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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in Mar 20. 2021

구름 한 조각, 햇살 한 줌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있지만 그중 누군가는 별을 바라보고 있다.” - 오스카 와일드 -


 예술가는 별을 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들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자연의 말을 듣고 자연에게 말을 건네며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우리들에게 감동을 준다.


 황금빛 태양과 밀 밭, 밤하늘에 수 놓인 별, 태양을 닮은 해바라기와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사이프러스 나무를 자주 그렸던 빈센트 반 고흐는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자연을 관찰하고 화폭에 담아냈다. 그의 깊은 사유와 철학이 담긴 해바라기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소용돌이치는 별을 볼 때면 고흐가 수천 번, 수만 번 자연에게 말을 걸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비단 반 고흐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자부심 안토니오 가우디도 자연을 사랑한 사람이었다. 바르셀로나의 수많은 아름다운 건축물을 설계한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는 어린 시절 병약하였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도마뱀이었고,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낙이었다. 가우디가 만든 건축물은 자연을 닮아 직선 대신 곡선을 많이 사용하였다. 파도를 닮은 난간, 뼈 모양의 기둥과, 튤립 모양의 발코니, 원뿔형 모자를 닮은 굴뚝 등 그의 건축물 구성 요소의 모두는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어릴 적 나는 틈만 나면 자연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자연에게 말을 걸었다. 동생들과의 놀이가 시시하게 느껴질 때면 혼자 집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 둥둥 떠다니던 구름을 한참 동안 관찰하곤 했다. 구름은 강아지가 되어, 호랑이가 되어 나에게 말을 걸고 때론 양떼가 되어 나타났다. 양떼구름이 낮게 깔리고 어둠이 몰려오면 곧 비가 오니 집에 들어가라고 재촉하고, 해가 쨍쨍 비추다 여우비가 쏟아지면 곧 하늘에 무지개가 나타나니 고개를 열심히 두리번거려보라고 찡끗했다. 높은 하늘에 솜사탕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날에는 화창한 날이 분명하니 동생들을 불러 모아 열심히 놀라고 속삭여줬다. 구름은 나의 다정한 비밀 친구였다.

 아침이면 집 대문 앞에 피어있던 채송화와 나팔꽃, 제비꽃에게 밤새 잘 있었는지 눈인사를 건네고 가을이 되면 코스모스들이 건네주는 방긋 인사를 받으며 학교에 갔다. 따뜻한 햇살, 바람소리, 풀 냄새, 길에 핀 이름 모를 들꽃, 잡초들을 유심히 관찰했고 그럴 때마다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편안하게 품어주었다. 언제부터인지 하늘을 올려 봐도 구름의 속삭임을 들을 수 없게 되었고, 담벼락에 피어있는 채송화를 보고도 마음이 들뜨지 않게 되었다.


  이제 바쁜 일상에서 잠시 짬을 내어 하늘의 구름도 보고 부드러운 바람도 느껴보고 내 몸 어딘가에 잠들어있는 어린 시절의 감수성을 깨워 보고자 한다. 그것이야 말로 예술을 알아가고 삶을 사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자연을 가까이할수록 내 삶은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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