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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in Apr 20. 2021

한류야 고마워

신화 김동완 님 정말 고맙습니다.

 2006년 1월, 부모님의 부부동반 모임에서 베트남&캄보디아 여행을 가시기로 하셨다. 그러나 아빠의 컨디션 난조로 아빠 대신 내가 엄마와 여행을 가게 되었다. 여행을 취소할까도 생각했지만 엄마와 나는 모녀의 첫 추억 여행에 내심 설레며 여행날을 기다렸고 애처가인 아빠는 엄마 혼자 여행을 보내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내가 엄마를 잘 챙길 것을 거듭 당부하셨다.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하니 관광버스를 타고 이동하다 '신대방, 보라매, 노량진'이 적힌 한국의 시내버스가 그대로 운행되고 있는 것이 보여서 웃음이 나왔다.  거리 한 곳은 한국의 용산 전자상가로 착각이 될 정도로 삼성 간판이 즐비했고 시내 중심가에 우뚝 솟아있는 대우 빌딩을 보니 베트남에서의 한국 기업의 위상과 한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엄마와의 추억 여행이 될 것이라고 들떴던 설렘은 잠시 부모님 친구 분들이 계시니 행동이 조심스러웠고 이곳저곳을 스윽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어른들의 여행 스타일은 나에게는 지루했다. 다행히 이번 여행에 나처럼 부모님을 따라온 대학 1학년인 Y라는 여학생이 있었고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말벗이 되어주었다.


 여행 5일 차의 일정은 베트남 전통 마사지 투어였다. Y와 나는 가이드 아저씨에게 부모님들이 마사지를 받는 2시간 동안 근처의 카페에 데려가서 베트남 커피를 맛보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베트남은 오토바이 천국이었고 택시가 오토바이였다. 가이드 아저씨가 탄 오토바이 택시가 앞장섰고 나와 Y는 각자 두 대의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그런데 가이드 아저씨가 탄 오토바이가 갑자기 시선에서 사라져 버렸다. 나를 태웠던 오토바이 기사는 뒤돌아 나에게 베트남어로 뭐라고 말을 건넸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놓쳤다!”라고 말한 듯했다.


 베트남은 치안이 좋지 않고, 인신매매가 여전히 성행하니 조심하라고 했던 가이드의 말이 생각났다. 계속 오토바이 택시 기사는 어딘가로 달렸지만 그를 믿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 많은 큰 거리에 왔을 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던 나는 갑자기 스탑! 을 외치며 오토바이를 세웠다. 길가에 십 대에서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청년들의 무리에 다가가 “영어나 중국어 혹은 한국어 가능 하나요? 절실하게 한 명 한 명 시선을 마주치며 물어보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가슴은 방망이질 쳐댔고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도움을 기다리는 동시에 여기서 대우 건물로 가야 하나, 한국 대사관으로 가야 하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치고 있었다.


 갑자기 한 남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일어나서 다가왔다.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청년은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하자 정말 반가워하며 “ 저는 한국 그룹 신화의 팬이고, 특히 김동완을 좋아합니다”라고 자랑스럽고도 씩씩하게 말했다.


 그 친구를 왠지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택시를 탔던 장소로 우리를 데려다 달라고 기사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나는 정말 미안하지만 같이 가달라고 도움을 요청하였다. 흔쾌히 동행을 해주었고 그 친구의 오토바이 뒤에 타며 신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서로의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한국에 잘 도착하여 감사의 이메일을 보냈고 그 후로 신화에 대한 소식을 종종 알려주고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그와 한국어로 짧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한류가 베트남에서 미아가 될 뻔했던 나를 살려주었다.


 “신화와 김동완 , 정말 고맙습니다!”  자리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중국에서는 가을동화, 올인, 다모에 출연한 한국 배우들의 중국어 이름을 외우느라 바빴다. 미국에서는 일본 친구들과는 마마상들에게 인기가 많은 겨울연가의 욘사마와 10대, 20대 친구들이 좋아한다는 동방신기에 대해 이야기했고  동남아시아와 대만 친구들과는 드라마 대장금의 이야기를 하며 음식 수다를 나눴다. 때론 한국 드라마에서 봤다며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친구들을 불러 떡볶이 파티를 하며 한류로 우정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


 해외에서 한류 덕에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친절한 호의를 받았던 여러 기억이 떠오르니 문화 강국이 된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  작년 봉준호 감독님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에 이어 올해는 배우 윤여정 님의 국제 영화제에서의 수상 소식이 들려온다. 주로 아시아에서만 통했던 한류의 인기가 K-pop, K-드라마부터 K-방역, K-뷰티, K-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전 세계적으로 환호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한류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임이 분명하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들도 많이 나오고 한류의 인기가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사진출처 : KTV 국민방송, http://naver.me/GrS7eju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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