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예찬
“오늘 아침은 김밥이야! 엄마....... 또 김밥이에요?”
아이들이 지겹다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엄마가 되고부터 김밥을 자주 만들었다. 입이 짧고 편식하는 아이에게 채소와 고기를 한꺼번에 먹일 수 있기에 비교적 선호하는 메뉴이다.
요즘처럼 아이들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는 날에는 아침을 먹고 돌아서면 점심을 먹어야 하니 마음이 분주하다. 그럴 때 떠오르는 음식은 바로 김밥이다. 일어나자마자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을 활용하여 김밥 몇 줄을 싸서 아침을 해결하고 점심에는 아침에 싸놓은 김밥에 어묵국 , 콩나물국 혹은 계란국을 추가하여 같이 먹게 한다. 인스턴트 음식을 먹이지 않고 김밥으로 하루 두 끼를 해결할 수 있으니 바쁜 엄마들에게 시간을 절약해주는 고마운 음식이다.
정성스럽게 김밥을 만들고 싶은 의욕이 가득 찬 날이 있다. 계란 지단을 부치고, 당근은 채를 썰어 포도씨유에 볶고, 시금치나물은 조물조물 무치고, 쇠고기는 불고기 양념을 해서 볶아 둔다. 다시마를 넣어 갓 지은 밥에 참기름과 소금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미리 준비한 속 재료와 함께 김밥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김밥 위에 반질반질 참기름을 바르고 깨를 뿌려 고소함까지 더하면 단짠의 조화로움이 완성된다.
김밥을 한 개만 먹고 그만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을 정도로 나에게 김밥은 한 개로 그칠 수 없는 절대 유혹의 음식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 일을 하면서 화려한 곳을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러나 배불리 저녁을 먹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늘 엄마의 집밥이 그리웠고 그리움이 클수록 더욱 허기가 졌다. 특히 늦은 야근을 마치고 집 앞 김밥 헤븐에서 따뜻한 국과 함께 먹었던 김밥 한 줄은 쓸쓸한 마음을 넉넉하게 감싸주었다. 김밥 헤븐의 김밥은 허기진 배와 나의 마음을 채워주고 긍정 에너지를 한가득 넣어줬던 가난한 시절의 고마운 음식이자 천 원의 행복이었다.
타국에서 서툰 솜씨로 만들어 먹던 김밥은 그리운 고국을 생각나게 했다. 유난히 귀도 안 들리고 말도 안 나오는 날,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는 그런 날에는 한인마트에 들러 김밥용 김과 단무지를 사 와 김밥을 만들었다. 김밥에 라면을 곁들여 먹으면서 한국 드라마를 보면 드라마가 끝날 때 즈음 바람 빠진 풍선처럼 한없이 쪼그라들었던 내 자신감은 금세 다시 빵빵해졌다. 또한 일본의 초밥이 익숙한 외국 친구들에게 초밥이 아닌 코리안 푸드, kim-bob 김밥이라고 알려주며 한국의 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김밥은 속 재료 준비에 다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지만 김밥을 만들고 남은 재료를 활용하여 잡채, 볶음밥, 월남쌈 등으로 다양하게 변신이 가능하다. 특히 다이어트 중일 때는 밥을 넣지 않고 계란 지단을 듬뿍 넣어 아보카도와 당근, 맛살을 곁들이면 탄수화물을 배제하고 계란의 단백질과 채소가 가득한 키토 식단이 되는 등 김밥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동글동글 귀여운 생김새에 노랑, 주황, 초록, 빨강, 갈색의 화려한 색 조합으로 항상 나를 유혹하는 나의 소울 푸드 김밥. 나에게 김밥만큼 영양적으로, 정서적으로 완벽한 식사도 드물다.
김밥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 보니 벌써 입안에 침이 한가득 고인다. 내일 아침 메뉴는 김밥 너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