 먹는 게 가장 맛있다는 말이 생각나서 최소한으로만 사진을 찍으며 맛을 즐겨본다. 기본적으로 매우 촉촉하고 따뜻하다. 계란향이 난다는 후기도 있었는데 다행히 난 예민한 편이 아니기도 하고 생크림이 향을 덮어주어서 괜찮았다. 무엇보다 폭신한 그 식감이 너무 좋았는데 마치 구름을 입안에 넣고 굴리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생크림은 케이크의 온도 때문에 윗부분부터 조금씩 녹았는데 식사를 마칠 때까지 점성을 유지하는 정도라 찍어먹기 좋았다.



함께 나온 과일이 케이크와 조화를 이룰까 싶었지만 잘 어울렸다. 특히 상큼한 과일들 위주라 케이크의 단맛과 중화되어서 좋았다. 함께 나온 커피의 첫맛은 탄 맛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달달한 케이크를 계속 먹다 보니 이 씁쓸 텁텁한 커피와 상큼한 과일이 전체적으로 밸런스를 맞춰주었다.



한 그릇 뚝딱! 사실 양이 많은 건지 기본적으로 계란빵이라 그런 건지 먹다 보니 좀 물리는 느낌은 있었다. 수플레 케이크는 제대로 먹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이 한 접시가 맛있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만족스럽고, 대접받은 좋은 한 끼 식사였다. 다만 상큼한 과일과 씁쓰름한 맛의 커피가 아니었다면 다 못 먹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한다.



오늘도 나를 위한 한 접시, 잘 대접했다. 집에서 걸어 30분 정도 걸어서 왔고, 식사가 끝난 후에도 같은 길을 되돌아가본다. 평소보다 늦게 시작한 하루지만 오늘 하루도 기분 좋게 대접받으며 시작함에 감사한다. 이대로 운동도 하고 샤워까지 하면, 꽤 보람찬 하루를 보내게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오늘도 맛있는 식사 소소하게 행복한 하루를 보내자! 오늘 하루도 Bon appe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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