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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in May 01. 2022

모두 널 찾고 있어

 요즘 그 녀석을 찾고 있다. 그 녀석이 출몰한다는 시간에 맞춰 기다렸지만 매번 허탕을 치기 일쑤였다. 행여 그 녀석이 눈앞에 나타나도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나에게 오는 기적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정신건강을 위해서 이쯤에서 그 녀석을 포기해야 할까 보다.

.

.

 나의 애간장을 태우는 그 녀석의 정체는 빵이다. 저녁 9시 30분, 하루에 겨우 한 두 개 들어온다는 빵을 구하기 위해 시간보다 일찍 편의점 앞에 도착하였다. 눈앞에 늘어선 긴 줄을 보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돌아갈까 말까를 망설이다 얼른 아이들에게 줄을 서게  했다. 얼마 뒤 그 빵을 실은 트럭이 도착하자 편의점 직원이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입고된 한 개의 빵의 주인을 결정하기 위해 가위 바위 보를 하게 했다. 아이는 게임에서 졌고, 빵 대신 원망만 가지고 허탈하게 집에 돌아왔다.  스티커 때문에 더욱 인기라는 그 빵이 뭐라고 계속 아른거린다.


 나는 빵을 사랑한다. 평소 맛있는 빵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 ‘빵런’을 불사하며 어떻게든 찾아다니며 꼭 먹어보고 싶은 내 마음속 열정이 있다.

  약속 시간에 늦어 아이들만 먼저 약속 장소에 내려주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뒤늦게 상가 앞으로 나오니 아이들은 손에 든 봉투를 누가 채가기라도 할까 봐 비장하게 꼭 쥐고 있었다.


 “어떻게 거래하는 사람인지 알아봤어?  

 “내가 먼저 당근이세요?라고 말을 걸었지.”

 "당근 아줌마가 우리 서비스가 아주 좋대."

 “근데, 왜 사는 사람이 사탕을 줘야 하는지 난 잘 이해가 안 되네. 판매하는 사람이 주는 거 아닌가?”

 (아이들의 첫 당근 거래에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은 마음에 돈과 함께 티백과 사탕을 챙겨줬는데) 엄마의 깊은 마음은 몰라주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에 내 아이지만 참 깍쟁이 같구나 생각하고 있으려니 아이들은 방금 구매한 로켓단 초코롤을 어서 먹어보자며 재촉했다. 나도 빵을 빨리 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근처 사람이 다니지 않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빵을 뜯었다.


 빵을 한입 베어 물었더니 예상보다 훨씬 맛이 있었다 “우와. 어렵게 구해서 맛있나? 진짜 맛있다 맛있다” 감탄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빵을 맛보고 아이들은 빵 봉지에 들어있는 스티커를 뜯었다. 꽤 괜찮은 것이 나와 좋아하는 것 같더니 이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또 뽑고 싶다….” 는 아이의 말에 안돼라고 반응했지만 이미 나는 흔들리고 있었다. 남다르게 맛있다는 포카포카 치즈케이크를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또 먹고 싶다.” 는 말이 튀어나왔다.


 처음부터 아이들이 포켓몬빵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작년부터 유치원~초등학생 사이에 포켓몬 카드가 다시 유행하더니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카드 구하기가 어려웠다. 한 상자에 2만 원 이면 충분했던 카드 가격이 유행템과 희귀템의 카드 개수를 살짝 늘려 5~10만원, 40만원 까지 올라갔다. 완구거리 장난감 가게 사장님들은 가게 앞에 일제히 ‘포켓몬 카드 없어요’이라는 문구를 써붙여 놨었다. 포켓몬 카드를 구할 수 없었던 어린이들이 포켓몬의 인기에 힘입어 다시 출시된 포켓몬빵 속의 스티커를 찾게 되었고, 성인들까지 가세하여 예전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포켓몬빵을 구입하느라 열을 올리며 포켓몬빵의 인기는 고공행진 중이다.


 아이들은 포켓몬 카드를 정말 갖고 싶다고 작년부터 엄마를 졸랐지만 이미 몇 년 전에 사 모았던 포켓몬 카드도 많은 있는 데다 일본 회사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포켓몬 카드를 사줄 수 없다고 아이들의 요청을 단박에 거절했다. 그러나 포켓몬에 빵이 함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게다가 포켓몬 빵이 꽤 맛있다는 이야기들에 나도 모르게 포켓몬빵과 관련된 기사를 클릭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스티커를, 나는 빵을! 가질 수 있으니 공동의 이익이 된다고 스스로에게 합리화했다.


 이제 그만해야지 싶었지만 아직 맛보지 못한 파이리 핵 불맛 피자빵과 꼬부기 멜론맛 소보루빵을 먹어보지 않았기에 수시로 당근 앱을 열었다. 아이들에게 절제를 가르쳐줘야 하는 부모가 빵 때문에 나도 모르게 상술에 빨려 들고 있다니 한편으로는 한심하기도 하고 빵 회사의 치밀한 애간장 태우는 마케팅이 얄밉기도 했다. 일부러 노재팬 때의 불매운동과 로열티 문제를 상기시켜 보았지만 계속 설득되고 있다니 빵 회사의 마케팅 전략은 대성공인 듯하다.


  내 마음속 갈등은 있었지만 아이들은 엄마가 모처럼 아이들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꽤 감동한 모양이다. 포켓몬빵 덕분에 아이들과 대화거리가 생기고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 정도의 경험으로 만족하고 포켓몬빵 구매는 이제 그만하기로 성숙한 결심을 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한숨 돌리고 있으려니 지방에 사시는 친정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포켓몬빵 11개를 구했으니 우체국 택배로 보내신다는 내용이었다. 무려 11개라니 엄마의 구매력에 놀라울 따름이었고 딸과 손주들이 포켓몬빵을 웃돈까지 줘가면서 여러 날을 애를 태우며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단골 가게를 돌며 포켓몬빵을 수소문하셨다니 친정엄마의 사랑에 감동하고 마흔이 훌쩍 넘는 딸의 철없음에 죄송했다.

이튿날 엄마가 보내준 귀한 소포가 도착했다. 어렵게 구했을 친정 엄마의 마음에 뭉클해졌다. 아까워서 못 먹겠다고 하니 넉넉하게 보냈으니 애들만 주지 말고 너도 어서 한 개 먹어보라고 하셨다. 엄마의 사랑이 담긴 빵이라 그런지 내게는 유난히 더 맛있다.  

 온 가족이 동원된 이번 포켓몬빵 소동으로 아이들까지 빵맛을 알아버렸으려나 생각이 들었던 찰나 포켓몬빵을 먹던 첫째 아이가 갑자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 이제 빵이 질려. 처음이 제일 맛있었어.”

 “그런데…. 뮤츠 스티커가 갖고 싶은데 당근에서 찾아볼까?”

  포켓몬 카드, 포켓몬빵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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